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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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하는 글에서 2012년 개봉한 영화에서의 캐스팅 부분을 읽었다.  사실 소설 상의 내용 그 자체는 약간 요즘 유행하는 장미빛 인간관계 이야기 같아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데, 그 캐스팅 부분을 읽고나서는 마음이 동했다.  다카쿠라 겐과 기타노 다케시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두 사람, 그러나 작품 선택에 있어서 관객에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선물해주는 두 배우(그들의 연기를 논한다기 보다는 그들 본인이 이미 작품을 선택할 때 충분히 고민하고 들어가는 진짜 배우들이라.. 그들의 선택을 같이 믿고 따라가는 수준으로).  그런 그들이 동시에 출연한다고 하니 그 내용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주문했다.

 

덤으로 역자가 번역서를 선택하는 이유도 읽었고 저자가 요즘 어떻게 각광받는지도 읽었더니, 얼결에 같은 저자의 책으로 같은 역자가 함께 한 번역서도 또 한 권 주문했다.

 

"얼결에 얻어걸린" 소설부터 먼저 읽고나서, '그럭저럭'이란 감상에 이 책은 잠시 한켠으로 밀어두려고 했었는데 역시 그 명배우들의 선택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눈물 한 방울, 두 방울 가끔 떨구면서 금방 다 읽었더랬다.  그만큼 책장을 넘기는데 어려운 부분도 없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모습들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루호도~' 누가 무슨 역할을 맡았을지 훤히 보인다.  여기서 또 한 만남을 이뤘던 30대 젊은이 역을 S.M.A.P. 멤버인 그 분이 했다는 건 사실 좀 아쉽다, 그 양반이 하기엔 좀 더 풋풋한 배우를 넣었어도 좋았을 것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역할들도 궁금해졌다.  가령 책 끝에 설핏 나와서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긴 젊은 약혼녀의 어머니.  아내의 유골을 산골하러 떠나기 전날 주인공와 마주앉아서 담담히 주고받는 대목에서 또 난 눈물이 또루루.  참 귀하다면 귀한 양념같은 대목, 그 주요한 역할은 누가 맡았을까 못내 궁금하다.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끝이 이런 화면 속에서 이렇게 끝나가지 않았을까 하며 잠시 상상해본다.  세상은 여전히 환하고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뜨겁게 빛나는 태양 아래 해변가에 서서 넘실넘실 쳐대는 파도 위로 멀리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아진 고깃배들을 묵묵히 바라보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점점 작아지게 처리하면서 그 여행을 초대한 아내의 마지막 편지가 조용히 나레이션으로 흐르지는 않았을까.  상상만으로도 또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왜냐하면, 등돌리고 서 있는 그의 표정이 어떨지 또 상상이 되니까.  슬프다기 보다는 애잔한 미소로, 하지만 정말 잘 살아줘서 고마왔다고 나도 잘 살거라는 감사의 마음으로 저 멀리의 아내를 쳐다보면서 앞으로 걸어나갈 인생에 대해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미소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한테도 격려의 미소가 될 것 같다.  요코씨의 말대로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인생에 유효기간이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니까.

 

보통은 책이나 그 책을 기반으로 한 영상매체물을 보면 다른 쪽으로는 관심이 안 가게 되던데..  이 소설은 책으로 접하고나니 더욱 더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그럴 정도로 오랜만에 마음에 '깊이있게'라기 보다는 '잔잔하게' 울림을 전해준 내용이었다.  아, 영화는 dvd로라도 구해봐야겠다.  그보다는 타네다 산토카라는 고대시인의 하이쿠를 맛깔스럽게 누가 번역해주면 안 될까.  이 저자의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역자이지만, 이 책의 역자 실력은 상위급인 것 같다.  이왕이면 이 분이 좀 심혈을 기울여서 번역해준다면, 그 하이쿠집도 같이 음미해보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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