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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이 사라진 날 ㅣ 평화그림책 4
야오홍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평점 :

<경극이 사라진 날 1973년, 친화이허 강가에서>는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 책 시리즈 중의 한편이에요. 한국(사계절출판사), 일본(드신사), 중국(이린출판사)가 공동으로 출판했어요. 평화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작가들이 함께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평화그림책 소개에서 인상적인 글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 한, 중, 일 세 나라는 가까운 이웃나라들이지만 서로 동등하고 평화롭게 지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근대에는 힘을 앞세운 제국주의 세력의 욕심 때문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불행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 나라 사람들이, 나아가 온 세계 사람들이 평화로이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경극이 사라진 날>은 친화이허 강가의 외할머니 댁에 머물고 있는 한 소녀가 유명한 경극 배우 샤오 아저씨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한번도 본 적없는 샤오 아저씨의 생활에 아이는 하루 종일 아저씨의 옆에 붙어 다닙니다. 경극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녀에게 아저씨는 경극 표 두장을 주었고 화려한 경극에 빠져듭니다. 그렇지만 일본군 폭격기가 떨어지며 비좁은 방공호에 숨게되었고
"내가 난생 처음 극장을 찾아 경극에 깊이 빠져들었던 그 저녁,
그 아름다웠던 저녁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라는 안타까움을 남기고 책은 끝이 납니다.
어두운 방공호속에서 샤오 아저씨가 남겨준 머리띠를 두르고 경극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친화이허 강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 낯설어 보이진 않는 점도 우리나 그들이나 똑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일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전쟁은 참 무의미한 일일텐데 아이들에게 전쟁을 어떻게 제대로 설명해줘야할지 한참을 고민해봅니다.
경극이 사라지는 날은 칼라풀한 색체나 화려한 그림이나 귀여운 캐릭터, 멋진 글이 있는 책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어두운 색체와 그림 속에서 중국의 옛 친화이허 강가의 사람들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주인공소녀의 일기와 같은 짧은 글로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갈 수 있었어요. 다 보고 난 후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점이 아이들이 경극이 사라진 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일 것 같아요.
책을 보다보면 중국을 사랑하는 지은이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책의 그림들은 옛날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다소 거친 느낌의 다듬어지지 않은 그림들 같지만 표정하나하나가 살아있어서 시선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경극 공연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화려하게 표현되고 있어요.
아이들이 이 그림을 보고 경극에 대해 굉장히 관심있고 궁금해하더라구요.
책을 통해 호기심을 갖고 더 알고 싶어하는 그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얼마나 잘 제대로 채워주느냐가 부모들이 숙제가 아닐까 생각되요.
책을 다 본후 경극을 설명해주려고 하는데 저는 예전에 "폐왕별희" 영화를 봐서 좀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알려주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경극에 대해 찾아서 보여주었지요. 경극에 빠져서 둘이 오랫동안 보았답니다.
예전엔 경극은 남자들만 했고 여장남자가 공연을 했다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더군요.
그리고 책에 나오는 경극하는 아저씨 샤오윈센이 이런 공연을 했구나하면서 보더라구요. 실제로 경극을 보여주지 못해서 조금 아쉽긴 했어요. 기회가 되면 경극을 꼭 한번 보고 싶어졌어요.
한, 중, 일 세 나라는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그리 사이좋게 지내오지 못한 것 같아요. 무턱대고 과거의 상처로 그들을 적대시할 필요도 없고 강요할 필요도 없는데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쉽지가 않죠. 아이들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조금씩 알고 느껴야 어른이 되서도 우리 나라와 이웃나라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세계관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쉽게 중국의 ’난징대학살’에 대해서 접할 수 있어요.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소녀를 통해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요. 또한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중국의 경극을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 뿐 아니라 내 이웃나라의 전통문화 또한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아이들이 좀 더 넓은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