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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서른 살이 온다면
양 제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2월
평점 :

나에게도 서른 살이 온다면
스물셋, 여덟 번의 암... "나에게도 내일이 올까요? 나에게도 서른 살이 올까요?" 라는 문구를 보며 암투병에 아파하고 힘들어할 모습을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는 암투병 중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 수 없는 스물 세살 당찬 아가씨의 23년의 일생을 담고 있다. 환한 미소의 아이와 소녀, 아가씨를 엄마와 아빠,오빠, 그녀의 눈을 통해 만나게 된다.
책 속 가득 담고 있는 환한 미소와 예쁜 얼굴이 눈길을 끌고 자신감 넘치는 학교 생활과 활동적인 그녀의 성격들이 그녀를 참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병마와 싸워가는 것이라기보다 정말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는 모습으로 읽게된다.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병때문에 오늘 하루를 걱정하고 살기보다 바로 오늘을 활활 불타오르는 삶으로 멋지게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 사람들이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인 것 같다.

언제나 웃는 아이가 있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아이가 있는 내게, 부모입장으로 가슴 미어지는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생후 6개월만에 허벅지에 종양이 발견되었다. 아이 얼굴에 생채기 하나만 나도 열이 조금만 올라도 안절부절 못하는 내게 생후 6개월밖에 안되는 아이의 암소식은 정말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 작은 아이에게 주사를 놓고 칼을 대는 모습을 상상하기조차 무서워진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그걸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근데 그건 일종의 예고편 같은 거였지. 엄청 긴 영화의 아주 짧은 예고편."
부모가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암담했을까. 분명 좌절하고 말았을거라 생각되는데 아이의 부모는 평범하지 않았다. 수술 후 약물치료를 하라는 의사의 권유도 만류하고 아이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아이를 아픈 아이로 생각해서 온실의 화초처럼 키운 것이 아니라 남자 아이보다도 더 씩씩하고 활달하게 자신감 넘치고 호기심 넘치고 경쟁심 넘치는 멋진 아이로 키워냈다. 멋지게 성정한 그녀 곁에는 그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던 멋진 부모가 역시 존재했다. 그리고 그녀가 암으로 머리카락이 없을 때 그녀를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장난삼아 그녀의 머리에 올려주는 멋진 친구들 또한 그녀에겐 존재했다. 늘 혼자가 아니었고 아픔을 함께하고 기쁨을 함께하며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에 덩달아 마음이 행복해지고 따뜻하게 된다.

흔히 집안에 누군가 아프다면 집안 분위기는 아주 우울하고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스물 셋! 여덜 번의 암을 겪은 그녀에겐 암이라는 것이 친구를 사귀고 학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운동을 하고 자신을 꿈을 이뤄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삶을 정말 알차게 치열하게 살았다. 그녀에겐 내일하지뭐.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았다.
유한한 삶을 살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바로 내일일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하루를 그냥 보내곤 하는 나를 아주 호되게 꾸짖는 이야기였다. 나에게도 서른 살이 온다면.... 그녀는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낼 것도 많고 지금도 자신의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녀에게 없는 내일이 내게 더 많은 것을 알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생각으로 후회도 많이 되고 한편으로 참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된다. 나를 제대로 돌아보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도 갖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들도 자신처럼 할 수 있음을 용기를 갖기를 원한다고. 그녀의 이야기는 비단 병마와 싸우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깊은 공감과 힘을 준다.
"나는 선택했다. 내일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대신, 이토록 젊고 아름다운 날을 마음껏 행복하고 충분히 누리며 살겠다고.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니까."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처절하고 힘들다고 느낀다. 그 처절함이 느껴질 때 이 스물 셋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를 떠올린다면 다시 한번 용기를 얻고 "내일 아침 해가 뜨지 않아도 후회 없을 오늘을 살겠습니다."라는 그녀의 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될 것 같다.
'오늘'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해준 스물 셋의 그녀가 서른 살에도 마흔 살에도 쉰 살에도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