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청원 - 산제이 릴라 반살리

요즘 영화들이 3D, 4D의 화려함과 스펙타클한 액션장면들이 눈을 즐겁게 하며 눈길을 끈다면

청원은 그런 사이에서 소리없이 한구석에서 조용히 마음을 끌며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영화인 것 같다.

그런 영화 청원이 소설로 나왔다.

얼마전에 발리우드 영화의 '세얼간이'를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은터라 이 책 청원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특히 영화에서 코언저리에 앉은 파리 한마리를 쫓기위해 애쓰다가 나중에는 허탈한 웃음으로

가만히 따뜻한 햇살을 느끼는 주인공 이튼의 모습이 계속 머리에 남았기에 이 소설이 더욱 기대되었다.

발리우드의 영화를 처음 봤던 건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코끼리가 나오고 사람들이 단체로 군무를 추면서 현란한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는 영화가

아직도 생생한데~ 그런 분위기는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되 보이는 발리우드영화가 내가 이상하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정말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보여주는 것에 온 힘을 쏟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것들이 태반인데 생각할 거리와

감동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게 해주는 맛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릴 적 유치~뽕짝으로 보이던 발리우드 영화들에 자꾸 눈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은 짧습니다. 그러니 틀을 깨세요.

빨리 용서하고, 천천히 입 맞추고, 진실로 사랑하고

배꼽 빠지게 웃고, 즐거웠다면 후회하지 마세요."

이 책의 주인공 이튼은 최고의 마술사이다. 하지만 마술 공연중에 자신을 시기하는 친구에 의해 전신마비로

14년동안을 살게 된다. 그의 옆에는 소피아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간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있는 몸이었다 그래서 이튼과 소피아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며 서로의

마음이 들통날까봐 두려워 서로를 애써 외면하면서 살고 있다.

이튼은 라이오 DJ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며 꿋꿋이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가 자신을 안락사하게 해달라며 국가에 '청원'을 하게 된다.

그를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 모두 배신감을 느낀다며 안락사 청원을 반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그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정신만 살아있고 육체는 죽어있는 상태의 이튼은 '소피아'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데.

자신의 처지때문인지 표현하지 못하고 그녀의 다리가 보고 싶다는 등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어설프게 표현하곤 하는데. 그녀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나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그의 처지에 더욱 마음이 아파오기도 한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책에도 그대로 묻어있었다.

"말로써는 설명되지 않는 근원적인 무력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찍어 누른다.

스스로는 TV채널 하나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존재, 파리 한마리 제 손으로 쫓을 수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이튼, 그 자신이었다. "

아마... 이튼은 이런 허탈함을 14년동안 겪으면서 서서히 자신을 안락사 시키고 싶은 청원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행복하게 살면되지

왜 죽으려고만 할까 생각했었는데... 책을 덮고 계속 생각을 해보면 해볼수록

이튼의 처지가 14년동안의 죽어있는 몸에 갖혀있어야만 했던 자유로운 영혼이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된다. 고문아닌 고문...

그녀를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오고 사랑한 소피아는 끝내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의 목숨을 앗아가달라는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많이 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고통을 받는 것이 안타까워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거두는 장면들을

굉장히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 당사자라면 절대로 못할 것 같다. 나의 욕심이 지나쳐서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하고 싶어할거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온전히 내 욕심일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주 혼돈스럽기도 하다.

초반의 소피아의 마음처럼 나는 이튼을 향한 마음을 놓아버리기란 참 힘들었다.

지금도 안락사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남겨진 사람, 떠나려는 사람 모두에게

아주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온전히 남의 고통이기에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의 육체적 고통을 모르기에 그런 고통을 14년간 홀로 참아온 이튼의 아픔과

절망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제 3자의 입장에서 왜 그래도 더 살아보지 그래~라는 태연한

말을 던지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굉장히 처연해진다.

책 속에서 이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청원을 받아들인다.

그의 어머니마저도.

그리고 이튼의 마술로 60초동안 어두운 궤짝에 갇혀있던 검사는

"숨이 턱턱 막히고 꼼짝도 할 수가 없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라는 말로

이튼의 14년동안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정말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은 아픔일거란 생각에 온몸이 저릿저릿해온다.

아무도 없는 비오는 날 저녁 이튼은 홀로 천정에서 떨어지는 비세례를 맞게된다.

어느 누구를 불러도 자신을 구해주러 오지 않았다. 다들 자신만의 달콤한 꿈나라에 빠져있었다.

하루 밤을 꼬박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떨었던 이튼은 자신의 청원을 더 굳히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 긴밤을 홀로 보내며 모든 아픔을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음을, 언젠가는 정말 또 다른 일로 그때는

비참한 죽음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해버리게 된 것 같다.

14년만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 결실을 이루게 되었는데

그 끈을 더이상 잡지 않고 놓으려고 하는 이튼의 모습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그가 손을 놓기 전에 손을 놓을 수 없을만큼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면이라는 생각도 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욕심에 끝나지 않은 결말에 이튼의 다른 미래를 꿈꿔보기도 한다.

제발 사랑하는 소피아와 눈 뜬 아침에 하루 더 해복해 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