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례 이야기 세트 - 전2권
지수현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쌀례 이야기 - 지수현



이 책은 작가의 후기가 아주 인상깊게 남았던 책이었다.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 작가로 유명해서일까? 아주 편안한 느낌의 문체가 무척이나 정감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특히 이 책을 쓰게된 동기를 적어둔 작가의 후기를 보면서 쌀례 이야기가 더욱 정감있고 포근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은 지수현이라는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앞으로 그녀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읽게 줄줄이 읽게 될것 같다.



<작가의 후기>

제 외할머니는 열세 살의 나이로 스물 초반의, 그 당시 마을 최고의 꽃미남이셨다는 외할아버지와 혼인하셨습니다.

두 분 사이에 장녀로 출생하신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당신의 아버님처럼 후리후리하고 멋진 남정네는 동리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분을 사진으로도 뵌 적 없는 저는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어린 새신부가 잘생긴 연상 청년에게 시집갔다는 그 모습이 손녀딸의 머릿속에서 연분홍 상상의 나래를 폈지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바로 《쌀례 이야기》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여주인공의 이름과 아명, 어린 신부가 미남 청년에게 시집갔다…… 정도의 큰 틀에 쌀례와 선재가 함께 야반도주하는 장면 등, 실제 두 분이서 겪으셨던 약간의 실존 에피소드와 다량의 창작을 씨실과 날실 엮듯 만든 픽션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 쌀례만큼은 아니어도 열세 살에 족두리 쓰고 유부녀가 되신 할머니의 삶도 꽤 흥미진진하여서 시어머니 되시는 외증조모께서 새신부 머리도 빗겨 주시고, 콧물 흘리면 치마폭으로 코도 닦아 주면서 막내며느리를 키우셨다고 해요.

어머니께 어린 새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손녀인 주제에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었지요.



―귀엽군.



따져보면 우리나라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이고, 어린 소녀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등 떠밀리듯 치른 혹독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어린 새색시였던 외할머니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으면서 그 어두운 시절이 누군가에겐 빛나는 청춘의 한 자락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아들들 딸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고, 어린아이들이 일본 비행기와 미군 비행기 엔진소리를 구별해야 하고, 조상을 받드는 제기에, 여자들 비녀까지 모두 빼앗기던 그 시절, 그래도 사랑하고 혼인하고 인연 맺고 슬퍼하고…… 살면서 거쳐 가는 것들은 다 하고 산 시절이기도 했다고 말입니다.

할머님의 일은 제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겠지만 이야기 속 쌀례가 그 시절을 버틴 건 아무래도 ‘소중한 사람들’과 ‘밥’ 덕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도 제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것은 맑은 콩나물국에 따뜻한 밥을 한 술 크게 넣으시고 아삭한 열무김치를 얹어 정말 맛나게 진지 드시던 외할머니의, 또 다른 쌀례 씨의 모습이랍니다.

사실 이 쌀례는 제가 정신적으로 참 배고팠을 때 지은 이야기입니다.



쌀례 이야기는 1권은 낮에 틈틈히 보고 그 뒤가 궁금해서 밤을 정말 꼴딱! 세워서 2권을 읽게 만들어버렸다. 책을 보면서 살짝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주인공 쌀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이기도 하고 웃음도 지어지는 한편의 멋진 드라마를 1편부터 끝까지 단숨에 몰아본 느낌이다. 정말 다른 표현이 필요없을 만큼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일제시대 머슴과 주인이 존재하던 시기. 비록 가난하지만 명문가의 자손임을 자랑하는 쌀례가 비싼 지참금?을 받고 경성에 사는 한선재라는 인물에서 열네살이라는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먹을 것이 없어서 엄마와 3살짜리 동생은 옆동네에 다 커버린 자신을 두고 재가를 한다. 남겨진 쌀례는 그 시대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자신과 6살의 차이가 나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된다.

남편과 나의 나이 차이가 6살!이 나기때문인지 더욱 쌀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가끔 남편이 대학생일때 나는 초등학생이던 시절이 있겠구나라면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는데. 쌀례의 이야기가 만약~ 나와 남편이 일찍 만났더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주게 해줘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쌀례는 한선재라는 남편과 처음에는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내지만 점점 정이들고 야학에서 남편이 쌀례에게 글을 가르쳐주면서 둘의 사랑은 점점 싹이튼다.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채. 처음에는 동의없는 양가 어른들의 강요로 하게 된 결혼이었지만 이들은 그런 결혼에서도 둘만의 끈끈하고 돈독한 사랑을 찾게 된다. 그리고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얼핏 일제시대!하면 독립운동과 가난한 삶등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작가가 나타내려고 했던 것처럼 이 소설속에서는 그런 아픔보다는 쌀례라는 여인의 가슴시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암울한 시기에도 첫사랑이 있었고 생각만해도 마음 시린, 영원히 함께하고픈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쌀례이야기" 조만간 텔레비젼에서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로 만나게 될 것 같다라는 것이다. 읽고 있으면 딱 배우 누구다!라고 찝기 힘들지만 머리속에 꼭 드라마라를 보고 있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마음 설레는 사랑~ 연애소설을 읽어본것 같다.

일제시대부터 광복, 6.25전쟁까지 엄청난 시련 속에서 쌀례는 한선재와의 사랑을 키웠고 홀로 남겨져 그를 기다리면서 어린 딸을 홀로 낳고 키워간다. 그러던 중 "윤창경"이란 인물과 새로운 애정전선에 휘말리게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한선재와 쌀례의 죽고 못사는 달달한 사랑보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그녀를 지키고 싶어하고 그리고 결국에는 지켜주는 "윤창경"이라는 인물의 매력에 푹 빠졌다. 말하나 살갑게 하지 못하지만 아버지게에 버림받고 그런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세상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악!하게 변해가는 "경이 오라버니"의 이야기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지고 그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약간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듯. 배다른 형제가 나오고 그 사이에 한여인이 있는 소재가 있긴 하지만 다소 진부하다라고 느낄 소재를 정말 멋진 연애소설로 탄생시킨 것 같다.

나의 할머니, 엄마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첫사랑이 있는 여인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가을에 애절하고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찾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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