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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앗싸라비아 - 박광수
독특한 그림과 마음을 달래주는 감동적은 글로 유명한 광수생각의 박광수님의 포토에세이
앗싸라비아를 만났다.
광수생각의 팬인 나로서는 신뽀리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지만 포토에세이를 통해서
박광수의 눈으로 보는 일상 생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신뽀리에 대한 아쉬움은 접어지진 않는다. 많은 독자들이 나와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욕심이라면 사진과 함께 그의 그림들이 같이 실렸다면...하고 아쉬워해본다.

이 책을 치매에 걸리신 기억을 잃어버리신 어머니에게 바친다고 적혀있다.
어머니의 기억속에서 마지막 책일지도 모를 책.
그래서 일까 이 책에는 어머니에 대한 박광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소한 일상에서의 어머니의 이야기.
어릴적 어머니의 가르침.
작가는 아마도 사진을 찍고 글을 적으면서 어머니를 계속 떠올렸던 것 같다.

앗싸라비아 속 사진은 저자가 말했듯이 와~ 정말 아름답다!하는 그런 사진은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가 감춰진 이야기가 하나쯤 있을 법한 그런 사진들이다.
소박한 사진들도 있고 제법 잡지화보 속에 나올 법한 사진들도 있다.
하지만 정감 가는 건 호떡을 붙이는 사진이나 대패 삽겹살의 소소한 사진들이다.
그리고 그에 곁들여진 박광수만의 생각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멋진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그 경이로움에 놀라 카메라에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지만, 그때 카메라를 들었다면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감상하긴 어려웠을 테니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책 [앗싸라비아]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를 느낄 수 있으며, 가장 아름다웠을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를 바로 꺼내들 수 없었던 그 수많은 아름다운 풍경들과 나날을 떠올리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박광수
어떤 책에 보니 진정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카메라를 꺼내 담을게 아니라
멈춰서 마음에 담으라던 말이 생각난다. 정작 즐기고 느껴야할 시기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성급함이란... 그렇지만 그 찰나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참으로 힘들다.
마음에 담고 싶지만 지워질까봐 두렵기 때문일까
다시는 그런 것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일까
마음에 담기보다 카메라로 영원히 내것이 되기를 바라는 나다.
찰나를 느끼고 싶지만 앞으로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방정맞은 유혹을 뿌리칠 순 없을 것 같다.

철없는 어린 아들과 고기를 먹는다. 아니, 고기를 굽고 자르기를 한다. 나는 고기를 굽는 사람. 나는 고기를 자르는 사람. 아들이 고기를 먹는 내내 나는 고기를 굽고 자르기에 여념이 없다.
아들이 고기를 먹어보라고 재촉하면 잠시 굽고 자르기를 멈추고, 가끔 아주 가끔 기름이 대부분이거나 타버린 고기를 먹는다. 갑자기 울컥하는 이유는 내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내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고기를 굽는 사람. 나는 고기를 자르는 사람. 자자손손 대대로 이어온 직업. - 66~67page
기억에 남는 글귀다. God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가 떠오르는 글.
철없는 어린 아들은 고기를 먹고 아들을 위해 나는 고기를 굽고 자르기에 여념이 없다.
이 글을 보며 나도 갑자기 울컥한다. 내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내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박광수의 앗싸라비아는 신뽀리의 그림이 포함되지만 않았을뿐
저자 특유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그래도... 신뽀리가 계속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