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 생을 요리하는 작가 18인과 함께 하는 영혼의 식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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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변호측증인' 추천사에 미치오 슈스케가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걸작!"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

 

처음에는 그저 글을 읽는 재미로 ,글자 하나 문구 하나에 집착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작가와 그의 생각까지도 알고 싶어지는 현상.

마음에 담은 책의 작가의 다른 책들도 줄줄이 읽게 디는 현상.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생을 요리하는 작가 18인과 함께하는 영혼의 식사.

낯익은 세상의 황석영, 흑산의 김훈, 냠냠으 안도현, 비즈니스의 박범신,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의 손미나등

총 18인의 작가와 그들의 책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은 문학작품 속에 담긴 따뜻한 밥을 독자들과 함께 나눠 먹는 시간이자,

밥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삶 속에서 발견해낸 문학적 성취를 작가와 독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확인하는 공간이다.

바다에서 밥상을 건져 올리는 한창훈을 만나면 바다가 달리 보일 것이다.

지금은 온데간데없어진 잃어버린 시절의 추억을 되찾고 싶으면

황석영을 만나 꿀꿀이 꽃섬탕 한 그릇을 먹어보길 권한다."

- 작가의 말

 

 

 

 

이 책은 처음부터 쭈욱 볼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읽은 책의 작가를 먼저 찾아 만나보는 것이 더 좋을 것같다.

 

작가의 사진과 함께 음식에 담긴 인생이야기가 시작된다.

 

"딱부리는 열네 살 소년이다.... 엄마와 소년은 쓰레기 마을에서 첫 저녁 식사를 한다.

아빠 친구 아수라 아저씨가 차려준 만찬이었다... 소년은 꿀꿀이 꽃섬탕이라 불리는 찌개 맛에 딱 반하고 말았다.

소시지와 햄이 들어 있는 거쭉한 건데기에 구수한 국물 맛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낯선 동네 안에서 찾아낸 또 하나의 낯익은 세상. 그 매트릭스의 세계는 딱부리가

아아,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다라고 중얼거렸던 욕망 저편의 세상이었다."

 

두페이지도 넘지 않는 책 속 짧은 이야기로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번에 알려주고 있어서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읽어본 책들은 아! 이런 생각도 담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짧은 책속 문구를 지나면 이 책의 저자가 이 문구, 작가의 책을 읽고 느꼈던 점들을 들을 수 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시각으로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속 모든 책을 다 읽었다면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한권 한권 18인 작가들의 책을 찾아서 읽어가며 이 책을 다시 집어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 흑산을 쓰기 위해 경기창작센터에 일부러 입주하신 건가요? 그렇죠. 지난 본에 들어왔어요. 5개월 됐죠.

- 외떨어진 곳에 있으면서 흑산도로 귀야 간 정약전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였나요?

- 소설책이 나왔잖아요. 그러면 다 끝난 셈인데 왜 아직도 여기 계시나요?

- 정약종은 순교 직전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서 죽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죠. 이를 이승에서이 마지막 사치였다고 표현했는데,

어찌 보면 이건 가장 무섭고 잔혹한 죽음 아닌가요? 그건 기록에 나와요. 다들 땅에다 머리를 박아놓고 칼을 내려치잖아요?

그런데 정약종은 하늘을 보고 죽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형리가 그걸 받아들였대요. 눈을 뜨고 칼이 자신으 목을 향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죽는 거죠. 가장 무섭고 잔혹한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거지만 그는 끝내 승리자로서 죽은 거예요."

- '흑산'의 김훈과 작가가 나눈 인터뷰 중 135page


작가의 근황같은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작가의 책속 문구 하나하나 이야기 하나하나에 담아있는 이유와 작가의 생각을

하나하나 담고 있어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책 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도 이렇게 직접 작가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담고 책 속 설명을 평론가들의 입이 아닌

작가의 입으로 직접!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래서 책을 읽고 나서 작가와의 만남같은 행사를 하는구나!!하고 끄덕거리게 된다.

작가의 이야기와 하나 더 저자의 솔직한 인터뷰 후기도 담고 있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만나기 힘든

작가와의 만남을 이 책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기회가 생긴 사람은 이 책을 꼭 한번 읽고가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아무생각없이 집어 들때가 많은데 저자가  작가에게 한 책 속 인터뷰를 보면서

좀 더 생각을 하며 의문을 가지면서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이미지도 참 감각있게 찍어뒀다. 늘 노트북 위에 반쯤 걸쳐둔 책만 사진으로 찍었는데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충동도 생긴다.

 

아마도 자칭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책에 대한 정이 더 쌓일 것 같다.

맛있는 문학에 담은 작가들뿐 아니라 달콤한 문학, 쓰디쓴 문학처럼 사랑과 인생의 역경등 여러가지의 분야의 책들을

담고 그 작가를 만나는 책들이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

 

맛있는 문학에 나와있는 책들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다시 집어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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