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의 유령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5
베라 브로스골 지음, 공보경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청소년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아냐의 유령"을 만났다. 아냐의 유령은 흑백의 만화다. 처음 이 책을 보고 페르세폴리스랑 비슷하네!라는 느낌이 분명히 들었지만 속 내용을 보면 또 다른 아냐의 유령만의 매력이 있다. 아마도 흑백의 만화이야기, 이민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소재가 두 책이 뿜어내는 향기를 비슷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페르세폴리스의 만화가 약간은 사회비판적이고 무거운 면이 있다면 아냐의 유령은 좀 더 개인의 내면적 이야기를 아주 쉽게 생동감있게 구성해서 어른 학생들이 보기에도 딱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약간 들어있어서 부모인 내가 보이게 눈쌀을 찌푸릴만한 비행적인 행동이 들어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에게 선뜻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을만큼 재미와 교훈을 남겼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 소녀 "아냐 브로자콥스카야"가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녀는 부유한 미국 아이들로 가득찬 사립고등학교에서 다른 이들이 보기엔 적응 잘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소녀는 그 평범한 학생을 유지하기 위해 겉과는 전혀 다르게 나름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있다.

어린 시절 뚱뚱한 몸으로 놀림 받았던 기억때문인지 소녀는 아침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몰래 쓰레기통에 버린다.

마음보다는 담배를 나누는 사이인 유일한 친구 한명.

평생 오를 수 없는 나무인 소녀의 짝사랑 농구팀 숀.

아냐에게는 더이상 새로운 것도 행복한 일도 없어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을 거닐다 오래된 우물에 빠지고 그곳에서 자신이 90년 전에 살해당해 이곳에 버려졌다고 말하는 에밀리라는 유령을 만나게 된다.
에밀리는 아냐의 무료하고 지루했던 일상에 재미와 사랑을 던져준다. 유혹은 그만큼 달콤했다.

하지만 사악한 목적을 가진 에멜리의 실체는 결국 드러나게 된다.

아냐에게 평상시에 꿈꾸고 상상하던 것들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유령의 실체를 통해 깨닫게 된다.

흑백의 만화지만 전혀 흑백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올만큼 지루하지 않고 박동감넘치는 이야기였다.

유령의 이야기가 굉장히 거리감있게 다가올 수 있는 소재인데 책을 보다보면 정말 아냐와 에밀리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던져준다. 저자의 경력을 보면 에니메이션 스토리보드 제작일을하고 있어서 그런지 글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들이 세세하게 읽혀지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정말 힘든 일을 겪을때마다 램프의 지니를 한번쯤 생각해본다. 나를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서 공부도 대신해주고 돈도 많이 벌게 해주고 나를 변화시켜주면 참 좋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진정한 나가 아니다라는 것을 나의 의지와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 얻어지는 것들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된다.

아냐가 위협존재가 되버린 유령에게서 동생을 보호하려고 뼈를 들고 뛰어가는 장면,

도서관에서 늘 무시하던 존재인 러시아인 친구와 나눈 몇마디의 따뜻한 대화,

짝사랑하던 숀이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자와 뻔뻔하게 바람피는 장면을 보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장면,

담배를 권하며 툭툭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친구의 말에 알아줘서 고맙다 야~라는 말로 웃는 아냐와 친구의 대화 장면

등은 한편의 짧지만 감동적인 영화를 본듯한 여운을 남겼다.

방황하고 지치고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에게 유쾌한 이 책이

멈출 줄 모르는 생각을 잠시 쉬어가게 해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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