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달과 게'를 이어 십대의 성장통을 그려내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의 '물의 관'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시 미치오 슈스케" 라는 말과 함께 가슴 뭉클함을 남긴다. 내가 처음 일본소설의 재미에 빠지게 된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것도 '달과 게'였다. 판타지소설과는 다르게 평범해만 보이는 사람들의 이면 속 깊은 이야기를 쑤욱 끌어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의 이야기들에 홀려있는 중이다.

특히 십대들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들에는 이상하게도 더 눈이 간다. 제대로 십대의 열병을 앓지못해서 이제서야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생각하지 못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을 주인공들에게 빠져 하나씩 느끼게 되는 맛이 있다. 그래서 미치오 슈스케의 책들은 하나씩 모아 딸 아이에게 물려주려고 고이 모셔두고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은 주목받지 못하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중학생 소년 이쓰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소녀 아쓰코, 비밀스러운 과거를 간직한 이쓰오의 할머니의 이야기다.

아빠없이 엄마,동생과 단 둘이 가난한 환경에 살며 그냥 평범한 삶을 꿈꾸는 소녀. 아쓰코. 친구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들과는 다른 냄새를 풍기는 그녀를 괴롭히고 학대한다. 학교에서 20년후의 나에게라는 편지를 써서 타임캡슐에 넣는 행사에 아쓰코는 친구들에게 복수를 한 생각으로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대신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너희들에게 나는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고 아파했다는 편지를 넣는다. 그런데 딱히 이유랄 것도 없이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오던 발길질이 멈춰버린다. 아쓰코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력에 더 무서워진다. 아이들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함께 그럴수는 없다. 그럴바에 나 스스로 죽어버리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나중에 타임캡슐이 개봉되면 자신이 죽은 이유가 밝혀지고 살해당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서 타임캡슐의 편지를 바꾸기로 한다. 이쓰오와 함께.

이쓰오는 여관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당연히 여관을 물려받게 되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아이였다. 하지만 아쓰코를 만난 후 할머니가 기르던 도롱이 벌레를 가난한 친구를 위해 선물할 줄도 알고 예전과 달라진 할머니를 위해 자신만의 해결책도 찾는 변화를 겪는다. 이야기를 읽을 수록 마음이가는 아이다.

 

학교폭력으로 뒤숭숭한 시기에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같다. 같은 친구를 때리며 왕따시키는 행동이 한 사람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좀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되지 않을까싶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라면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결국은 스스로 마음 속 외침을 용기로 표현하는 것이 나를 구하는 길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현실이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가만히 있을 수도 그렇다고 딱히 뭘 해줄 수도 없는 현실에 '물의 관'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다행히도 아픔을 겪고 좌절하고 무기력해지는 이쓰오와 아쓰코, 할머니에게는 서로가 있었다. 그리고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까지.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나도 옆의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초반에는 평범한 이쓰오의 일상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짐과 동시에 이쓰오와 아쓰코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 사사람의 의식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도롱이를 보고 모두 도롱이벌레라고 부르지 않느냐. 네 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렇지.

도롱이를 보면 모두 도롱이벌레라고 불러. 실은 안에 든 까만 애벌레가 도롱이벌레인데."

"그게 왜 사랑미랑 닮았다는 건가요?"

"그도 그런 게, 사람도 모두 밖에 나와 있는 부분만 보지 않니. 진짜 알맹이는 보지도 않고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믿어버리지."

 

책 속 이야기내내 보여주는 '도롱이 벌레'에 관한 이야기도 머리속에 오랫동안 남는다.

가족, 친구를 돌아보게하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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