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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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애송시를 한편 읊어주시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를 읊었던 김수환 추기경.

 

사경을 헤매다 다시 의식을 찾았을 때
"짠, 내가 다시 살아났어요!"라는 말을 하는 김수환 추기경.

 

 

 

종교를 떠나 만인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추기경의 의외의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면들에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이 책속엔 종교인으로서의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보다는 좀더 인간적이고 행복한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그가 그리워진다. 추기경님 서거 때 명동성당에 가보고 싶었는데 망설이다가 결국엔 가보질 못했다. 지금까지 마음 아련하게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문득문득 울컥함에 눈물이 났다. 가난한 이들을 품고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던 사람, 이런 사람이 또 한국땅에 태어날까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김수한 추기경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도 숭고하고 인간적인 행보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때 느꼈던 감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이상하게도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리면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을 것 같고 착한 마음만 가지고 살아야할 것 같다.

 

책에는 추기경이 그동안 여고생에서부터 정치인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 곳에서 했던 말들을 담고 있다. 여럽지 않은 말로 일상에서 행할 수 있는 말들을 참 많이 남겨주신 것 같다. 

 

"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장마에도 끝이 있듯이 고생길에도 끝이 있단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병으로 누워있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하는 여고생에게 추기경이 남긴 말은 애틋하게 다가온다. 너무도 높은 곳에 있던 그가 계속내리는 장맛비로 텐트 속에서 자다가 새어들어 들어오는 빗물 때문에 서서 밤을 새우던 고1 소녀에게 비에 젖고 찢어진 메모지에 적어준 글이라고 한다. 항상 마음에 간직했던 글귀라던 그 소녀는 지금 50대의 중년이 되었다.

 

 

 

"사랑은 배려입니다, 사랑은 친절입니다.... 아무리 모두가 이기주의에 흐르고 새파가 몰인정하다 해도 우리마저 사랑을 실천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자에게는 큰 짐이 조금도 무겁지 않습니다."

세상이 삭막해져간다며 착하게 살면 바보처럼 살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 추기경의 말에 다시 한번 나를 다잡아 본다. 조금은 바보같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조금 무거운 짐이라고 남에게 던져주고 가볍게 있으려고 하던 내 모습을 돌아본다. 


 


곧 있으면 선거다.

"사실 지금 교회가 하고 있는 일은 대통령께서 해야 할 일입니다."

"칠십이 넘은 이 나이에 대통령에게 아부해서 무엇을 얻겠습니까? 감투를 받겠습니까, 훈장을 받겠습니까?"

추기경이 살아계시다면... 정치인들에게 다시 진정한 쓴소리를 해주실 수 있을텐데 정말 그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몸소 진심으로 사랑을 실천한 추기경의 모습에 사람 사는 것 진정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인데라는 생각으로 존경과 그리움이 쌓인다. 한호흡에 이 좋은 이야기들을 마음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래오래 두고두고 곁에 두고 추기경을 만나야겠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네, 그대가 되겠습니다!!

 

쌀쌀한 가을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좋은 책을 만났다.

 

마음이 우울하고 욕심으로 가득차 오른다면 친전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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