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소설 "도가니"를 만난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던가 이 소설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뭔가 이끌림이 있는 표지에 끌렸더랬다. 그런데 그때 이 책을 끝까지 읽지를 못했다. 중간도 보지 못하고 그만 두었던 것으로만 기억되는데 읽으면서 왜 읽던 것을 멈추었는지 생각이 났다. 딸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차마 더이상 보지 못하고 덮어버렸던 것 같다. 읽고 나면 몸을 감싸는 으스스하고 음울한 기운을 감당 할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들을 왜 까맣게 정말 까맣게 잊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도가니"는 실제 이야기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가니"가 영화로 방영되면서 더욱 소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매체에서도 그동안 나처럼 눈감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싶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다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제서야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 알았던 것처럼 말을 하고 있다. 나도 까맣게 잊고 있던 사람들 중의 하나인지라 가슴이 더욱 뜨끔하다.





무진. 어느 한적한 시골 강인호라는 계약직 교사가 청각장애인 학교에 부임하게 된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실업에 허덕이나 아내의 등을 떠밀려 서울에서 내려온 정말 초짜 선생이다. 그런 그가 청각장애인 아이들이 학교의 교장, 행장실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폭행당하고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보려고 하지만 그를 마냥 기다리는 현실은 아내와 딸아이라는 현실은 결국 그의 발목을 잡는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를 짐승같은 학교관계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여전히 학교로 출근을 한다. 몇년 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눈을 감은채 잊어버린 강인호에게 그와 함께 아이들을 위해 싸우던 선배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한다.

"우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네가 보여준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우리를 잊었다 해도 우리는 네가 늘 그리울 거야. 건강하게 잘 지내길,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하길 빈다."





왜 이 메일이 내 가슴을 쿡쿡 송곳처럼 찌르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강인호와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한숨도 나오고 가슴 저 한구석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사람에게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무관심!이라고 한다. 모두 보이는 것을 보려하지 않고 눈을 가리려고 하는 세상에 공지영은 "도가니"를 통해 그런 마음에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떠서 제발 봐!!!





한동안 도가니의 여운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




왜 세상에서는 착한 사람이 맞고 고문당하고 벌받고 그리고 비참하게 죽어가나? 그럼 이 세상은 벌써 지옥이 아닐까? 대체 누가 이 질문에 대답해줄 것인가? 누군가가 그러더라........................ 열심히 공부하고 그래서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라고. 그리고 나도 그 말을 믿었지. 그런데 얼마 전, 자애학원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깨닫게 된 거야. 어른이 되면 그 대답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어린이 되면 그 질문을 잊고 사는 것이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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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 사람들 말합니다. 이왕 엎어진 물, 이 기회에 애 아버지 서울 병원에나 한번 보내보고 유리 대학공부까지 시키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선생님들, 그 자리에서 분명히 안된다고 했는데도 그 사람들 다녀간 뒤로 그 소리가.... 자꾸 들리더라 이 말입니다. 네? 선생님들. 우리 아들하고 손주는 못 듣는 그 소리가! 이 귀에는 말입니다. 자꾸 들리더라구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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