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심서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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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된 글입니다 ***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몇 백, 몇 천 년의 세월 속에서 검증된 옛사람들의 지혜와 통찰을 오늘 우리의 삶에 다시 비추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지식은 시대가 흐르며 사라지지만, 어떤 지식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죠. 청년정신에서 출간된 박찬근 저자의 <제갈량 심서>는 제갈량이 아들에게 남긴 비법서로 알려진 고대 군사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입니다. <삼국지>로 익히 알려진 최고의 전략가가 남긴 지혜라니, 자연스레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어요.


"리더십은 존재에서 흘러나오는 무게다."


첫 장부터 묵직한 문장들이 이어지는 이 책은 총 46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문과 현대적 해석이 나란히 실려 있어 이해가 쉽고 맥락 파악에도 도움이 됩니다. <제갈량 심서>는 군사서이지만, 하루하루가 전투처럼 느껴질 만큼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도 제갈량의 조언들은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게 들어맞습니다. 비록 많은 내용이 리더십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서든 적용 가능한 통찰이 가득합니다.


사람의 됨됨이를 살피는 법, 마음을 얻는 법, 분쟁 속에서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 비열한 태도에 휘말리지 않고 벗어나는 법 등 오늘의 삶에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이미 수천 년 전에 쓰여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사한 주제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좋은 문장은 여러 번 곱씹을수록 자신의 것으로 체득되는 법이니 오히려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각 챕터는 분량이 짧고, 본문 뒤에는 ‘생각해보기’와 ‘실천과제’ 같은 워크시트가 포함되어 있어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질문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답하기 위해서는 내면을 돌아보는 힘이 필요하기에, 특히 조직 안에서 사람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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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세계 -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오래된 감각에 대하여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나지윤 옮김 / 소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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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된 글입니다 ***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꽤나 쉽고 가볍게 사용하곤 합니다. 부모를 사랑하고, 배우자를 사랑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죠. 가끔은 친한 친구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말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깊이를 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여유는 잘 가지지 못합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사랑이라는 세계>는 남용 속에서 희미해진 ‘사랑’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도록 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장 4절
철학자인 저자가 사랑의 뿌리를 성경에서 찾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을 인용하며 그는 사랑을 “받는 경험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실천할 때 드러나는 힘”으로 정의합니다. 사랑은 누군가가 나에게 주기를 바라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여 건네는 행위이며, 강제나 거래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서 솟아날 때 비로소 그 순도가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 부르는 관계에 계산과 조건, 거래적 태도가 끼어드는 순간 그 관계는 사랑의 외양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포획, 집착, 소유, 구속의 형태로 타락하기 쉽습니다. 이런 관계들은 언뜻 깊어 보이지만, 그 핵심에는 상대를 ‘도구화’하는 욕망이 자리합니다. 그리고 행위에 다른 목적이 얹혀지는 순간 변질된다는 것이 저자의 경고입니다. ​ 책의 전반부가 ‘타인과의 관계 속 사랑’을 다루었다면, 중반부부터는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해 시선을 내면으로 돌립니다. 사랑은 둘이 서로에게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가운데 상대와 하나됨을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면의 고요함 속에서 존재의 중심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죠. 저자는 이 지점을 “타인과 닮지 않은 나 자신을 충실히 살아내며, 진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길러진 ‘사랑하는 능력’은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게 하며, 서로에게 집중하고 몰입함으로써 결국 그 사람 속의 ‘인간 그 자체’를 경험하는 기쁨으로 이어집니다. ​ 타인에게서 출발하여 나의 내면으로, 다시 세상으로 확장되는 이 여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홀로 존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할 수 있다”는 문장에 깊게 공감했어요. 그래서 우선은 집중과 몰입을 통해 매 순간을 진실되게 살아내는 훈련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값싼 애정과 가짜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다시 본질로 돌아가게 만드는 책이라 기꺼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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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2 - 고전을 찢고 나온 괴물들 우리 신, 우리 괴물 2
송소라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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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우리 신, 우리 괴물>의 두 번째 이야기는 ‘고전을 찢고 나온 괴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괴물 나열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기하고도 풍부한 연구 자료들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감탄하게 되었어요. 발간 전부터 텀블벅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는 이야기가 전혀 과장이 아니더라고요.


이 책은 ‘귀신’, ‘도깨비’, ‘요괴’를 구분해 소개하는데, 이들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요. 먼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귀신’은 ‘귀(죽은 뒤의 생명체)’와 ‘신(인간을 넘어서는 힘)’이 합쳐진 개념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긍정적인 모습 역시 함께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중 ‘원귀’는 원한이 남아 저승으로 가지 못한 귀신을 뜻하는데,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비정상'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생의 흐름(성장–결혼–출산–장수)을 완수하지 못할 때 삶에 큰 한이 남는다고 보았던 조상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 꽤나 의미심장합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처녀 귀신’의 모습이 사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왜곡된 이미지라는 사실이었어요. <장화홍련전> 속 장화와 홍련은 산 사람과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에도 시대의 귀신 그림이 유입되며 ‘흰 소복에 긴 머리’라는 현재의 이미지로 굳어졌다고 하네요.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도깨비’는 우리 전통 괴물 중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 같아요. 도깨비는 문헌과 구전에서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사람 곁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수룩해서 사람의 꾀에 속아 곤란을 겪기도 하는 실로 독특한 존재죠. 실제로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도깨비 신앙이 남아 있어,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도깨비의 힘을 빌리는 굿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만큼 도깨비는 우리 문화 속 깊이 자리 잡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젠 일제강점기의 잔재에서 벗어나, ‘뿔과 방망이’가 없는 본연의 도깨비 모습이 더 널리 회복되었으면 좋겠어요.


신기한 건,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무조건 내쫓아야 할 존재로 보지 않았다고 해요. 오히려 달래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여겼다니 놀랍지 않나요? 반면 강력한 ‘소아귀’를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를 납치하고 살해했다는 대목에선, 시대를 막론하고 끔찍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생각에 씁쓸하더라고요.

결국 ‘무서운 이야기’란 당시 사회에 만연한 공포, 충격, 부조리, 그리고 경고의 메시지가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촘촘하고 꼼꼼하게 정리된 ‘우리 괴물’ 이야기가 책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져,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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꽥 만약에 4 - 생각을 더하는 가치 수업 꽥 만약에 4
김강현 지음, 홍거북 그림, 김필영 감수, 꽥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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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된 글입니다 **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게 되는 학습만화 시리즈가 있습니다. 초등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아이들은 해마다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재미있게 읽던 책을 올해 들어서는 유치하다며 손사래 치기 일쑤지요. 그런데 <꽥 만약에>는 달랐어요.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에 여러 철학적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아이가 재미와 사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그 네 번째 이야기, <꽥 만약에 4>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이번 4권에서는 해맑기만 했던 주인공 꽥이 ‘만약에’의 힘을 통해 여러 일을 겪으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오랫동안 꽥의 힘을 노리던 악마 꽥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그가 그렇게밖에 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도 드러납니다. 두 인물의 서사가 더욱 깊어지니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고향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게 된 특권 때문에 느끼는 악마 꽥의 죄책감과 중압감은, 다른 학습만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이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끝난 뒤 ‘거짓말’과 ‘정직’의 가치를 다루는 전개 역시 적절하고 인상적이었고요.


읽는 동안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꽥이 자신이 처한 곤경을 단순히 해결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를’ 소망하던 장면이었어요. 사물과 현상을 왜곡 없이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사유를 통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외에도 ‘적응’, ‘망각’, ‘협력’ 등 고차원적인 개념들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흥미롭게 풀어낸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학습만화라도 <꽥 만약에>를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권에서 새롭게 등장한 친구 찡쿠와 타코도 반가웠고요. 어쩌다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도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무척 기대됩니다. 아무리 꽁이 꽥의 ‘만약에’ 파워를 노리며 세상을 지배하려 해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꽥이라면 꿋꿋하게 그 계략을 이겨내리라 믿어요.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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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말하기 수업 - 말과 글을 무기로 바꾸는 18가지 철학 도구들
김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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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철학의 유익과 중요성을 알면서도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지금 내 삶과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있어 보이긴’ 하지만 자칫 말장난이나 궤변에 머무를 수 있어, 실생활에 적용하기란 여간 쉽지 않으니까요.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께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지난 9월 출간된 신간, 바로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여러 철학자들의 명언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설명해 줍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과 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힘을 지니는지 체감할 수 있게 될 거에요. 수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철학적 지혜를 통해 보다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훈련하는 과정이죠. 제목만 보면 ‘말하기’에만 집중한 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을 풀어내는 데 있어 말하기와 글쓰기는 결국 한 결을 이루기 때문에, 이 책은 아웃풋을 위한 사유의 과정과 방법론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시중에는 이미 수많은 말하기와 글쓰기 책이 나와 있습니다만, 이 책만큼 본질에 다가서는 책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스 철학의 전통을 뿌리로 삼은 책답게, 말하기와 글쓰기가 무엇이며 그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화려한 문장이나 미사여구보다는 지금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들고요. 스스로 메시지를 점검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검증하는 과정 속에서, 효과적인 설득의 첫 관문은 이미 열리게 되니까요.


책의 마지막에는 앞서 소개된 열여덟 가지 ‘철학 도구’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것이 다시금 프리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의 흐름을 만드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반복해서 읽고 복습하다 보면, 그동안 습관적으로 쓰고 말하던 빈 껍데기 같은 아웃풋이 점차 알맹이를 갖추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난 척하며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 복잡한 것을 쉽게 풀어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이 책은 철학 입문서로서도 훌륭해요. 이 책을 계기로 조금씩 범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해 간다면, 막연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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