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배를 타라 상.하

첼로가 있던 자리, 바이올린을 켜던 너,

모든 것을 망쳐버린 나의 이야기

"그후 10년 동안 나는 계속 길을 잃고 헤맸다."

음악을 사랑한다고 믿었고 음악과 함께한 삶을 살거라 생각했던 소년에게

독일로 음악을 공부하러 2달동안 다녀온 사이 좋아하던 여자친구도 멀어지고

그로 인해 자신과 평생의 친구가 있었을지도 모를 좋은 선생님마저

학교를 사직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소년이 원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두달동안 독일에 있는 사이 남아있는 여자친구는

풍족한 가정환경으로 유학을 간 소년을 질투하고 해서는 안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자퇴를 하고 만다.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소년은 선생님께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만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다 성인이 되버린 지금

"나는 나쁜 짓을 했습니다."라고 글을 쓰며 고해성사를 하면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어한다.

그리고 20년만에 손에서 놓았던 악기를 다시 찾아 연주하며 망처버린 기억들을 추억으로 남긴다.

처음에 배를 타다 상권을 읽었을때는 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이야기에

책읽기에 가속도가 붙지 않았지만 하권 후반부로 갈수록 한번 확 와닿는 몰입도가 있었다.

상권으로 책에 흥미가 떨어졌다면 하권을 거꾸로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나도 모르게 앞페이지부터 다시 읽게 되고 다른 시선으로 글들을 보게 된다.

처음 볼때와 두번째 볼때가 정말 다르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기적으로만 보여 정이 들지 않는 캐릭터였다.

계속 나쁜 짓을 한 나쁜 녀석!으로만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용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스로 편해지기만 바라는

왠지 얄미운 철없는 녀석으로만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소년에 의해 사직된 선생님이 눈에 들어왔다.

억울한 누명을 썼는데도 소년에게 아무런 대항없이 그만 둬버린 선생님.

소년이 찾아가서 용서를 빌지만

"사죄는 받아들이겠다. 그렇지만 용서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는 선생님은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마지막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이라는 생각과 함께 진정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이제 나도 '철학'이라는 걸 한번 느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사죄는 받아들이지만 용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라며

배를 타라!라고 시작되는 니체의 글귀를 번역해준다.

" 도덕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인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을 용서하기

않고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인간에게 빚을 주고 온기를 주는 태양과 같은 철학,

그것은 '그 사람만을 온기'로 데운다고 한다. ... '자신만의 도덕'을 발견하라고. "

"뱃멀미를 하는 건 괴롭다. 그래서 파도가 잦아들길 바라지만 파도는 잦아들지 않는다.

파도가 잦아들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바다가 평온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뱃멀미는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흔들림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

뱃멀미가 사라졌을 때 배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른들의 거짓말이다. 어른들은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한다. 그것도 자신보다 젊은 사람에게.

뱃멀미가 가벼워졌다고 해서 배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면 할수록 깊은 이야기들로 질문들을 던지고 있어서 생전 쳐다보지도 않는

철학책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어리다는 이유로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던 그때가 이제 다시 오진 않겠지.

이제는 사죄는 받아들이지만 용서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배멀미에 익숙해지기만 바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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