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119 구조대 1
소다 마사히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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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화가게에서 접한 것치고는 참 잘 골라집었단 감탄을 연발케 했던 만화. 뒤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항상 언제 뒷편을 볼 수 있을지, 그 진득한 시간 내기가 어려움이 안타까왔던 만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입소해서 좌충우돌하면서도, 점차 한 직업인으로 당당하게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은, 소방관이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란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 위험과 어려움을, 어떻게 단순히 직업이란 한 마디로 설명하고 그칠 수가 있을까. 긍지와 이타정신,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한 소방관 생활 속에서, 타고난 동물적 감각으로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무섭게 집중해나가는 주인공의 숨찬 호흡을 따라가다보면, 여러분도 불길 속에서 그 불길보다 더 타오르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접해본 좋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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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
맥스 데이비스 지음, 정영문 옮김 / 세종연구원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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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가벼운 책자, 하지만 그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저자의 인생과 그의 감성을 어떻게 무게로 따질 수 있을까. 이제는 자기 자리를 찾아서 올라와 있지만, 그도 한 때는 절망의 나락 속에 빠져봤었기에, 지금 그 곳에서 남아 신음하는 이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자신도 절망해봤기에, 그리고 자신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신음해봤기에, 그의 얘기는 진지하면서도 생생하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거쳐서 그가 얻은 아주 소중하디 소중한 교훈. 저자는 그걸 낯선 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 그의 아픔을 다 들어내보이면서까지 우리에게 절절하게 묻는다.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

내 자신이 힘들고, 그런데 어떻게 딛고 일어서야할지 잘 모르겠을 때, 그 때 그 해답을 찿기 위해서라도 난 이 책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 살아가면서의 기쁨과 시련이란 인생이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기쁜 날들 속에 휩쓸려서 잠시나마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을 잊을지라도, 주춤하면서 넘어지게 될 때는, 내 공허해진 눈길이 닿은 책장에서, 이 책이 내게 그 답을 일깨워줄 것이기에...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라는 우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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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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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책, 수업 시간에 카뮈를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던 교수님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나도 모르게 집어들었던 책. 나로서는 오랜 만에 다시 접하게 된 교수님 성함이, 실은 그 동안 여러 책을 통해서 그 이름을 내셨었단 간략한 설명문을 읽고서는 나도 모르게 흘린 실소... '그렇군, 아마 졸업한 이후의 시간 속에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 한 건 바로 나였나보다'라는 짧은 감상과 함께 산 두툼한 책.

내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라인강변과 르노와르 강변을 따라서 서있는 고성들을 방문해보는 것이다. 한 여름에 차 한 대 대절해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들길로 시골길로 드렁드렁 따라가면서 낯선 공간에서 귀로나마 익숙했던 시간대로의 이동... 언젠가는 꼭 하리라 라는 마음으로 꿈으로 접어두고 있던 그 길들이, 교수님의 책 속에서 활자화해서, 사진으로 글로 나타났다. 한 성마다 그 얽히고 섥힌 역사의 생생한 뒷얘기까지야 일일이 다 들려주시기에는 칸이 모자랐으리라.. 아니, 그런 것까지 다 알려주기에는 읽고 있는 독자의 자유의지를 너무 박탈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에게는 또 그 나름대로의 성 찾기 여행길이 있을 테니까.. 깔끔하게 정돈된 교수님의 필치 속에서, 나도 그렇게 고성 기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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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웬디 베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이주헌 감수 / 예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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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었던가... 집에서 한참 즐겁게 책을 보시던 아버지가, 주섬주섬 떠날 짐을 챙기는 나에게, 이것 한 권 가져가서 시간 날 때마다 보라고 주신 것이 바로 이 책이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한가지 실수, 그냥 시간 날 때마다 두고 두고 보기에는 너무 단숨에 읽혀져버렸기에...

유럽 미술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웬디 수녀님의 옷깃을 잡고서 떠난 미술관 나들이는, 그림을 볼 때에 그저 '아 유명한 화가 것이군'하고 돌아서기 급급한 나에게, 또는 '아 그릴 때 제일 큰 피사체가 저거였나보군' 하면서 성급하게 단정짓던 나에게, '얘야, 그림이란 이 구석 저 구석에까지 그 화가의 손길과 의지가 스며들어있는 거란다'라고 보여준 순롓길이었다. 그림을 남겨두고 떠나간 화가들의 유품을 바라보며, 나 같은 대부분의 문외한들은, 그 그림 한 장만 보고 말 때가 많다. 하지만,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 그림을 그려냈던 그들도, 한 때는 이 지구상에서 호흡하면서 사랑을 하고 슬픔을 나누면서 참담함과 빛남을 함께 영위했던, 삶이란 하나의 개인사를 짊어지고 걸어갔던 인생이었다는 것을...

웬디 수녀님은 바로 그들이, 그 그림을 그릴 때의 시대상과 그들의 처해진 상황, 그러기에 그 그림을 그릴 당시의 그들의 심리 상태 등을, 해박한 지식과 함께 그녀만의 따뜻한 어조로 쉽게 들려준다.

그렇다고 지금 내게, '그래서 라파엘로 그림의 뒷 얘기는 뭐였다고?' 하면서 섣부른 질문은 하지 말라. 수녀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녀에게서 그림 보는 방법도 함께 배워나간 거라면, 그것만으로도 난 훌륭한 학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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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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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씨의 글을 읽다보면 항상 느끼는 거, 이렇게까지 정직해도 되는 걸까 하는 경이로움... 그래서 또 느끼는 거, 친근감... 똑 떨어질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해부하면서도, 그 치부조차 가릴 생각 없이 다 드러내는 정직함에 차가움마저 느끼면서도 나도 모르게 박완서씨의 신간에 손이 가는 이유는, 아마 속속들이 공감하는 바로 그 철저한 차가움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적당한 가면과 가식 속에 가려진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고 서로를 느낀다. 적당히 착하고, 대신에 뒤로 적당히 호박씨 까고, 적당히 예의 차리면서 뒤돌아서서는 적당히 흠잡고 헐뜯고... 으례 그러려니 하는 사회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어낼 공간은 줄어만 든다.

그런 가운데 문득 문득 접하는 박완서씨의 산문에서 묻어나오는, 섬뜩할 정도의 독설(?)과 차가울 정도의 이성...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그러나 죽기 전에 과연 이 체면치례 세상에서 한 번이라도 겉으로 드러내고 갈 수 있을까 싶은 그 감정들이, 조금의 치장도 없이 활자화되어 흘러나오는 걸 보고 있자면, 그것 또한 하나의 쾌감일 정도다. 그래서인가? 박완서씨의 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주저함 없이 택하게 되었던 이 책에서도, 난 여전히 똑같은 만족감과 함께 그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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