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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학 박사 엄마는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줄까? - 4차 산업혁명 시대 아이가 7세까지 갖춰야 할 스마트교육
이가라시 유키 지음, 이선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게 참 고민입니다.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핫이슈 "스마트폰". 안 줄 수도 없지만 줄 수도 없는(?), 어쩌면 지친 엄마들에게 확실한(??) 휴식을 보장해주는 효자같지만 악마같은 요물단지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굳이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다행히(!) 디지털 중독과는 거리가 멀었답니다. 사실 이게 다행이긴 한데 엄마는 좀 고달팠던 것이, 아들이 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도 쉴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시도 때도 없이 뭘 물어보고, 함께 봐주기를 바라고, 끊임없이 엄마와의 인터랙션을 찾다 보니 이건 뭐, 굳이 스마트폰을 줄 이유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도 간혹 손님이 오시거나 같이 밖에 나가 있을 때 도움을 톡톡히 받곤 했답니다.
아들이 좀 더 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그나마 있던 스마트폰 사용시간도 없애버렸답니다. 아이패드로 보던 비디오도 (스스로 조종할 수 없는) TV로 정해진 시간만 보기로 했죠. 이미 주변 아이들의 대부분이 스스로 유투브를 찾아서 보는 것은 물론, 누군가 억지로 빼앗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비디오만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터라 더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엄마가 제한하는 것도 유치원 때 까지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보다도 친구들에게 먼저 배우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기도 합니다.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빠져들게도 할 수 없는 스마트폰. 도대체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이 질문이 머리에 맴돌던 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공학 박사이자 대학 교수로 일하는 "엄마" 이가라시 유키 씨. 남편 역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슬하에 각각 만 8살, 6살인 아들 둘과 만 2살이 된 딸 하나를 두고 있다는데요, 저자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며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발칙한 조언을 합니다.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없는 엄마 취급을 받기 십상인데, 그녀는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다른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면 뭇매를 맞았겠지만, 엘리트 중 엘리트인 공학 박사에다 무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니 왠지 무시못할 신빙성이 느껴졌답니다. 역시 이래서 학력 경력이 중요한 걸까요? ㅎㅎ
하지만 이 책의 제목만 읽고 "그래, 이젠 집안일 할 때 맘 편하게 애들 비디오나 보여줘야겠다"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를 시청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을 전화나 오락기가 아닌, 하나의 컴퓨터로서 바라보고, 아이가 이 장비를 통해 어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 저자가 생각하는 "스마트폰 교육"을 정의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몇 년 전,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면서 아들에게 그 전에 쓰던 아이패드 미니를 주었어요. 물론 비디오를 가장 많이 봤지만 교육 앱을 통해 알파벳 쓰는 것도 익히고, 한글 낱말도 몇 개 배웠답니다. 아빠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나름 유익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것을 보니 훨씬 더 유익한 앱들이 많았어요! 저자의 말마따나 아이가 혼자 한다기 보다는 엄마아빠가 함께 도와주며 배워나가야 할 앱들이지만, 그야말로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육법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그것도 요즘 가장 핫한(?!) 코딩 교육 말이에요.
저 역시 미취학 시절 엄마가 집에 들여 놓으신 아타리(Atari) 컴퓨터를 통해 컴퓨터음악에 일찌감치 빠져들었답니다. 창작하는 게 즐겁다 보니 다른 거에는 별로 눈길이 가지 않더라고요. 엄마도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겠지만, 그때의 기회를 통해 결국 제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꼬꼬마에게 그런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냅두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할 수밖에 없네요. :)
연령에 따른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제안과, 아이의 취향에 따라 앱을 선택하는 법, 엄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함께 룰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대"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효과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야깃거리도 많아지고, 저 역시도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게임을 막연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창의력을 발휘해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분명 아이는 게임과 비디오보다 짜릿하고 즐거운 경험을 해 나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답니다. 어렸을 때 제가 그랬으니까요.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마트폰으로 자존감 키우기" 등의 내용은 끼워맞춘 듯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무작정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신 문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건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어 살아갈 2030년과 2040년대에 도대체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죠. 분명한 건, 이미 보급된 기술을 외면하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거에요. 우리가 어릴 적, 우리 부모님께서 "컴퓨터는 정말 안 좋은 거야. 그러니 어서 예쁘게 글씨를 쓰는 법을 익히라"고 하시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을까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라도 '텍스트 분석과 해석, 비판' 기술은 필수입니다. 이러한 기술 없이는 정보의 진짜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지요.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미래에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스마트폰 교육"의 진짜 힘은 단순히 코딩을 배우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사건의 연장선에서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패가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실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프로그램과 증강현실 등을 통해 경험해본다면 아이는 더욱 유연하고 발전된 사고를 가질 수 있겠죠.
책 후반에 보면 만 4-5세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전기 회로 만들기 키트(...)와 놀이처럼 쉽게 배우는 코딩 프로그램이 소개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로서는 그저 대단하게만 보이더라고요. 비록 저는 이쪽으로 지식이 전무하지만, 아들은 어릴 때부터 편안하게 접해볼 수 있도록 미리 공부를 좀 해봐야겠어요 ㅎㅎ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은 2030-2040년이고 우리는 그 시대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저자의 의미심장한 말. 지금까지의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고 진짜 아이가 무엇을 즐기며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