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 웅진책마을 44
황선미 글, 김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자식을 향한 끝없는 엄마의 정을 담고 있다면

푸른 개 장발은 자식을 향한 묵묵한 아버지의 정을 듬뿍 담고 있었다.

 

푸른 개 장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털이 덥수룩한 푸른 삽쌀개의 눈빛이 나를 잡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의 책이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나 전작을 뛰어넘는 감동에 감동을 줬다.

아이들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는 쉽지 않은데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

울컥울컥 감정이 몇번씩 격해진다.

 

 


이 책은 목청씨라 불리는 할아버지와 잡종 삽쌀개 장발의 이야기다.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선 장발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개와 고양이가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눈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짜내지 않는 자연스러운 공감과 감동이 전해지는 듯하다.

 

마당 넓은 시골집. 담요가 둘러져 있는 철망안 장발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장발은 까맣고 털도 덥수룩하다.

어미 누렁이는 그런 장발이 탐탁지않다.

 

장발은 힘센 형제들 사이에서 엄마젖을 차지하지 못하고 밀려 나동그라졌다.

"무녀리도 아니면서 왜 밀려나느냐."

목청씨는 그런 장발을 손바닥에 올렸다.

할아버지의 손에서는 싸한 냄새, 형제들에게 밀려 깔개 밖으로 나동그라졌을 때

철망에 부딪히면서 맡았던 냄새가 났다. 철망에 부딪힐 때처럼 머리를 아프게 하는 냄새.

그 순간 장발은 꼭 감고 있던 눈을 처음으로 떠 검은 딱지가 가득한 목청씨를 바라봤다.

"어허? 제법일세! 맨 먼저 눈을 떴구나!"

목청씨는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새끼 누렁이를 반짝 들어냈다.

그리고 그곳에 장발을 놓아주었다.

 

장발과 목청씨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 뒤로 목청씨는 장발을 '자~앙'으로 부르며 속정을 나누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표현하지 않지만 뒤에서 묵묵한 사랑을 품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릴때와는 다른 가슴 아린 느낌.

목청씨를 보면 내 아버지가 떠오른다.

 

 

 

 

 

나에게는 자라는 내내 한번도 표현하지 않던 말들과 몸짓을

손녀,손자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내는 아버지를 보며

어찌 저런 것들을 속에 품고 살았을까 싶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똑같은 존재였음을...

나와 늘 함께 하던 사람이었음을 뭉클하게 되네이게된다.

책 속에서 내 아버지와 자주 만나게 된다.

 

 

중간 중간 삽입된 예쁜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렁이가 물어뜯어 망가진 신발대신 목청씨의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

목청씨는 장발이 그런줄 알고 빗자루로 허튼 매질을 한다.

아이는 그런 장발을 따뜻하게 다 알고 있다는 듯 쓰다듬어주며 초콜렛하나를 건넨다.
그 뒤로 장발은 아이의 달큰한 냄새를 좋아하게된다.

 

아이와 장발의 잔잔한 이야기를 보며 내 아이에게도 강아지를 꼭 한번 키우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장발이 태어나서 눈을 감을때까지의 일생을 담고 있다.

집이 비어있는 사이.

어미와 형제가 낡은 구두의 남자에게 잡혀가는 것을 보고 막으려하지만

사정없이 매만 맞고, 그 남자의 구두 한짝만 물고 목청씨의 집으로 돌아온다.

 


 

 

 

" 낡은 구두를 앙 물고 장발 목구멍에서 신은 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어두워지는 대문 앞에 목청씨가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서 있었던 것이다.

자앙?

목청씨의 굵고 떨리는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갔다.

장발은 미친 듯이 달려갔다.

목청씨가 몸을 조금 수그리면서 두 팔을 벌렸고, 장발은 쓰러지듯 안겼다."


아버지의 사랑. 이런게 아닐까?

평상시에는 전혀 모르다가 내가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하고 필요로할때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내 옆을 지켜주던 사람.

가슴 저 밑에서 울컥하는게 또 넘어온다.

목청씨와 장발.

개와 사람의 이야기지만 그 속엔 아버지의 사랑이 녹아있었다.

자식을 낳아서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하고 모조리 빼앗겨

그 모습을 지켜볼수밖에 없는 어미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눈을 떠서 털이 보송보송해질 시기에 어김없이 주인은 어미개에게서 새끼를 빼앗아간다.

그 뒤로 죽을 때까지 지새끼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까운 일이다.

 

 



 

 

 

 

목청씨는 장발이 무녀리 새끼를 잃었을 때도,

보기만 해도 뿌듯한 새끼 고리를 잃었을 때도,

새끼를 가진 몸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을 때도.

생의 마지막을 넘길 때도 늘 함께였다.

장발은 자신의 새끼를 데려가버린 목청씨의 팔뚝을 사정없이 물었고

그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늘 장발의 곁을 지켜준 것은 목청씨였다.

 



늘 함께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던 존재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적이었는데

푸른 개 장발 그에 못지 않다.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책이지만 어른 들이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목청씨와 장발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책속 배경이 되는 감나무옆 달팽이 계단이 있던 집은 

황선미 작가가 예전에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떠돌이 품팔이꾼이던 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번 돈으로 샀던 집.

엄마가 고단한 생선 장사를 잠시 쉴 수 있었던 집.

저자에게는 아득하게 먼곳이 되었고 아무것도 아니라던 그 집.

그렇게 표현한 저자의 마음을 나는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시리 그 마음 시린 기억의 달팽이 계단에 가면 장발과 목청씨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