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 도종환

 

이 책은 월간 '좋은 생각'에 '도종환의 산방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75편의 글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정말 소소한 일상의 다반사를 감사히 여기며

꽃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뭇 도인과도 같은 모습을 풍겨서

'도종환'이라는 시인이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잠시 책을 잠시 덮고 검색에 들어갔다.

 

 

'도종환','구구산방','산방일기'

 

결혼 2년여 만에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면 쓴 시집 "접시꽃당신".

 

속리산 자락 구구산방에서 자연과 함께한 도종환 시인.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오래오래 살라'는 뜻에서

구구산방이라는 이름지어진 집은 미술교사로 재직중이던 후배가 암 판정을 받고

요양차 지은 집인데 3년 전 후배가 저 세상으로 떠난 후 살고 있다는 집.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두고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시인으로 불린다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검색을 할수록 하나씩 처음 순박한 시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괴리감을 느끼게하는

단어들이 하나씩 검색창에 떠오르게 된다.

 

 

애딸린 홀애비 처녀장가. 국회의원.

4.11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하여

국회의원 뱃지를 달더니만 최근에는 문재인 경선 캠프 대변인을 맡아

정치 태풍의 한가운데로 자청하여 걸어들어갔습니다. - 출처: 뉴데일리

시인과 국회의원.... 둘 사이에서 잠시 멍해짐을 느낀다.

물론 청렴결백~한 정치인이 없으라는 법은 없겠지만.

정치와는 담을 쌓고 불신을 가득 담고 있는 나이기에...

 

차라리 '도종환'이라는 시인으로 이 책을 처음 봤을때의 느낌만으로

책을 끝까지 보게되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괜히 검색질을 하여 편견을 한번 뒤집어 쓰고 책을 읽게되었다는 후회막급!!

 

 

검색질을 멈추고 오로지 책만으로 오로지 책만으로 보자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글을 쓴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초야에 묻혀 소소한 낙을 즐기던 저자가 왜 갑자기

정치인이 되었을까로 생각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어제도 티브이에서 보았다고 말해 줄 때 느끼는 약간의 우쭐함

그런 것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경제적으로 약간

여유가 생기자 내가 한 일은 지금까지 입었던 것보다 조금 좋은 옷을 사고

좋은 음식을 먹고 조금 많이 나온 술값도 내가 내고 그렇게 했습니다.

수입이 늘어났을 때 내가 한 일은 채워 보지 못한 욕심을 채우는 일이었습니다.

평소에 그럴듯하게 말하고 살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나도 별수 없구나

하는 걸 확인하고 나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292page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번거롭지 않고 간소하게 사는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낭비하지 않고 검소하게 사는 마음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허영보다는 진솔한 마음, 과시보다는 솔직한 모습으로 사는게 내게도 좋고

남이 보기에도 좋습니다. 주어진 복을 다 받아야 만족하는 삶이 아니라

지금 내가 받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아니 하루하루를 고마운 마음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순간순간이 행복합니다.

그래야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밝은 햇살이 내 얼굴 내 어깨에 내려옵니다."

- 295page.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시인도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왜 시인은 첩첩산골에 홀로 자연만 느끼며 살아야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평범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낀다는 걸 왜 간과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아무래도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고 더 나은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 속 '남긴 우동'에서 저자가 독자와의 만남을 지키기위해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우동을 두고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우동 한 그릇도 다 못 먹고 간다고

짜증을 낼 필요도 없고, 자신에 대해 불평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을 원망하거나 누구 탓을 할 이유는 더구나 없습니다.

그냥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오늘 내가 한 그릇의 우동을 다 먹지 못하고 가는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다 먹고,

다 누리고, 다 쓰다 가는게 아닙니다.

우리의 생은 언제든지 아직 다 하지 못한 것이 남아 있는 채로

마감될 것입니다. 주어진만큼 살다가 가는 것입니다.

허락된 만큼 살다가 가는 것입니다.

내 앞에 차려진 밥상을 다 먹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내 욕심입니다. 생의 다른 열차를 갈아타야 할 때가 오면

내가 하던 일, 내게 주어진 역할, 내가 다 마치지 못한

책을 남겨 두고 우리는 가야 합니다."

- 39page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다 먹고, 다 누리고, 다 쓰다 가는게 아닙니다."

를 실천하는 이로 내게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았던 '도종환', 저자의 행보에 앞으로 나의 눈길이 계속 갈것 같다.

 

정말 지극히 아름다워만 보이는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신문사에서 지난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전화에 남긴

저자의 말로 나의 생각과 기대를 정리해본다.

 

 

"인생에는 당장 손에 쥐는 것보다 더 큰 것이 많습니다.

이해와 득실을 따지지 않고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내가 어떤 자리에 있었는가 보다 어떤 사람으로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고,

내가 무엇을 했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했는지 아닌지도 중요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을 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올해 역시 기억에 뚜렷이 남는 일을

하지 못한다 해도, 내게 맡겨진 일은 어떤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랑으로 그 일을 하고자 합니다."

-124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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