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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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하는 글에서 2012년 개봉한 영화에서의 캐스팅 부분을 읽었다.  사실 소설 상의 내용 그 자체는 약간 요즘 유행하는 장미빛 인간관계 이야기 같아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데, 그 캐스팅 부분을 읽고나서는 마음이 동했다.  다카쿠라 겐과 기타노 다케시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두 사람, 그러나 작품 선택에 있어서 관객에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선물해주는 두 배우(그들의 연기를 논한다기 보다는 그들 본인이 이미 작품을 선택할 때 충분히 고민하고 들어가는 진짜 배우들이라.. 그들의 선택을 같이 믿고 따라가는 수준으로).  그런 그들이 동시에 출연한다고 하니 그 내용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주문했다.

 

덤으로 역자가 번역서를 선택하는 이유도 읽었고 저자가 요즘 어떻게 각광받는지도 읽었더니, 얼결에 같은 저자의 책으로 같은 역자가 함께 한 번역서도 또 한 권 주문했다.

 

"얼결에 얻어걸린" 소설부터 먼저 읽고나서, '그럭저럭'이란 감상에 이 책은 잠시 한켠으로 밀어두려고 했었는데 역시 그 명배우들의 선택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눈물 한 방울, 두 방울 가끔 떨구면서 금방 다 읽었더랬다.  그만큼 책장을 넘기는데 어려운 부분도 없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모습들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루호도~' 누가 무슨 역할을 맡았을지 훤히 보인다.  여기서 또 한 만남을 이뤘던 30대 젊은이 역을 S.M.A.P. 멤버인 그 분이 했다는 건 사실 좀 아쉽다, 그 양반이 하기엔 좀 더 풋풋한 배우를 넣었어도 좋았을 것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역할들도 궁금해졌다.  가령 책 끝에 설핏 나와서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긴 젊은 약혼녀의 어머니.  아내의 유골을 산골하러 떠나기 전날 주인공와 마주앉아서 담담히 주고받는 대목에서 또 난 눈물이 또루루.  참 귀하다면 귀한 양념같은 대목, 그 주요한 역할은 누가 맡았을까 못내 궁금하다.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끝이 이런 화면 속에서 이렇게 끝나가지 않았을까 하며 잠시 상상해본다.  세상은 여전히 환하고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뜨겁게 빛나는 태양 아래 해변가에 서서 넘실넘실 쳐대는 파도 위로 멀리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아진 고깃배들을 묵묵히 바라보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점점 작아지게 처리하면서 그 여행을 초대한 아내의 마지막 편지가 조용히 나레이션으로 흐르지는 않았을까.  상상만으로도 또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왜냐하면, 등돌리고 서 있는 그의 표정이 어떨지 또 상상이 되니까.  슬프다기 보다는 애잔한 미소로, 하지만 정말 잘 살아줘서 고마왔다고 나도 잘 살거라는 감사의 마음으로 저 멀리의 아내를 쳐다보면서 앞으로 걸어나갈 인생에 대해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미소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한테도 격려의 미소가 될 것 같다.  요코씨의 말대로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인생에 유효기간이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니까.

 

보통은 책이나 그 책을 기반으로 한 영상매체물을 보면 다른 쪽으로는 관심이 안 가게 되던데..  이 소설은 책으로 접하고나니 더욱 더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그럴 정도로 오랜만에 마음에 '깊이있게'라기 보다는 '잔잔하게' 울림을 전해준 내용이었다.  아, 영화는 dvd로라도 구해봐야겠다.  그보다는 타네다 산토카라는 고대시인의 하이쿠를 맛깔스럽게 누가 번역해주면 안 될까.  이 저자의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역자이지만, 이 책의 역자 실력은 상위급인 것 같다.  이왕이면 이 분이 좀 심혈을 기울여서 번역해준다면, 그 하이쿠집도 같이 음미해보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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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묘약 - 프로방스, 홀로 그리고 함께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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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접하는 교수님의 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교수님의 묘사에는 항상 오로라처럼 다채로운 색깔이 넘쳐난다.  다양한 색의 향연으로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글들.  덕분에 나도 남불여행을 즐겁게 했다.  한편으로는, '어느 나라든 시골로 들어가면 그 나라 말이 편해야하는데, 이제 불어라면 오른쪽 왼쪽도 구분 못 하는 내 주제에 언제 프랑스 구석에 들어가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볼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이태리의 어느 이름모를 시골에서 작은 집 하나를 빌려 여름을 보내보리라 야심찬 계획(같은 아직까지는 몽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는 나로서는 아주 뜬구름같지도 않은 곳이라 열심히 꼼꼼히 읽었다.  그러니까 "로 에 봉"이란 간단한 말도, '아.. 로가.. 물이군. 에는.. 동사였어. 봉은 좋단 말이네. 음 그렇구나..'하며 읽었던 불어문외한 주제에도 꿈은 꿀 수 있는 거니까 어쨌든.

 

10여 년 전, 친구랑 둘이서 르와르강변을 따라 약 2주간 자동차 여행을 한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친구나 나나 불어 못 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래저래 꼼꼼히 준비해서 상대적으로 "아주 아주" 저렴하게 다녀왔다(저렴한 여행의 제1조건은 무조건 비수기에 떠나라는 것).  짧게 길게 다양한 인연들과 여기저기 많이 싸돌아다녔지만, 지금도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불쑥불쑥 떠오르는 추억들은 바로 그렇게 내 갈 길 내가 정해서 떠나본 여행들인 것 같다.  친구와 함께 떠난 열흘간의 잉글랜드 기차여행, 홀로 떠나본 일주일간의 오스트리아 여행 등.  나름 테마들이 있었다.  프랑스를 갔을 때는 고성기행으로 질리도록 고성들을 보자, 웅장한 대리석을 보다가 깔려죽어보자였다.  잉글랜드를 갔을 때는 문학기행으로 브론테 자매에 초점을 맞추고 폭풍의 언덕의 무대를 찾아갔었다. 덤으로 네스호의 네시를 만나고 워스워드를 만나고 돌아왔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음악기행으로 모짜르트를 즐기고 빈에서는 양념으로 슈트라우스 부자를 즐겼다.  물론 문화적으로 월등히 우월했던 합스부르크왕가를 감상해보자는 것은 기본이었고.  그런데 그렇게 다녀온 여행들이 지금도 더 깊숙한 곳에 더 오래 생생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세상이 더 좋아졌으니 유럽 어디를 찍어서 가도 그곳에 있는 개인이 하는 민박집과 바로 연결이 되는 시절이 되었다.  아이가 크면 내가 그렇게 떠돌며 느낀 감상들, 느낌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벌써부터 어디를 갈지 몇군데 정해뒀었다.  거기에 이제 남불도 끼어볼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물론 교수님이 이 책에서 보여주신 것처럼 문학적으론 안 될 테고 우리 부부가 간다면 아마 토속주 위주로 흘러가겠지만, 흠..(어디를 가든 그 지방 향토주는 한 번 먹어봐야 그 지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없는 믿음.  그런데 여행할 때는 그런 것이 은근히 즐거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 몽상(?)이 제일 빨리 실현될지도 모르겠다.  알고보니 대학시절 동기가 이 지방으로 지난 3월 남편 직장문제로 이주 갔단다, 향후 약 10년 계획으로.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르게 흘러간다.  그래서 인연들이 소중하고 예기치 못 하는 일상으로 내일이 즐거울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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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캐서린 크로퍼드 지음,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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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에는 편식하지 않는 편인데 독서는 편서를 하는지 서가를 보면 책제목만 봐도 구입시기가 구분되는 편이다.  가령, 한동안은 무협/추리소설, 역사서, 그 후에는 순수문학, 그리고 자기계발, 또 그 후에는 종교서적, 그리고 이래저래 질리기 시작하니 순수과학 및 고전으로 넘어갔다가 최근 1-2년 동안은 늦둥이 키우는 재미에 육아서적을 닥치는대로 섭렵하기 시작했었다.  이 책은 그 일환으로 산 책.  여러 다양한 육아서적을 읽다보면 요즘 유행하는 유아동 키우는 방법이 세가지로 함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에게 반응하라, 공감하라, 대안을 제시하라.  단, 생활 속에서의 실질적인 적용사례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최근 각종 매체의 다큐멘터리, 책, 기사 등 맹활약 중인 소아청소년정신과의들을 보고 있자면, 진짜 유용한 직업 같아서 부럽기만 하다.  똑같이 글 쓰고 클라이언트 만나서 상대방 얘기 들어주고 가려운 곳 긁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직업인데, 내가 택한 직업은 어쩌자고 잘하면 본전이요 못 하면 돈 못 내겠다고 진상당할 수 있는 직업이고 저쪽은 시작부터 대접받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이니 그래서 더 부러웠던 것 같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나름 내 딴에 내린 결론은, 일단 내 앞의 일(자식)부터 잘해보자였다.  그런데 결국 만 세돌 갓 지난 꼬마를 상대로 아침에 유치원 가기 전까지의 한시간 반동안 하루동안 쓸 에너지의 절반을 소진하고 기진맥진해지는 엄마 역할이 현재의 내 모습이다.

 

아이마다 성격, 기질, 성향 등등이 다 다른 것은 기정사실.  그러니 천편일률적인 육아서 내용을 참고서로 활용하면서도 그 내용을 자기 아이에 꼭 맞게 재단하여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그래도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마침 우리 꼬마는 기질도 순한 편이라, 이제는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납득도 곧잘 하고 아이가 어떤 것을 요구할 때 대안을 제시하면 타협도 이룰 줄 아는, 또래에 비해서는 나름 의사소통이 되는 관계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이 녀석도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엄마에게 "쓰러질 정도의" 피로감을 선물하는 신공도 잊지않고 꼭꼭 발휘하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극도의 피로감 속에서 숨이나 돌리자고 신간서적 검색하러 들어온 때에 딱 눈에 띈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요즘 범람하는 육아방법은 만국공용이라기 보다는 주로 미국식이란 것을..  난 확실히 깊이는 팔 줄 알아도 넓게는 못 보는 사람이었나 보다.  덕분에 "아 그게 다가 아닌 거여?" 하면서 새로운 눈으로 육아의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프랑스식 사례들은, 이 책의 저자처럼 "오, 역시!!"하면서 나를 맹종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지는 못 했다.  가령, 아이가 홀로 신발을 신으려고 할 때 미국 엄마들은 참을성 있게 격려하며 끝까지 기다려주는 반면, 프랑스 엄마들은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벗겨서 다시 신기고 데리고 나간다든가 하는 것.  난 미국인은 아니지만 울 아들 신발 바꿔신을 때 말로만 참견했더니 요즘은 알아서 제대로 잘 신는다.  덕분에 지금은 아침에 홀딱 벗겨서 씻긴 후 알아서 입으라고 속옷부터 바지, 티셔츠, 양말 다 꺼내주고 내 준비 하러 들어가면 혼자서 다 챙겨입고 나오기도 한다.  시작할 때 좀 시행착오를 겪기는 하지만 그건 어차피 몇살이 되든 꼭 거쳐야하는 단계라면, 부모가 보기에 제 자식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나이에 겪게 해주는 것은 좋은 일 같다.  익숙해져가는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순간들이 견디기 힘들어서 부모가 뺏어서 대신 해줘버린다면..  봄에 홀로 신발을 신겠다고 낑낑대던 녀석이 여름에는 혼자서 옷도 다 챙겨입을 정도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책에서 나온 식사예절 등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아이와 식당에 가면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상황이 싫어서 아이가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챙겨주는 엄마, 먹기 간편한 음식을 시켜서 혹시 흘릴까봐 적당히 쌓아두고 밀어넣기 식으로 일단 흡입을 강요하는 엄마, 식사예절은 나중에 살면서 "남"한테 배우고 일단 "부모"인 내 앞에서는 영양이나 챙기라는 생각으로 식사시간을 보낸 엄마.  프랑스엄마들이 보면 이해불가인 그 엄마가 바로 내 모습이었다.  나라고 왜 로망이 없겠나, 식당에 갔을 때 식구들이 둘러앉아서 하얀 테이블보에 물자국, 빵가루 외에는 달리 자국을 안 남기고 앞에 놓인 식기구들을 이용하여 적절한 시간동안 적절한 예절로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도 이제 그런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시기가 되었는데 내가 잠시의 편의를 위해서 스마트폰의 세계로 아이를 초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경악했다.  10대들이 겪는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한 기사들의 홍수 속에 살면서 여태 남의 얘기라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이 집안에서 그 씨앗을 키우고 있는 주범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100%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었다.  또 때로는 아이의 발작적인 땡깡작전에 "반응-공감-대안제시"로만 응대하기에는 버거워서 버럭했던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안도하게 되었다.  그래, 내가 꼭 잘못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였구나 하는..  아마 이 책을 쓴 저자도 결국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거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동이나 서나 다름없이 지상최대의 난제들 중 하나요 예측불허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그 프로젝트의 귀중함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오히려 방향감각을 상실한 부모에게, "정신차려! 당신이 사령관이야, key를 잡어!"하는 일성을 들었을 때의 안도감, 동지애라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저자의 감탄에 공감한다.  프랑스 엄마들의 방식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니라도..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뭔가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 그간 읽은 육아서에서 크게 벗어나본 적은 없다는 혼란감이 들 때.  그럴 때는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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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명화 퍼즐북 블루래빗 퍼즐북
블루래빗 편집부 지음 / 블루래빗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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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래빗이란 출판사에 대해서는 친구를 통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 여러가지 교육자료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만3살이 되어가면서 퍼즐맞추기에 상당한 흥미를 느끼고 있고, 또 나는 명화를 접하게 해주는 것에 관심이 있던지라, 마침 이 "첫 명화 퍼즐북"이란 책을 우연히 보고 그 출판사가 블루래빗이란 것까지 보고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주문하게 되었다.

 

몇일을 기다려서 책상자가 도착하고, 아이가 쫓아와서 "엄마 이거 내 책이야?"하고 즐거워하길래, "응 기다려봐"하고 얼른 풀어서 이 퍼즐책부터 안겨주고 "재미있게 놀아"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아이가 퍼즐이 잘 안 나온다고 외치길래 뒤집어서 흔들어보라고 하고 내다보지도 않았는데, 쾅쾅 내리치는 소리에 놀라 나가보니 무슨 퍼즐이 금만 표시가 되어 있을 뿐 잘려있지도 않은 느낌으로 꽉 붙어있더라.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고 방에 가져와서 커터칼로 옆의 금을 힘을 주어 다시 그어줬다.  이제는 잘 갖고 놀겠지 하고 갖다줬는데.. 

 

그런데 웬걸..  그 다음이 더 황당한 상태였다.  분명 책에서 내준 그림 그대로 차례로 맞추는데 자기들끼리 마치 좁은 칸에 억지로 몸을 부비고 끼어앉는 한겨울의 지하철 안의 풍경마냥 옹색하기 그지없었다.  도배를 하는데 경험부족한 자가 해서 울퉁불퉁 다 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다른 조각을 끼어넣은 것도 아닌데 기껏 그림대로 다 끼어넣으면 페이지가 닫히지 않을 정도로 배가 불뚝한 모습으로 멍청하게 튀어나와있는 꼴이라니..

 

또 인쇄한 것은 어떤가.  얼마나 얇게 했으면, 퍼즐이 잘 안 나온다고 했을 때 손톱으로 금과 금 사이를 끼어넣어 빼보려고 하니 마분지 위의 덧씌워진 "명화"그림 부분만 쭉 찢어지더라.  바로 그 "명화" 때문에 샀는데, 허.. 어이가 없었다.

 

출판사 자체가 문제인지 이 상품을 출판하라고 맡긴 제본사가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산 책만 불량품인지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구매를 고려하며 이 리뷰를 읽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주관적인 감상 및 충고를 주라고 한다면, "사지 마세요"이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본 이 출판사의 책 수준을 봤을 때, 이 출판사의 수준도 의심스러운지라 앞으로는 피할 생각이다.  참고로 여기에 준 별 한개는, 하나라도 표시를 안 한다면 글이 안 올려진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나 준 별이다.  내 마음 같아서는 별 한개라도, 그 별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지는 수준의 출판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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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실록 - 능에서 만난 조선의 임금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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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만약~"이란 것이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가끔 상상해본다.  조선이 일본제국의 침탈로 인해 어이없게 붕괴되지 않았다면, 이 나라에는 지금쯤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과 진정한 의미의 명문가들과 뛰어난 문물들이 전해지고 있을까 하고.  삼한시대까지는 못 올라가더라도, 삼국시대를 거쳐서 그를 통일한 신라, 신라의 왕족들을 그대로 품고 건국한 고려, 그 고려의 문물들을 큰 전란없이 넘겨받은 조선.  밝혀진 과거만 해도 최소 2천년을 넘는 이 땅 위에 산재한 서화, 시집, 자기, 공예품, 각 왕실들의 격조높은 소장품들.. 그 모든 것이 왕조와 왕조를 넘어서 전해진 것만도 엄청날 텐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가 접해볼 수 있는 "유품"이라고는 "고작!" 어디 아마존 부족국가 후대가 누리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솔직히 분개하게 되는 나로서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만약"이다.

 

노래하는 왕자라고 불리웠던 고종황제의 서손, 이석.  그 분이 어디선가 했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전란에 하인들에게 짐을 부리어 도망을 가게 되었는데 궁궐이 아닌 사택에서 나서는데도 그 아버지(고종황제의 아드님)의 보화들이 수레에 수레를 끌고 끝도 없이 들려나갔다고..  그 보화들이 어디 요즘 시대에 말하는 싸구려(나는 그것도 없지만 어쨌든) 금,은, 보석류이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경복궁부터 일제에게 철저히 수탈당했으니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조선을 이어 내려왔을 법한 그 많은 서화, 보물들 하며 또 대대로 수백년을 선비로 상인으로 이어온 가문에서 갖고 있었을 그림이나 서예, 자기들 등 다 어디로 갔을까.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가서 감탄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나라에도 당연히 있었어야 할 그 수많은 진정한 의미의 보물들이 분명 일본 어느 집들의 거실에 치장 중일 거란 생각을 하면 솔직히 "만약~"이란 단어를 안 떠올 재간이 있겠냔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알라딘에서 접하고 얼른 사들인 것은 나로서는 필연이라고 할 수 밖에..

 

요즘이야 화장도 성행하니 별 의미가 없지만, 예전에는 한 개인의 삶을 살펴보는데 그 개인이 마지막으로 누운 묘의 부장품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왕릉이라면 그 시대를 책임지고 결정한 인물의 무덤인데, 막연하게 남아있는 기록으로 밖에는 접할 수 없었던 조선시대의 시대상과 그 임금의 개인적인 면을 이해하는데 더 좋은 접근법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목마름에 충분히 답을 주며 한편으로는 각 임금에 대한 일정부분 왜곡된 인상을 수정하게까지 해주었다.  특히 임진왜란을 일으킨 주요원인 제공자로 항상 무능하게만 생각했던 선조와 서자로 태생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결국 축출당한 광해군 부자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이 얼마나 왜곡된 것이었나를 깨닫게 해주는 부분에서는, 정말 무릎을 쳤다.  그리고 결국 또 다시 "만약..."을 되내일 수 밖에 없었다.  무능하다 생각했던 선조임금도 사실은 앞날은 내다보는 능력의 소유자였고, 그런 능력은 그 개인의 천성이라기 보다는 조선왕실의 양육방식에서 길러나온 소양이란 것, 그렇다면 그런 왕조"들"이 모여서 일군 그 역사와 대물림은 얼마나 폭이 넓고 내용이 깊으며 한 시대에 따라잡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집합체였을까..  그 모든 것을 다 놔버리고 건국 100년짜리 신생국가 같은 느낌으로 뿌리없는 집단처럼 살아가야하는 현대의 우리들은 얼마나 안쓰러운가.  이 책을 통해 그 "만약..."에 대한 허상을 씁쓸하지만 조금이나마 실체로 느껴볼 수가 있어서 저자에게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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