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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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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내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해했다.
나도 그 답을 알고 싶지만 실은 잘 모르겠다
......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난 움직였고, 사는 길을 택했다.
모두들 이 답안을 마음에 들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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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일하게 인간만이 하고 있는 행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말이 자살이라는 것을 좀 더 미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실의 답답함과 우울함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모두 잊기 위해 선택하는 자살.
요즘 뉴스를 통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많이 듣게 된 말이라 그 끔찍함과 무서움이 실감나게 느껴지질 않는다.
지금 현실에 너무 버거워 고통받고 있다면 나는 이 생황에서 더이상 살아갈 힘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 서바이브를 통해 조금은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초반에는 다소 무모하고 어리석어보이기만한 십대 소녀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그날 낮에 나는 거실에 앉아서 크리스마스트리가 없는 집이라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내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여 내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내가 다섯 살 때 해주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때 열한 살이었던 난 고개를 휙 돌리고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하지마세요! 징그러워요. 내 머리에 뽀뽀하지도 말고 내 머리카락 만지지도 마세요"
- 35page
그녀가 앞으로는 내 머리에 뽀뽀하지 마세요!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하다 우리 딸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 다음 날 아침 아버지는 죽어있었다.
그 일을 떠올리기도 싫고 미안하다는 말고 변명도 하기 싫었다. 그녀는 그런 마음으로
몇년을 지내다 결국 자신의 손목을 그어버린다.
집안 유전자가 대대로 자살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로 자신도 분명히
아빠처럼 삶을 포기해버릴거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 것들을 고치기 위해 정신병원에서 지내지만 치료는 수월치 않았다.
거짓으로 치료에 성과가 있는 듯이 보여 병원을 빠져나온 소녀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실행한다.
바로 아빠처럼 세상에서 사라져지는 것. 엄마에게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엄마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고 홀로 수면제를 삼키려한다.
그런데 급작스러운 기상변화로 로키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그녀만 빼고 행복해보이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죽으려했던 소녀의 입에서 "살려주세요!"가 터져나오고
우연히 옆자리에 같이 했던 소년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눈덮인 로키산맥을 빠져나간다.
초반 소녀가 자살하려고 하는 생각들과 이야기는 그녀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게 죽을 일이 돼?하며 다소 공감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도 그건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마음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다.
누구나 내 일이 아닌 것에는 공감은 하더라도 남의 일일 수 밖에 없기때문에!
하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소녀가 스스로 자신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읽으며
내 속에 있던 우울한 기운들과 감정들이 같이 치유됨을 느낀다.
마지막을 향할때는 가슴 속 뜨근함도 느낄 수 있어서 초반 흡입력은 미약하지만
조금만 더 읽어가며 마지막의 뜨근함을 꼭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바이브.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정말 내용은 뻔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하지만 뻔한 와중에도 서로를 도와가며
생존하려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나는 사랑,
끝나지 않는 사랑에 대한 느낌이 뻔한 이야기임에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극한의 상황에서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허리춤의 끈을 다른 사람에게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소녀의 눈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쉽게 쉽게 담았기 때문에
자살과 생존이라는 아주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지만 책읽는 가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마음 속에 풀지 못한 숙제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녀의 생각을 읽어내려간다면 마음의 위안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이 답안을 마음에 들어 한다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답안. 나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