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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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 이상하죠. 어렸을 때는 관심도 없던 철학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감하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급기야는 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하지 않고는 어떤 학문도 심도깊게 다룰 수 없을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수천년동안 이어져내려온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내놓는 자체가 어리석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반면 미학은 (뭔가 철학과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덕분에)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지금까지도 저에겐 "이해할 수 없는 학문"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예술임을 생각해봤을 때 더욱 아이러니해요. 미학과 친해지기 위해 시시때떄로(?) 노력해봤지만 아직까지도 이것이 과연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 적어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범위 안에서 평준화되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야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잘나고, 잘 알아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 그렇다는 말이에요 ㅎㅎ

때문에 이 <미학 수업>을 읽기 시작한 건, 다시 한 번 미학 입문에 도전하며 미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책 표지에 쓰여진 "예술은 삶의 한계 속에서 어떤 자유를 느끼게 하고, 그 자유가 얼마나 고귀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름다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기에 기대도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결국 이번에도 미학과 친해지는 건 실패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나쁘다거나, 내용이 부실하다던가 하는 문제는 아니에요. 분명 저자는 폭넓은 예술 분야를 탐닉하며(사실 대부분이 시각예술에 한정되어있다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깊이 사유한 끝에 글을 쓰셨겠지만, 나름 예술을 업으로 감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물론 아름다움이라는 것 자체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저자가 말하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근거가 (제 생각으로는) 상당히 협소하고 주관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작은 (책 표지에 쓰여지기도 했던) 저자가 말하는 예술의 정의, 나아가 예술의 가치부터였는데요.



예술은 삶의 한계 속에서 어떤 자유를 느끼게 하고, 그 자유 이상의 책임을 떠올려주며, 이런 책임 속에서 다시 자유가 얼마나 고귀한지를 절감케 한다. 자유와 책임 중 하나라도 누락된다면, 예술은 미망에 불과하다. 대중을 우매한 집단으로 변질시킨 파시즘의 예술 스펙터클은 이 점 - 집단적 광기로서의 예술을 잘 보여준다.

28 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예술은 너무나도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어서, 이대로라면 어디가서 감히(?) 예술하는 사람이라고 입도 못 뗄 것 같습니다 ㅎㅎ 정말 예술이 자유와 그 자유 이상의 책임을 떠올려주어야만 한다면, 그렇지 않은 것은 예술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자유와 책임을 통감하기 위해 예술 안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무려 100년의 시간이 다 되어가는) 1923년 쇤베르크가 12음계를 선포하며 음악을 더이상 "아름다운 것"의 범주에 가두지 않았던 것과는 상당히 상반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자의 레슨에 등장하는 작품들 역시 현대 작품보다는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두 꼭지만 허락된 음악 분야에서는 19세기 낭만주의의 대표주자 슈만과 브람스가 전부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책만 읽어서는 2019년에 출간되었는지 1919년에 출간되었는지 헷갈릴 것 같습니다. 마치 적어도 지난 100년간의 예술사는 건너뛴 그런 느낌이죠.

(오해를 막고자 첨언하자면 음악 분야가 그럴 뿐 미술과 문학에서는 20세기의 작품들이 다수 출연합니다. 비중이 크진 않더라도요)

얼마 전 극단 <미추>의 뜻을 듣고 감명을 받았어요. 아름다울 미에 추할 추. 극단에게 이보다 더 명료하고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었답니다 (도올 선생이 만들어주신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추한 것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 있고, 아름다운 것이 있기에 다시금 추한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굳이 작품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메타텍스트를 찾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감동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아름다움(혹은 추함)을 사유하는 것이 미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술을 닿을 수 없는 경지에 올려놓고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에만 아름다움을 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사실 그 조건에 부합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주관적인, 어찌보면 비논리적인 과정인데 말이죠.

어찌 써놓고 보니 책에 대해 어줍잖은 비판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본심은 그게 아니고... 그저 이번에도 미학에 입문하는 걸 실패한 넋두리라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자의 지성을 의심하는 것도, 미학이라는 학문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이 책을 통해 공감하고 예술과 그 아름다움에 대해 사유하는 게 좌절된 소수의 의견일 뿐입니다 ㅎㅎ 어쩌면 가장 큰 탓은 "멈춰 있는 삶을 일깨울 격조 높은 통찰의 시간을 만나다!"라는 카피 문구에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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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학 박사 엄마는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줄까? - 4차 산업혁명 시대 아이가 7세까지 갖춰야 할 스마트교육
이가라시 유키 지음, 이선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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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참 고민입니다.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핫이슈 "스마트폰". 안 줄 수도 없지만 줄 수도 없는(?), 어쩌면 지친 엄마들에게 확실한(??) 휴식을 보장해주는 효자같지만 악마같은 요물단지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굳이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다행히(!) 디지털 중독과는 거리가 멀었답니다. 사실 이게 다행이긴 한데 엄마는 좀 고달팠던 것이, 아들이 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도 쉴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시도 때도 없이 뭘 물어보고, 함께 봐주기를 바라고, 끊임없이 엄마와의 인터랙션을 찾다 보니 이건 뭐, 굳이 스마트폰을 줄 이유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도 간혹 손님이 오시거나 같이 밖에 나가 있을 때 도움을 톡톡히 받곤 했답니다.

아들이 좀 더 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그나마 있던 스마트폰 사용시간도 없애버렸답니다. 아이패드로 보던 비디오도 (스스로 조종할 수 없는) TV로 정해진 시간만 보기로 했죠. 이미 주변 아이들의 대부분이 스스로 유투브를 찾아서 보는 것은 물론, 누군가 억지로 빼앗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비디오만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터라 더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엄마가 제한하는 것도 유치원 때 까지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보다도 친구들에게 먼저 배우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기도 합니다.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빠져들게도 할 수 없는 스마트폰. 도대체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이 질문이 머리에 맴돌던 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공학 박사이자 대학 교수로 일하는 "엄마" 이가라시 유키 씨. 남편 역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슬하에 각각 만 8살, 6살인 아들 둘과 만 2살이 된 딸 하나를 두고 있다는데요, 저자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며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발칙한 조언을 합니다.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없는 엄마 취급을 받기 십상인데, 그녀는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다른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면 뭇매를 맞았겠지만, 엘리트 중 엘리트인 공학 박사에다 무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니 왠지 무시못할 신빙성이 느껴졌답니다. 역시 이래서 학력 경력이 중요한 걸까요? ㅎㅎ

하지만 이 책의 제목만 읽고 "그래, 이젠 집안일 할 때 맘 편하게 애들 비디오나 보여줘야겠다"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를 시청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을 전화나 오락기가 아닌, 하나의 컴퓨터로서 바라보고, 아이가 이 장비를 통해 어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 저자가 생각하는 "스마트폰 교육"을 정의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몇 년 전,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면서 아들에게 그 전에 쓰던 아이패드 미니를 주었어요. 물론 비디오를 가장 많이 봤지만 교육 앱을 통해 알파벳 쓰는 것도 익히고, 한글 낱말도 몇 개 배웠답니다. 아빠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나름 유익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것을 보니 훨씬 더 유익한 앱들이 많았어요! 저자의 말마따나 아이가 혼자 한다기 보다는 엄마아빠가 함께 도와주며 배워나가야 할 앱들이지만, 그야말로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육법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그것도 요즘 가장 핫한(?!) 코딩 교육 말이에요.


저 역시 미취학 시절 엄마가 집에 들여 놓으신 아타리(Atari) 컴퓨터를 통해 컴퓨터음악에 일찌감치 빠져들었답니다. 창작하는 게 즐겁다 보니 다른 거에는 별로 눈길이 가지 않더라고요. 엄마도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겠지만, 그때의 기회를 통해 결국 제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꼬꼬마에게 그런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냅두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할 수밖에 없네요. :)

연령에 따른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제안과, 아이의 취향에 따라 앱을 선택하는 법, 엄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함께 룰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대"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효과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야깃거리도 많아지고, 저 역시도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게임을 막연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창의력을 발휘해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분명 아이는 게임과 비디오보다 짜릿하고 즐거운 경험을 해 나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답니다. 어렸을 때 제가 그랬으니까요.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마트폰으로 자존감 키우기" 등의 내용은 끼워맞춘 듯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무작정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신 문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건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어 살아갈 2030년과 2040년대에 도대체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죠. 분명한 건, 이미 보급된 기술을 외면하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거에요. 우리가 어릴 적, 우리 부모님께서 "컴퓨터는 정말 안 좋은 거야. 그러니 어서 예쁘게 글씨를 쓰는 법을 익히라"고 하시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을까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라도 '텍스트 분석과 해석, 비판' 기술은 필수입니다. 이러한 기술 없이는 정보의 진짜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지요.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미래에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110 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스마트폰 교육"의 진짜 힘은 단순히 코딩을 배우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사건의 연장선에서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패가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실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프로그램과 증강현실 등을 통해 경험해본다면 아이는 더욱 유연하고 발전된 사고를 가질 수 있겠죠.

책 후반에 보면 만 4-5세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전기 회로 만들기 키트(...)와 놀이처럼 쉽게 배우는 코딩 프로그램이 소개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로서는 그저 대단하게만 보이더라고요. 비록 저는 이쪽으로 지식이 전무하지만, 아들은 어릴 때부터 편안하게 접해볼 수 있도록 미리 공부를 좀 해봐야겠어요 ㅎㅎ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은 2030-2040년이고 우리는 그 시대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저자의 의미심장한 말. 지금까지의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고 진짜 아이가 무엇을 즐기며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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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메카드 스티커 어드벤처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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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헬로카봇과 번개맨에 푹 빠져있던 아들은 요즘 요괴메카드 열풍에 합류했답니다. 터닝메카드나 공룡메카드에 관심이 없었기에 조금은 의외였는데, 동물+자동차+요괴+변신+배틀이라는 지기 힘든(?) 사기 조합을 보니 무리도 아닌 것 같아요 ㅋㅋ 


저희는 TV보다는 유투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시청하는지라 요괴메카드를 제대로 볼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간간이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면 재미있긴 하더라고요. 아무튼 무려 2만5천원짜리 요괴라이더와 요괴볼 장난감을 비롯, 코믹북, 색칠공부 등 본격 요괴메카드 굿즈를 모으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나온지 얼마 안 된 요괴메카드인지라 아직 콘텐츠가 엄청 많지는 않아요. 이미 다이소의 색칠공부는 마스터한 아들인지라 다른 놀이책은 뭐 없다 살펴보던 중 <요괴메카드 스티커 어드벤처>가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이건 뭐, 놓칠 수 없는 신간이죠! 


책이 오자 인증샷을 찍는 엄마를 보더니 아들도 옥토넛 카메라 장난감을 가져와 사진을 찍습니다. 택배 봉투에서 책을 꺼내자마자 어찌나 좋아 웃던지! 보는 제가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다른 요괴메카드 책과는 달리 <스티커 어드벤처>는 제목처럼 스티커에 올인한 책이랍니다. 이제 스티커 붙이는 건 한물 갔다고(?) 생각했는데 요 책은 구성이 아주 탄탄하더라고요. 


<스티커 어드벤처>는 아주 어린 아이들, 그러니까 소근육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3-4세에게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아요. 스티커 크기도 다양하고, 작은 스티커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이 말은 결국 구강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아이들은 꿀꺽 삼킬 수도 있다는 말...


게다가 난이도가 꽤나 있는 붙이기 놀이가 많아 웬만한 퍼즐 정도는 혼자 맞추는 아이에게 적당할 듯 싶습니다. 안그러면 일일히 엄마가 붙여주거나 아이의 짜증에 괜히 투닥거리게 될지도 몰라요!


퍼즐 12-16피스 정도는 잘 맞추는 아들램이지만 아직 작은 스티커를 떼어내 붙이는 데는 서투르답니다. 원하는 스티커를 떼어내지 못해 끙끙대기도 하고, 잘못하다 스티커가 중간에 찢어져 속상해하기도 하죠. 요기서 꿀팁 하나 드리자면, 스티커들이 있는 페이지를 뜯어낸 후 스티커 배경 부분을 완전히 떼어내면 아이가 편하게 떼어 놀 수 있답니다. 굉장히 간단한 팁이지만 두고두고 잘 쓰게 되는 방법이에요. 웬만한 애엄마는 다 아는 꿀팁이긴 하지만요 ㅎㅎ 


요괴메카드에서 가장 최신에 나온 콘텐츠인지라 12지 정령 외에도 다른 요괴들이 함께 들어있었어요. 오천게, 목기롱, 독소갈, 당랑불패, 엘레강스완... 그중 아직 만화에서는 보지 못한 독소갈을 궁금해하는 아들! 얼른 만화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네요. 어쩌면 본방에선 이미 나왔는지도...


이제 여섯 살이 된 아들이지만 또래에 비해 애니메이션 보는 속도가 느린 게 유난히 고맙곤 합니다. 또래 중엔 이미 귀여운 유아만화를 졸업하고 꽤나 터프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원피스 보던 다섯 살이 가장 충격이었다는). 헬로카봇이나 요괴메카드는 요맘때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많이 담았으면서도 호전적이거나 오버스럽지 않아 함께 보는 엄마 마음도 편하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도서 콘텐츠가 많이 나와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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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엮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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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쭉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하다 2005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실용음악"으로 불리우는 미디어 음악으로 전과했습니다. 주 전공은 영화음악과 재즈였지만, 영상과 관련된 모든 음악과 뮤지컬을 아우르는 거대한 범위였죠. 


감사하게도 같은 해에 작/편곡가로 데뷔를 하게 되었고 어느새 활동을 시작한지 14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쪽 일이 그렇듯 원하는 대로 나아가기보단 맡겨진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게 되기 때문에 주 종목(?)인 뮤지컬과 영화를 비롯, 대중음악과 클래식, CCM, 게임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만들게 되었고요. 


(믿기진 않지만) 나이가 어느새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작/편곡가로, 혹은 음악감독으로 캐리어를 시작하려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아쉬운 것이 바로 "참고문헌의 부재"에요. 다른 분야와는 달리 이 분야는 (미디어 음악 전체에 거쳐) 노하우와 이론이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두 발로 뛰며 체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창작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는 직접 찾아가서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죠. 때문에 프로젝트마다, 회사마다 작곡가(혹은 음악감독)에게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도 편차가 심한 편인데 이 일에 입문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고요. 도제 문화도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닿지 않으면 (아무리 음악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A급 프로젝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평생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을 만나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큰 기쁨인지 몰라요. 물론 영화음악에 관련된 책들은 이전에도 있었고 종종 출간되어 눈길을 끌긴 했지만 이렇게나 많은 조언과 주옥같은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국어와 영문으로 출간된 영화음악 관련 책들은 거의 모두 읽었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또한 대부분의 영화음악 관련 서적들은 기껏해야 존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의 초기 작품 (혹은 "반지의 제왕"처럼 옛 할리우드 전통에 크게 기대고 있는 작품) 까지만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트렌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일하는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현대 음악산업에서 5년이 강산이 변할만큼 엄청나게 긴 시간임을 생각하면 아주 결정적인 특장점이 될 수 밖에 없죠. 


스스로도 영화감독 출신인 맷 슈레이더는 현재 할리우드를 이끌고 있는 작곡가들(혹은 감독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여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을 완성했습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위해 만난 작곡가들과의 만남을 담은 오리지널 인터뷰집인데요, 작년에 개봉했다고 하는 그러나 영화관에서는 왠지 본적이 없는 듯한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에 미처 담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입니다.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를 보니,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팟캐스트에 <스코어: 더 팟캐스트>를 연재하고 있다고 하네요. 절대 놓칠 수 없기에  얼른 구독하러 갔답니다. 현재까지는 시즌 1의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되어 있네요. 


전국 투어를 다니면서 항상 가방에 이 책을 넣고 다닐 정도로 시시때때로 들여다보곤 합니다. 거장이라 불리우는 작곡가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자극도 받고, 위로도 받고, 난관에 봉착했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만한 도움도 얻을 수 있었답니다. 수많은 시간과 작품을 통해 얻게 된 그들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퍼주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요. 작곡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라던가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들이 작품을 맞이하며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작업에 임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작업을 되돌아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뜻이에요. 이런 게 어느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아니, 가르쳐 줄 수 없는) 진짜 노하우니까 말이죠.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도 한참동안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을 책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창작을 하면서 자꾸 자꾸 참고할 책이에요. 이쪽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도 영화음악의 신비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음악, 혹은 미디어 음악을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이 책은 필수로 정독해야 한다고 자부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 자체는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작곡과 영화음악이라는 전문분야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어색한 부분이 더러 있었어요. 음악용어가 잘못 설명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설명해주셨지요) 작곡가가 말하는 작업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번역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런 부분은 원문을 유추해서 '이런 내용이었겠구나' 생각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지중지 아끼게 된 보물같은 책 <스코어>. 이런 책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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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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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는 자신을 작곡가(Composer)가 아닌 발명가(Inventer)라고 소개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성경 말씀처럼 더이상의 새로운 음악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창조가 아닌 "발명"을 한다고 주장한 셈이죠.
실제로 그의 작품세계를 보면 이런 주장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때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좀 더 멋진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구성, 웅장하거나 혹은 절제된 곡을 쓰고 있었다면, 케이지는 음악은 무엇이고, 음악을 창조하는 행위는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으니까요. "연주"라고 하면 당연히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와 음악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케이지의 4'33''는 지금까지의 작곡가적인 행위 자체를 뒤바꿔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물론 전통적 의미의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 사이에선 괴짜에 궤변을 늘어놓는 것 같은 작곡가인 케이지지만, 이후 현대음악에 있어 그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어쩌면 이후 작곡가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계몽을 선사한 셈이니까요. 

이미 <남자의 물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정운 교수님의 <에디톨로지>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첫 챕터부터 누가 볼까 놀랄만한 사진(!)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가 평생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간된 책이 아니라 김정운 저서 100만부 돌파 기념으로 개정증보되어 재판된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이죠. 저자의 다른 도서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에디톨로지는 발간 당시 초판이 아닌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답니다! 이런 책이야말로 아주 튼튼하게 제본되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보고, 또 보고, 한참 지난 후에도 다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니까 말이죠. 

비슷한 이론을 주장해도 외국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말은 그냥 넘겨버리는 국내 학계에 단단히 뿔이 난 저자는, 적어도 자신이 정립한 "편집학"만큼은 고유의 이론으로 삼고자 "에디톨로지(Editolog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나중에 편집학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지속적인 연구대상인 학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죠. 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이기가막히게 재미있습니다. 아니, 이 책은 인문서답지 않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전철 안에서 혼자 읽다가도 탁 하고 머리를 치게 될 정도로 기발하기도 하고요. "비슷한 것을 읽고, 비슷한 것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았지?"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라도 저자의 필력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이에요. 책을 읽다보면 오랜 독일 생활을 거쳐 현지화(?)가 된 저자가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엔나에서 공부하던 시절 무려 세 개의 박사학위(음악학, 의학, 철학)의 소유자였던 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더라고요.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되면 내가 바보가 아니라 쓴 사람이 바보인거야(Wenn es nicht verständlich ist, bin ich nicht der Deppat, sondern derjenige, der das geschrieben hat)" 교수님 정도 되니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저자는 정말 대단한 석학(!)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어요. 미술은 물론 과학, 철학, 역사, 지리 등 여러 방면에서 문외한인 제가 읽어도 이해가 쏙쏙 되도록 설명해주시니까요. 어렸을 때 이렇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과목에 상관없이 푹 빠져서 공부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더불어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연마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도 해요.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 시대에는 오직 편집만이 진정한 창조가 될 수 있고, 기존의 지식을 어떻게 편집하느냐가 곧 자신의 능력이자 미래"가 된다는 거에요.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실용서에서도 읽을 수 있었지만 <에디톨로지>는 근본적으로 달랐답니다. 저자의 성급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역사와 철학, 사회학, 그리고 인문학을 통해 밝혀진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죠. 적절한 예와 함께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희열마저 느껴진답니다. 같은 부분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좀 더 이해가 가기 때문에 두고두고 다시 읽을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요즘엔 흔히 만나기 힘든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요. 

14년 동안 살면서 나름 잘 파악하고 있는 오스트리아(혹은 독일)의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시선을 통해 "아,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새롭게 깨달았던 것이 많았어요. 어렸고 철이 없어서 음악 외의 것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후회스럽기도 했답니다. 조금 더 눈과 귀를 열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에디톨로지>를 통해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더라도, 제 생각을 풍부하게 해줄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요. 결국 이게 진짜 융합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조금 더 용기를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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