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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으로 본 메소포타미아 고대제국
김환철 지음 / 솔로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구약을 읽다보면 몇몇 인물들의 믿음의 행보에 대하여 감동받으며 그 믿음의 깊이에 대하여 묵상하게 된다. 나한테는 그 중 한 명이 바로 유다왕국의 히스기야 왕이었는데 앗시리아의 침공을 받으며 국가의 존망 앞에서 기도함으로 구해달라 절규했던 그의 믿음은 내게는 대단한 신앙의 표현으로 본받을 인물이었다. 그래서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때마다 성경에서 그 부분을 가끔 펼쳐보고 읽고는 한다. 그러다보니 그 상대방인 앗시리아 왕 산헤립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고 유다왕국을 쳐들어온 그는 결국 선지자의 예언대로 그의 오만함으로 유다왕국을 공격하기는 커녕 고국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하고자 급히 귀국하였다가 자신의 성전에서 예배를 올리던 중에 자신의 장성한 두 아들들에 의하여 살해당하고 만다. 또한 요나서에서 나오는 니느웨는 앗시리아의 수도, 니느베를 말한다고 한다. 그리스의 문학이나 고대 근동문학에서 곧잘 나오는 니느베는 풍부한 물자가 모임으로써 문화와 향락의 중심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꾸 접하다보니 이 당시 국제정세는 어떠했으며 세계사나 현대 건축기술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 고대중동국가들의 역학관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산헤립은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고 왜 자신의 아들들에게 살해되는 형태로 그 생을 마감하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라딘을 뒤적이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은 거의 전설로까지 여겨졌던 기원전 2천년대에 존재했다는 수메르왕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브라함이 그의 부친이 살았던 하란을 떠나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는 내용에 따라서 시작점을 그 시대로 잡은 듯 하다. 성경말씀으로 읽을 때는 유대민족의 시점에서만 따라가게 되었었는데(구약은 유대민족의 역사책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을 병행하여 읽게 되니 당시 아브라함의 이동은 오랜 기간동안 해당지역을 지배해왔던 수메르왕국의 멸망으로 인한 당시 세계가 매우 혼란스러운 가운데 있었던 일이었다. 그 때는 4개지역으로 문명이 있었다면 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최대강국인 수메르왕국의 멸망은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가 대규모 전쟁으로 둘 다 멸망해버렸다는 가정 하에 받아들여도 될 정도로 그 지역에서는 큰 혼란과 소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 후로 바빌로니아, 앗시리아, 페르시아, 히타이트, 시리아 등 우리가 세계사에서든 여행에서든 어떻게든 접해보고 들어본 고대문명의 가장 찬란하고 가장 강력했던 제국들의 면면이 그 엄청난 세월을 뚫고 그나마 남아있던 유적들을 통하여 확인되고 검증된 내용에 한하여 차례차례 독자에게 전달된다. 사족이지만, 세계 4대문명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지역의 앞선 문명과 문화는 나일강유역이나 황하강유역의 후발주자들가 감히 비할 바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시기의 이 제국들은 그 당시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화려하고 앞선 제국들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오죽하면 그레함 핸콕같은 이는 <신의 지문> 등의 책에서 수메르민족은 사실 외계에서 온 앞선 문명인들이고 지구상의 고대제국의 흥망성쇠는 그 우주인들 간의 분쟁이 지구에 세워둔 속국들(지구인들)을 통해 대리전으로 이뤄진 것이라고까지 가설을 펼쳤겠는가.
이 위대한 제국들의 관계는 그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서로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며 땅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을 통하여 하도 얽히고 섥혀서인지, 책 속에서는 시대별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라별로 정리한 것이 저자 입장에서도 훨씬 편했을 것이고 읽는 내 입장에서는 고마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왕들의(본인들은 자신들을 그저 위대한 "王"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중국의 관점을 借用한다면 그 광활한 영토와 집약된 富와 화려한 문물을 고려할 때 그들은 이미 그 때부터 "皇帝"들이었다) 이름은 하나같이 한글로 써도 7~8개의 글자수를 자랑하며 길게 나열되는데 이 와중에 "이 때 앗시리아는 @왕이었고 히타이트는 %왕이었으며 바빌로니아에는 $왕이었고 이집트는 &왕인 때였다"고 시대별로 정리하고자 했다면, 각 국의 왕의 이름들을 적어넣는데만도 한 문장이 기본 3줄 이상은 갔을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흥진진하게 펼쳐지는 고대제국들의 면면은 앗시리아에 이르러서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자리잡혀있었던 내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려줬다.
요나서에 보면 선지자 요나가 니느베에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 전달을 거부하는 이유가, 앗시리아의 잔혹함과 포악성, 끔찍할 정도의 철두철미한 파괴를 자랑하는 정복군의 행태에 치를 떨었기 때문으로 나온다(기본적으로 작정하고 부쉈다하면 씨도 안 남기고 말살시켰는데, 가령 어떤 왕은 모든 건물들을 다 없애고 사람들을 모두 끌어내서 죽이고 먼 타지로 이주시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물을 끌어다가 남겨진 도시를 잠기게해서 물이 빠진 뒤에는 정말 말 그대로 땅만 남게 했다). 보통 종교와 상관없는 다른 역사서들을 읽어보아도 앗시리아는 항상 무식하며 용감하기에 오히려 광폭하고 잔인무도한 폭도들인데 힘만 세서 주변국들을 아주 유린했던 악마와 같은 존재로 나온다. 그래서 앗시리아가 멸망한 그 날 많은 나라들이 축배를 올리며 자신의 신들에게 기쁨의 경배를 드렸다고 했던가... 하지만 남겨진 유적과 유물들을 통하여 철저히 검증되고 考證된 내용에 한하여 그 저술의 근거로 삼은 이 책에 의하면, 앗시리아가 그렇게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제국으로 여겨지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앗시리아가 처음 시작할 때 이미 고도의 문명을 이루고 자랑했던 바빌로니아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간 것이 두고두고 그들에 대한 汚名을 남긴 원인이었던 듯 싶다. 마치 조선이 개국 이후 바로 중국에 대하여 한 수 접고 문화적 종속국을 자처함으로 500년 역사를 채워서,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잘 모르는 內外國人에게는 조선이나 한민족 자체가 동북아의 변변치 못 한 꼬마집단인 양 인식되는 것처럼 말이다. - 한반도의 여러 왕국들은 자주독립국으로 때로는 그 영토가 대륙과 해양을 넘나들 정도로 힘을 키우며 다양한 군사행위와 외교활동으로 그 긴 세월을 잘 지내왔었는데, 선대왕국들과의 차별화를 꿰한다는 것이 고작 주변 강대국에게 자처하여 속국으로 삼아달라 한 것이 잘 한 짓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물론 조선태조 입장에서는 그 당시 정치적 상황이 그럴 만 했겠지만 그런 개국방향 제시가 결과적으로 후대에 얼마나 많은 걸림돌을 제공하였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광해군 때 어떻게든 그 고리를 끊어내려고 했었는데 이미 머리가 굳을대로 굳어버린 집권세력으로 인해 오히려 왕이 축출되는 상황까지 갈 정도였으니.. 그 결과로 결국 세계정세를 읽지 못 한 愚君으로 인해 병자호란의 고통을 겪었던 걸 생각하면 태조가 후대왕에게 중국에 대한 속국으로서의 禮가 사실 조선왕조 건립목표 중 하나는 아니라는 祕書라도 남겨놓고 갔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앗시리아는 바빌로니아의 문명을 흡수하면서 자신들의 문화세계를 이룩하여 후에는 바빌로니아를 뛰어넘는 수준의 건축기술과 저술을 자랑한 광대한 제국이었다. 앗시리아 제국의 잔혹성과 피정복지에 대한 철저한 파괴는, 물리적으로 이동수단이 제한된 고대시대에 군대의 이동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리니 광활한 영토를 단기간 안에 제압하고 변함없는 통치를 도모하는 제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피치 못 할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제국의 통치에 대하여 감히 反旗를 든 자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파괴는 주변국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혹 있을지 모를 반란의 기운을 미리 잠재우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 결과적으로는 그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역사는 알려주지만. 그래서 타 제국의 제왕들과는 달리 앗시리아 제국의 왕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정복된 나라를 유린하였고 어떻게 파괴하고 처벌하였는지 그 형벌의 내용과 규모까지 상세히 비문에 새기어 제국의 곳곳에 세움으로써 자랑하였다 - 이런 행위 때문에 앗시리아의 잔혹성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후대에 전해지게 된 듯 하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집트나 페르시아나 중세유럽국들, 또는 고대 중국제국들은 반란을 일으킨 속국들을 대할 때 그리고 정복전쟁을 해나갈 때 과연 앗시리아와 다른 점이 있었을까?
나를 이 책으로 이끌어준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앗시리아의 산헤립왕. 그는 성경에서는 산헤립이라 알려졌으나 실제(에 가까운 발음으로) 이름은 센네게리브였다. 그리고 그는 사실은 앗시리아제국이 그 후기에 배출한 걸출한 제왕 중 한 명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유대민족은 그 선민사상으로 반골기질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선민사상이란 자기민족 내부에서는 결속력에 좋을지 모르나, 그 속에 담긴 어쩔 수 없는 자기 민족에 대한 우월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불거져나오는 배타주의 속성으로 인해서 주변국들에게는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고 때로는 강대국의 철저한 응징을 불러오는 처절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일반사회에서의 개인들 간에도 그러하지 않는가. 괜히 잘난 척을 심히, 오래도록 했다가는 결과적으로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때로는 한 대 얻어맞고나서 엉엉 울게 되는... 개인적으로는, 구약에서 보여지는 유대민족의 선민사상은 그리스도가 오실 때까지 그 그릇이 될 민족으로서 그 혈통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한 특단의 장치였다면 신약을 통해 그리스도가 오셨고 그 구원의 역사를 혈통을 뛰어넘어 전파하였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약속인데, 오늘날의 유대인들은 아직도 자신들"만"의 메시아가 오시지 않았다고 믿기에 계속 선민사상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중동을 지구 상의 화약고로 만들어놓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세계정세에까지 환란을 끼치는 행위를-엄청난 자본으로 군사적 강대국들의 정치/외교에 입김을 작용시킴으로써 - 서슴치 않는 걸 보면 사실 저 나라부터 손 보셔야하는 것 아닌가 싶기는 하다.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스라엘-유다왕국의 왕들은 초대 다윗-솔로몬 시대를 지난 후에는 그다지 영특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읽어낼 수준이 안 되는 이들이 줄줄이 왕위에 앉다보니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다가 오판을 하여 애꿎은 백성들만 무수히 죽어나가게 하는 결과들을 자주 만드는데, 센네게리브에 대한 유다의 히스기야왕의 반란동조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는 히스기야의 완전한 항복으로 센네게리브는 물러간다.(청태종이 조선의 인조에게 항복의 의미로 三拜九叩頭禮를 받고나서 매년 엄청난 양의 조공을 약속받고 왕세자 이하 왕의 嫡子들을 포로로 삼아 조선왕조를 그대로 놔두고 물러간 것과 같다. 따지고보면 히스기야도 집권자로서는 인조만큼 무능한 왕이었던 것 같다.) 앗시리아의 평소 행위로 봐서는 유다왕국을 철저히 유린하여 폐허로 만들고 갔어야했는데 항복만 받고 재빨리 물러간 이유는 본국에서 날아온 역모소식 때문이었다. 아마 귀국 후 可視的인 역모행위는 쉽게 제압했던 듯 한데,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자신이 모시는 신의 성전에서 감사의 예배를 드리던 중 그는 그만 친아들들에게 살해되고 만다. 성경에서는 이는 하나님의 뜻으로 되어있는데, 여하튼 사람이 움직이는데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의 실질적인 發露가 있으니까.. 그 부분을 앗시리아의 역사로 살펴보자면 센네게리브에게는 여러 아들들이 있었는데 계비를 통해 얻은 막내아들이 못내 예뻤나보다. 그래서 그의 후계자로 그 어린 아들을 세우고자 하였다고 한다. 그 후의 상황은.. 조선왕조의 태종이 어떻게 집권하게 되었는가를 떠올리면 된다. 태종과의 차이점이라면, 태종은 그 동생들을 살해함으로써 왕위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앗시리아의 왕자들은 아버지를 살해하였고(그 이복동생도 당연히 죽였으리라 생각된다) 이후 자기들끼리 누가 왕위를 차지할까 내분이 난 상황에서 바빌로니아 속국을 다스리고 있던 센네게리브의 둘째 아들(패륜을 저지른 왕자들에게는 이복형제이든 동복형제이든 어쨌든 형뻘이었을 것이다)에 의하여 패퇴당하고 만다 - 그리고 그 패퇴자들도 아마 역시 살해되었을 것이다.(읽다보니 느낀 것인데 광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을 다스리는 권력층의 입장에서는 친족간의 살해행위는 결코 패륜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행위가 옳다는 것이 아니고 그게 하도 일상다반사가 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성공한 둘째아들은 에셀핫돈왕으로 아버지 뒤를 이어 앗시리아 제국의 제왕이 된다. 그리고 그는 앗시리아 후기의 걸출한 왕 중 한 명으로 기록된다. 사자새끼들은 다 사자이고 영웅의 자손은 다 영웅이라고 했던가. 진시황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느꼈지만 시대가 낳은 걸출한 인물의 자손들은 대부분 그 자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인 듯 하다. 진시황과의 차이점이라면 센네게리브는 사람 보는 눈이 그런대로 정확하여 그 뛰어난 아들을 잘 활용하였고, 그 덕분에 그 아들은 바빌로니아 속국을 다스린 행정경험으로 앗시리아 제국을 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엣셀핫돈 이후에는 그 동안 힘을 축적하여 재기를 노리던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앗시리아는 결국 망하고 만다. 여기서 재미난 것은.. 유다의 히스기야 왕이 병으로 앓다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났을 때 바빌로니아에서 사절을 보낸 내용이 성경에 나온다. 히스기야는 비록 당시로서는 앗시리아의 속주에 불과하나 그래도 한 때 유명강대국이었고 또 문화대국으로 이름 높은 바빌로니아가 일부러 자신한테까지 사절을 보내온 것에 감격하여 자기가 갖고 있던 물질들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로 인해 유다왕국의 멸망을 예언받는다. 유대민족 관점에서는 이 정도로 끝이지만, 당시 세계 정세로 보자면 그 동안 힘을 축적하였던 바빌로니아가 서서히 앗시리아에 대한 반란을 계획하며 주변 소국들에 대한 포섭에 나선 행위의 일환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바꿔말하면 히스기야의 快癒에 대한 축하사절이라기보다는 반란군 규합을 위한 외교사절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로 성경의 예언대로 당시 중동 시민들에게 원성을 자자하게 얻고 있었던 앗시리아는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패망하고 그 크고 아름다운 궁전은 점령군 손에 넘겨주기 싫었던 마지막 제왕에 의하여 철저히 파괴되고 화염에 휩싸여 스러지고 만다. 그리고 유다왕국은 히스기야의 잘못(교만)을 책망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예언대로 바로 그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멸망한다.
앗시리아 부분만 놓고 읽자면, 마치 앗시리아는 스타워즈에서 전 은하계를 정복하고자한 자기 목적에만 충실한 사악한 황제이고 그에 대항하는 각 속국들은 그 사악한 힘에 대항하여 결집하는 반란군처럼 읽힌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Jedi인 양 비춰졌던 나라도 결국 그 목적은 앗시리아의 패권을 빼앗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한 것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원래 인류의 역사 아니었나.
성경이나 또는 어느 한 민족만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각 제국의 興亡盛衰와 각 국간의 연관관계를 비교적 알기 쉽게 씨줄과 날줄로 엮어 촘촘히 보여준다. 한 나라만 살펴볼 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외교적 결정과 군사행동 등이 여타 주변의 제국들과 관련지어 살펴보게 되니 왜 그랬는지 또는 어째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시작은 성경에서 나오는 고대 제왕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였지만 그에 대한 답 뿐만이 아니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화려한 고대문명의 위대한 제왕들과 제국들에 대한 이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덤으로 얻은 즐거움이었다. 가령, 그 동안 고대문명의 시발점이자 최고점으로 생각했었던 이집트는 사실 이 중동의 제국들에게는 이빨빠진 호랑이에 불과했었고, 또 현대 유럽국들에 의하여 문명의 절정으로 여겨지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이 제국들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불과하며 오늘날 칭송받고 있는 그들의 민주주의는 사실은 각 도시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내세운 이합집산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 어쩌다 발전된 정치적 논리였다든가... 읽으면서도 내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줘서 각 등장인물들의 익숙하지 않고 너무 길어 기억하기도 힘든 이름들에도 불구하고 몰입하여 읽게 되었다. 이 고대문명들의 남은 유적들이 아직 건재하는 동안 직접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 정말 언젠가는 내게도 허락되는 기쁨이길 다시 한 번 소망해본다.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고대제국, 성경, 산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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