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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환상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북폴리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상도서관"이라는 책의 제목에 흥미를 가질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 왠지 이 책은 꼭 읽어야만 한다고 느꼈다.
책은 디자인이 참 멋스럽다. 북폴리오의 책들은 속내용도 물론이지만 책디자인까지 허술하게 보지않는 출판사라는 생각이든다.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서점에서나 어디가서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때 겉표지와 그림을 보고 고르면 실망하지 않는 책을 고를 수 있다는 방법을 알려준게 기억이 난다. 화려하고 시선을 끈다는 표현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책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책을 고르라는 뜻일거다. 만약 내가 책을 만든다면 그냥 대충 책표지만 만들어 덮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최대로 멋진 그림과 최대로 멋진 책으로 만들고 싶을테니까!
꼭 소설책이 양장본이고 하드커버일 필요는 없지만 왠지 이런 책을 만나면 좀 더 소중히 다뤄줘야할 것같다. 아무튼 이 책은 겉모습부터 제목까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덮개를 벗겨보니 시선을 끄는 멋진 표지와는 다르게 까만 배경에 조금은 괴기스러운 책한권의 그림이 있다. 이 책은 환상도서관의 이야기중 하나인 "초소형 도서관"에 나오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그림이 왜 그려있을지 생각하면 디자인한 사람의 재치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책이 두르는 것들은 죄다 걸쳤다. 덮개, 띠지, 가름끈, 하드커버까지 다 있다. 책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경을 쓴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 책이 양장본식이 아닌 그냥 페이페북이였으면 어울리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구석 구석 찬찬히 살펴볼만큼 기대가 참 큰 책이었다. 그냥 슬슬 넘겨 볼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식구들이 다 자고 조용할때 천천히 읽어갔다.
[환상도서관]은 가상도서관, 집안 도서관, 야간 도서관, 지옥 도서관, 초소형 도서관, 위대한 도서관, 작가의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 모든 책이 다 있는, 심지어 내가 미래에 집필할 책도 볼 수 있는 가상 도서관
- 집안을 책으로 채워 버린 남자 이야기 집안 도서관
- 지구상에 존재해 온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야간 도서관
- 영원히 책을 읽어야 하는 형벌이 기다리는 지옥의 이야기 지옥 도서관
- 펼칠 때마다 새로운 책이 나오는 요상한 책 이야기 초소형 도서관
- 하드커버 책만 소장하는 마니아의 아무리 해도 죽지 않는 페이퍼백 책과의 혈투 위대한 도서관 내용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본 이야기들을 잘 끄집어 내서 환상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다 읽고 나니 예전 텔레비젼을 통해 보았던 "환상특급"과 같은 이미지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지만 일어난 신기한 이야기.
책이 너무 좋아 한동안 집에 책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본 적있는데 이 책을 보니.. 그건 꼭 좋은 생각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제대로 책을 읽을 줄도 모르면서 쌓아두는 독자를 비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만 읽으면서 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영원히 책을 읽어야 하는 형벌이 기다리는 지옥 도서관에서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책만 죽을때까지 읽어야하는 형벌은. 정말 지옥 같겠단 생각이 든다. 재미있고 나에게 맞는 책이면 모르지만 정말 지독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은 지옥!이 따로 없겠지. 책의 내용은 보지 않고 장식장에 꽂아두는 장식물처럼 취급하는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하는 위대한 도서관도 나를 찔끔하게 만들었다. 펼칠 때마다 새로운 책이 나오는 초소형 도서관에 나오는 책은 나에게 준다고 해도 나는 가지지 않을 것 같다. 왠지 너무 무서워서. 책 표지에 나온 저 책그림을 보니 결국엔 뭔가 사악한 기운이 사로잡을 것 같다. 아마 이건 남의 책을 부도덕하게 표절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일침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책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막막할 것 같은 소재로 이토록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저자가 참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엔 또 저자에 대해 검색해서 찾아보게 만들었으니 참 매력있는 저자다.
책에 포함된 일러스트 또한 이 환상도서관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한 칸 들여쓰기가 아닌 독특한 들여쓰기.
한 면을 다 채우지 않은 구성등이 이 책을 지루하지 않은 독특한 책으로 생각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책으로만 상상이 안되는 책들에 관해서도 일러스트를 통해 상상이 된다.
환상도서관 책을 맨처음 받고 저자에 대해서 봤을때 1948년에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났다고 봤는데 맨 처음 이야기인 "가상도서관"을 읽고 어? 정말 1948년생이야?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지금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 때 느끼는 것들을 얘기해주고 있어서 저자에 대해서 많이 궁금하게 만들었다.
스펨메일을 우연히 열었다가 신기한 가상도서관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보고 나니 확인도 안해보고 바로 휴지통으로 버려버리는 메일들에 살짝 눈이 가기도 한다. 말도 안되지만 나에게도 혹시 이런 일이?는 아닐지라도 혹시 열어 보지 않은 메일에서 뭔가 나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이 이야기에 왜 젊은 작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지 나의 편견도 살짝 느껴본다.
야간도서관의 이야기는 약간 미스테리한 이야기인데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로 뒷이야기를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하지만 뭔가가 일어나질 않는다.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뭔가 좀 더 있을 것 같지만 결국엔 아쉽게 일어나진 않는다. 사전의 전개만 있고 결말은 다 없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여운이 크게 남는 것 같다. 결말이 나왔다면 에이 이게 뭐야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가지 책을 읽으면서 좀 불편했던 점은. 주인공들이 다~~ 좀 뭐라고 할까 정신적으로 편집증적인 증상이 있다. 한가지에 집착하기도 하고 이유를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던가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파헤치려고 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6가지 이야기의 모든 주인공들이 이 이상한 일들에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서 공감은 약간 덜되는 것 같다. 평범하지 않는 주인공들. 주위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인기있고 활동적인 주인공은 아니다 정적이고 조용한 그러면서도 꼼꼼한 주인공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게 조용하고 그래서였나. 좀 더 입체적인 주인공들 이었으면 내용이 더 환상적이었을텐데~ 아.. 이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을 우찌할지 모르겠다.
" 어떻게 할 바를 몰라서 나는 미스터리를 풀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를 보면서 내가 하지 못하는 대리만족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일상의 내가 바로 저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기때문에 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위대한 도서관에서 주인공은 덮을때마다 새로운 책으로 변하는 이 책을 보고 그래도 필사를 해서 자신의 책으로 만든다.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 생각난다. 여고생이던 주인공이 비오는 날 우연히 시가 적인 시를 적어 백일장에 내고 그 일로 상을 받는다.하지만 그 주인공은 살면서 그 죄책감에 시를 쓰는 일을 안하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살려고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가 만약 내가 이 책을 가지게 된다면 절대로 쳐다도 안보고 버려버릴 것 같다. 남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그 찝찝함을 가지고 싶지 않다. 이 하나의 이야기로 6가지 이야기를 하나도 묶어서 얘기한 마지막 이야기도 참 마음에 들었다. 결말이 신선하다고 할까.
또 이책의 특이한 점은 저자 조란 지브코비치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유고슬라비아 작가로 미국에 진출하기란 참 힘들었나보다. 저자는 어릴때부터 작가로 데뷰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책과 관련된 일들을 하면서 내공이 쌓였다고 할까. 그래서 이렇게 책에 관련된 다양한 시선의 책을 쓰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번역본의 책이 원본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음을 얘기해준다. 본인이 번역본을 낼때도 번역자와 함께 많은 공유를 하면서 영어번역을 했다는 것을 보면 역시 영어는 뭘해도 기본이어야하나보다라는 씁쓸한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식이름으로 바꾸라는 말에도 굴하지 않고 조란 지브코비치란 이름을 결국엔 쓴 이 작가.
참 매력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엔롤링"도 에이전트를 통해서 어렵게 해리포터를 출판했다고 하는데 왜 대작을 제대로 보질 못하는거지! 나중엔 결국 빛을 발하지만 말이다. 이 인터뷰를 보다보면 진짜 옥석인데 빛을 보지 못하는 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말들을 해주고 싶은 것 같다. 책을 어떻게 골라야하는지 뭘 봐야하는지...
조란 지브코비치는 책과 관련된 소재로 독특한 책을 쓰는 것 같다.
평범한 서점에서 의문의 사망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형사가 나오는 미스테리 소설 더 라스트 북, 한 권의 책의 일생일 인간의 삶에 빗대어 묘사한 책 죽이기도 출판되었는데 그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후회하지 않을 그런 책인 것 같다.
재미있고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