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딜러리엄 DELIRIUM  모든 사랑은 범죄다

 

딜러리엄

섬망은 혼돈(confusion)과 비슷하지만 심한 과다행동(예를 들어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안자고,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행위)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섬망이 과소활동(hypoactivity; 활동이 정상 이하로 저하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중독질환, 대사성 질환, 전신감염, 신경계감염, 외상, 뇌졸중, 전신마취, 대수술 등에서 나타난다.

 

 

모든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이퀄리브리엄'이 생각난다.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하는 액션이 아쉽게도 매트릭스를 능가하지 못해 그늘에 가려져버렸다는 평을 받았지만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는 미래 사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아주 인상깊게 본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인지 딜러리엄의 사회적 배경과 이야기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뭔가 색다른 것이 있을까 하며 찾아가면서 읽게 된다.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책의 첫권이라서 그런지 앞부분이 조금 지루한면이 없지 않다. 진짜 눈길을 끄는 이야기는 후반부에 가서야 찾아볼 수 있어서 첫부분에서 흥미를 찾지 못해서 자칫 책을 덮어버리기 쉽다. 몇권으로 이뤄진 시리즈 책은 정말 끝까지 읽어봐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초반에는 '사랑'을 심각한 병으로 간주하는 사회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18세 소녀의 이야기가 덤덤하게 나온다. 병에 걸려 어린 시절 언니와 자신만을 남겨두고 자살한 엄마때문에 자신은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치료 받을 날만을 기다리는 주인공 소녀 레나. 이모 밑에서 언니와 자라오면서 어서 빨리 평탄한 삶만을 살고 싶어한다. 치료전 테스트를 받다 일대 소동이 일어나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사랑 '알렉스'를 만나게 된다. 레나와 알렉스는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첫사랑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른 들의 사랑과는 조금은 다른 듯한 둘만의 '사랑'이 약간은 아슬아슬하게도 느껴진다. 성년이 지나 알게 되는,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난 다음에 알게 되는 사랑은 왠지 진짜 이름 그대로의 사랑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는 타협한 그런 사랑. 경제적인 이유도 알파가 되고 사회적 눈길도 이유가 되는 결혼 상대자를 위한 사랑을 찾게 되는데 아마도 주인공이 십대인 이유는 그런 것을 배제한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미래 소설의 이야기들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람들의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하여 주권력층이 통제하기 쉽게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딜러리엄'은 이런 이야기 틀에 18세 소녀의 풋풋함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잘 담고 있다. 소녀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알렉스'와는 달리 다소 충독적이기도 하고 결단력있지 못한 '레나'의 캐릭터에 살짝 실망도 된다. 1권이기때문인 것 같다. 뒷부분에는 좀 달라져있을 '레나'가 기대된다. 이야기의 후반부에는 레나 엄마의 자살에 대한 진실이 파헤쳐지고 알렉스와 함께 도망을 가는데 앞부분의 지루한 이야기를 좀 쳐내고 좀 더 빨리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더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딜러리엄에 나오는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만이 아니고 모든 사랑이 포함된다. 부모 자식관의 관계도 그렇고 동물을 바라보는 관계도 그렇다.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어지고 행복이라는 것이 없어진 정말 무미건조한 평탄하기만 한 생활을 살게 된다. 과연 이런 생활이 정말 인간에게 좋은 세상일지. 지금은 비록 아니라고 말하곤 있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지고 경제적인 상황도 최악이라면 모든 것을 놔버리는 상황에 이른다면! 또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미래의 딜러리엄 책속이야기처럼 사랑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 감정을 통제하는 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아진다. 레나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이야기가 자꾸 머리 속에 떠오른다. 집밖으로 웃음이 나갈까봐 입을 가려가면서 웃고 노래불러주고 행복했던 엄마와 아이들의 추억. 정말 소소해보이는 일상의 행복을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들이 나중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까지 든다. 사소한 작은 일상의 행복들을 달리 보이게 해주는 책이었다.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순번을 메기고 그에 따라 결혼할 대상과 직업을 정해주는 사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세상을 타파해나갈 레나의 이야기와 그녀의 첫사랑 알렉스와도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하며 돌아보지 않았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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