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아이 - 하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영원의 아이 하 -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영원의 아이는 이미 10년 전에 살림출판사에서 상,중,하 세권으로 출판되었다가 절판된 소설이다.

 

북스피어에서 2010년에 상,하권으로 새롭게 만든 이책은 1999년 발행된 단행본을 번역 저본으로 삼아 2004년 발행된 문고본을 참고하여 만들어졌으며, 작가가 직접 쓴 제작 노트 등을 자료로 활용하여 소장본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고 한다. 절판되었을 당시에 마니아사이에서는 이 책을 구하지 못해서

안달났을 정도로 굉장히 유명했던 책이었다고 한다.

 

영원이 아이 하권 마지막 부분에 편집 후기가 실려있었는데 북스피어의 영원의 아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덴도 아라타의 5년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고투한 끝에 사람들에게 내어진 '영원의 아이'를 아무렇게나 보여주기는 싫었던 탓일까

이미 나왔던 책보다 더 좋은 그에 버금가는 책을 만들기 위해 북스피어에서도

3년이라는 긴 세월을 출판에 힘을 쏟았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발행인의 마지막 유머러스한 농담도 이 책을 자신있게 내놓는다는 호기가 보였다.

 

영원의 아이 상,하는 정말 몇일에 걸쳐서 읽은 책인 것 같다. 지루해서가 아니다.

엄청나게 굵은 책이기 때문이다. 집필기간 5년, 원고지 5천매의 대작이기때문이다.

솔직히 간만에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병원이라는 곳에서 쇼이치로, 료헤이, 유키 이 세사람은 만나게 된다.

세명다 열 두살의 나이로 이미 오래전부터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정신적 상처를 못이겨

치료를 위해 이 병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동물원이라고 불리는 병동에서 그들은 각자의 아픔을 담은 별명

지라프, 모울, 루핀으로 불리며 서로 상처를 보듬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던 그들은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괴로워하는 유키를 구해줌으로써 모든 것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7년 후의 모든 일들이 그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유키를 아버지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것.

아버지를 없애버리는 것.

그들이 17년 동안 묵묵히 지켜온 비밀!

그들 스스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 이것이 모든 사건을 일으켜버렸다.

 

영원의 아이 상권에서 조금씩 알고 있었던 내용들의 실마리가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야기가 이 두꺼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에 반전이 더욱 흥미롭게 여겨진다.

 

 
묘진 숲에서 쇼이치로, 료헤이, 유키는 서로의 상처를 숨김없이 얘기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처음으로 이야기하고 서로를 인정해준다.
이때의 기억으로 이들은 하나가 되었고 17년동안 서로를 찾게하고 사랑하게 만들었다.


괴로운 과거와 슬픈 비밀을, 공감하며 공유하고 있다.
서툰 위로의 말 따위는 하지 않고, 탓하지도 않고, 동정의 눈으로 보거나 경멸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믿을 수 없다며 조금이라도 부정하는 말을 하거나
부정적인 몸짓을 하는 일도 없다.
 
영원의 아이를 읽으면서 계속 마음 속에 생각나는 것은
사람을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가...
라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결국 자신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인정받고 알아주고
보듬어주길 바라지만... 세상에서 내쳐지고 버려지기때문에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들. 하지만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생각하면서
그 자체로 인정해줄 수 있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유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자신을 더럽고 추한 존재가
아닌 그저 상처받은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진정으로 같이 공감해주는 사람들.
쇼이치로와 료헤이를 만나 점점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나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질 않는다.
유키의 아버지는 그때 멈췄어야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지
않았어야했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어느 누구도 유키 아버지의 고통을 나눠같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 마저도.
 
현실도피! 쇼이치로와 료헤이, 유키는 그것만이 그들이 살길이라 생각했다.
유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들은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생각했다.
자신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부모를 죽임으로 모든 것이 해결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도피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했고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고 생각한채로 17년을 살아온 동안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현실이 그들에게 더 추악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쇼이치로, 유키, 료헤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세 사람뿐만 아니라 각자의 부모, 주변 인물들의 생각들도 자세하게 표현되고 있어서
영원의 아이 상,하권을 읽고 나면 왠지 인간의 인생사를 전부 다 본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서부터 연애,결혼, 그리고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일까지.
또한 근친상간, 아동학대, 살인등의 사건들도 거침없이 다룬다.
하지만 요즘 자주 언급되는 언론의 기사들을 보면 이 책의 이야기들이 정말 허구일까?
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쇼이치로는 자신을 모울로 만들어버린.
여자와의 성관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치매가 걸린 어머니를 돌본다.
그토록 어릴적 자신을 돌보지 않고 버린 어머니를 말이다.
그리고 치매환자에서도 가족들이 가족이란 틀안에서 해결하려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와 주변의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한다.
아웅다웅하며 치매노인을 모신다면서 안으로 곪지말고 기관과 여러곳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 밝아 질것을 권하고 있다. 정말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이 이야기들이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살다보면 사는게 무의미하고 모든 것이 허무하다고 느껴질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것들이 언급이 된다.
왜 무엇때문에 살아야하는거지?
물론 딱 이것때문이야!라고는 말해주지 않지만 어릴적 아픔을 갖고 고통스럽지만
열심히 살아온 세사람을 보면서 어느 누가 죽어라!라는 말을 할수 있을까!
 
"살아 있어도 괜찮아. 넌......
살아 있어도 괜찮아.
정말로 살아 있어도. 괜찮아. "
 
살아가는 이유를 한번쯤 생각해보고 누군가를 위해 살아주기도 해봐야겠단 생각도 할 것이다.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참 힘들다.
진실을 말했다면 다 해결될 일을.. 하지만 그게 다일까? 정말로?
진실을 말한다고 해결이 다 될까? 이 책은 또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상처받고 고통받고 더 세게 세상에게 밀림을 당하면 그땐 정말 도저히 살아가지 못하지 않을까.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아닐까. 무섭지 않을까.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후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을 상대방이 알았을 경우 돌아오는 반응이. 그걸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고통일 것이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
모든 진실을 말해도 놀라지도 않고 의심하지도 않고 조금도 끼어들지 않고 들어주고
다 받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물론 책에는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진실을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 일 수있는 사람.


옛날에는 슬픈 드라마를 봐도 우는 게 무서웠어요.
우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실제 일도 아닌 일에 마음이 움직이는 나를 사람들이 바보
취급한다고 지레짐작해 버렸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인정해줘요.
멜로드라마에 우는 나도, 신문 보라는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는 나도 인정해 준다고요,
청소도 빨래도 못하지만 화내지 않아요.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어요.

와... 이 대목을 읽는데 정말 내가 정말 바라는 것도 이런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서 살고 있다는 걸 내가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만으로도
의자가 된다. 이 말이 정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 아닌가!하고 말이다.
어찌나 내가 하고 싶은 말들 생각하는 말들을 딱딱 꼬집어서 얘기를 하고 있는지 속 시원하다.
안타깝게도 영원의 아이 속 인물들은 분명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슬픈 결말을 맺고 만다.
가슴 아팠다. 너무 뻔한 해피앤딩의 결말을 죽어라 싫어하지만
깊숙히 알아버린 쇼이치로와 료헤이, 유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기에
너무나 처절한 결말이 마음 아프게 남는다.
어떻게 다들 그렇게 하나같이 갈기갈기 찢어 놓는지... 처참하다.
 
그래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료헤이와 유키는 각자의 삶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시도해본다. 여운이 남는다. 그들은 또 다시 만나게 될지...
각자의 새로운 삶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았으면하고 바래본다.
 
정말 두툼한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짜 잘만들어진 책이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발행인의 말에 적극 공감!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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