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사는 법
박완서.한말숙.김양식 외 지음, 숙란문인회 엮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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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46가지의 이야기

<행복하게 사는 법>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여류문인 2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기억이 어슴푸레한 어릴 적 이야기와 학창 시설, 현장을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 그리고 나이듦을 소재로 세대별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옥같은 글들이 담겨있다.

<행복하게 사는 법>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자기개발서"일거라 생각했다가 아~ 이거 괜찮은걸 하면서 금새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참 쉽게 써져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문체들이 아마도 여류작가들이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이들이 모여 숙란문인회를 2005년 11월 9일에 설립하고 문집을 만드면 어떻까 하는 생각이 모여져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한 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뛰어난 여류문인들이 나왔다니 학부모가 된 입장에서 숙명여고가 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 많은 인물들을 배출해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또 故 박완서님의 유작이 담겨있다.

이렇게 많은 여류 작가들의 글들을 이제까지 제대로 읽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도 생긴다. 도대체 무슨 책들을 읽었던 것인지 좀 더 다양한 더 많은 작가들의 글을 편식하지 말고 읽어야한다는반성도 살짝 해본다.

22작가의 46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이어서 다가오는 것도 편안하다. 그렇지만 읽고 난후에 마음에 남는 것은 의외로 크다.
결코 어려운 말들로 써내려간 것이 아니다. 화려한 글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평범한 말들과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적은 글들이라 생활에서 공감가는 것들이어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고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아버지라는 말을 떠올리면 엄마를 떠올리는 것과는 다른 측은함과 고마움이 있는 것 같다. 한말숙 작가의 "아버지의 기도"를 읽으면서 내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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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40세 때 태어난 딸이었으니, 나의 앞날을 얼마나 염려하셨을까. 막내딸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았고, 더구나 나의 너댓 살 때는 1930년대 초여서, 늦게 단 딸애에다가 나라는 일본의 식민지여서 집안일이며 나라 일도 앞이 보이지 않는 때였다. 그래서 평생 걱정 없이 놀고 먹기만 하는 '뱃놈의 개 팔자'처럼 되라고 아버지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간절히 기도하신 것이다.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반세기도 더 지나고, 내 나이 지천명을 훨씬 넘고 나서 비로소 겨우 그 뜻을 깨달은 나다. 숙연히 아버지께 고개를 숙인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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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두분이 다 맞벌이셔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애뜻한 기억은 잘 나질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생생이 기억나는 어린 시절 기억이 하나있다.
동네 시장에 아버지가 나를 무등을 태워서 다닌 기억이다. 정말 어릴때의 기억인데도
아버지의 머리를 잡지 않고 눈을 가려서 아버지가 손을 꼭 잡아주시던 그 느낌과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행복, 아버지의 기억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아련해진다.

어릴 적 기억은 하나도 안나는데 이 기억은 왜 뇌리에 생생하게 남겨져있는지...


고 박완서님의 글. 행복하게 사는법! 아 이 제목으로 책제목을 썼구나~.
고 박완서님의 책들을 아직까지 다 보질 못하고 있다. 생각만하고 미루고 있는데 이 짧은 글을 읽고 차근차근 다 읽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말이 어렵지 않고 쉬우면서도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참 좋았다. 역시.. 라는 말이 나왔다.
보석처럼 빛나던 나무와 여인에 나오는 박수근의 그 나무와 여인의 그림이 어떤 그림일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다보면 나의 무식함이 참... 뭔가를 찾아보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든다. 사전지식이 너무 부족하다. 결국 찾아봤는데 우리 아들녀석 내 옆에서 이 그림을 보더니 " 우와 잘그렸다 "라고 말을 꺼낸다. 5살 밖에 안된 녀석에게도 좋은 그림으로 다가오는 그림이라... 내가 또 다른 부연설명을 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고 박완서님의 [나목]도 꼭 한번 만나봐야겠다.

보석처럼 빛나는 나무와 연인에서 고 박완서님의 솔직함을 볼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예전 시절 잘못됨을 감추지 않고 스스럼없이 저렇게 풀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면서도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항상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고 사는 나도 언젠가는 나의 잘못을 되돌아보면서 진정으로 뉘우치게 되길 희망해본다.

'행복하게 사는 법'의 글을 읽으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것에 대한 생각들도 해보았다.
행복 정말 사람들이 많이 찾고 생각하고 꿈꾸는 것이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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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거나 권세를 잡거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되듯이 행복해지는 것도 일종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공한 소수의 천부족 재능과는 달리 우리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능력입니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 주셨습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그게 눈에 보이고 실감으로 느껴지는 게 연륜이고 나이 값인가 봅니다....

 인생도 등산이나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은 길고, 절정의 입지는 좁고 누리는 시간도 순간적이니까요. 이왕이면 과정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게 아닙니다. 과정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 등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원할하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내가 남을 미워하면 반드시 그도 나를 미워하게 돼 있습니다. 남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그가 나를 싫어한다고 여기는 불행감의 거의 다는 자신에게 있습니다. 자신이 그를 좋아하지 않고 나쁜 점만 보고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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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그래요 맞습니다. 불행한 것은 다 나에게 원인이 있지요.하면서 끄덕 끄덕 하면서 읽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콕콕 찍어서 말을 하고 있는지 너무 찔려서 놀랐다. 남들도 다 나랑 똑같게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서. 정말 뭐가 우선인지 모르고 생활하고 있는 나를 느낄 때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면 될 것 같다. 내 탓이오 내탓이오... 내탓이오.


학창 시절 우산을 잃어버렸을때 호랑이 선생님과의 에피소드.
내 아이의 일 일수도 있기에 더 공감가면서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우산을 잃어버려서 매번 호랑이선생님께 분신물이 있는지 확인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우산을 자기것인양 들고나왔는데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년 뒤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자 호랑이 선생님은 봐주시지 않고 금도끼를 탐낸 욕심꾸러기가 어떻게 됐지?로 시작해서 울음이 쏙 나오도록 혼내주셨다.

결국 우산은 찾지 못했지만 금도끼의 교휸을 되새기게 하며 내 양심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아이가 우산을 잃어도 그것만은 탓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에서는
나도 내아이게 정작 잃어야할 것과 잃지 말아야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게 하지는 않는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혼내지 않는 엄마되기.
정작 필요한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엄마되기!

머리에 꼭꼭 담아본다.


46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다 마음에 담겼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몇몇은 조금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고 나에게 공감을 끌어내기는 살짝 부족했지만
22명의 작가들의 글을 보며 내가 아직 접해보지 많은 책들에 대한 호기심이 한층 더 생겨났다.

내 삶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나도 행복하게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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