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에드>가 그 <이탈리안 클럽(Italian Club)> 앞에 도착했을 때 <닥터 험프리즈>는 열려 있던 창(窓) 근처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다 낡은 셔츠칼라(collar)에 냅킨(napkin)을 꽂고 있었다. 그는 마치 <플로렌스(Florence)>에 살았던 <빅토리아 조(朝-the Victorian Age)> 때의 문인(文人)들처럼,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항상 양복에다 넥타이와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마치 <지성의 상징>이라는 듯 얼굴에는 항상 철(鐵)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몇 년이나 검안(檢眼)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리고 또 그때, 그는 마치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양, 앞에 놓였던 <굴라시>를 감정하는 듯한 눈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백발(白髮)에서 갈색의 머리카락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그가 꽂고 있던 냅킨에도 그런 색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굴라시>를 먹다가 흘렸던 것이었다.
<닥터 에드>는 바깥에서 그의 그런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섰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가 잠시 깜짝 놀라는 척 하더니 이렇게 말을 했다.
"아, 내가 써두었던 것을 봤던 모양이군?"
그러자 또 <닥터 에드>가 그의 앞자리에 앉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어차피 여기 계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것을 보고 올 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니, 나는 자네일 줄은 몰랐지!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네, 누군가는!"
그는 이 부분에서 힘주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러셨습니까? 저는 <호텔 나시오날(Hotel-Nacional-내셔널)>에서 식사라도 같이 할까 해서 찾아갔던 것입니다만?!..."
그리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 식당 안을 한번 둘러봤다.
그러자 그때, 그 안에는 그 두 사람밖에 없었다.
"아, 고맙게도!..."
그러자 <닥터 험프리즈>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다음 기회를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지! 하지만 그럴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곳의 <굴라시>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군? 맛은 별로지만! 그래도 배는 채울 수 있을 정도니 말이야?"
<닥터 험프리즈>는 상당히 마른 몸의 노인이었다. 그래서 또 마치 그는 바닥 없는 구멍을 가득 채우려는 듯한 희망 없는 희망을 가지고서 긴 시간 동안 열심히 먹기만 하는 사람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닥터 에드>는 그런 그를 보다가 자신도 <굴라시>를 주문했다. 그러자 또 <험프리즈>가 깐깐한 태도로 이렇게 말을 했다.
"자네를 여기서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나는 분명히 지사(知士)가 자네를 초대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오늘의 만찬(晩餐)에는 분명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러자 <닥터 에드>는 그때서야 <닥터 험프리즈>가 왜 그 거울 앞에 그런 메모를 붙여두었던가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단 세 사람, 그리고 그 <험프리즈>는 이미 그 지사(知士)로부터 한번 초대를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날도 그는 지사(知士)로부터 그런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고, 그래서 또 아마도 그 메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문도 잠그지 않았던 채로, 그리고는 잘 보이는 거울 테두리에다 붙여두고 나왔던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또 마치 <닥터 에드>가 헛된 희망은 갖지 말라는 듯 이렇게 말을 했다.
"오늘은 <찰리 포트남> 씨가 초대된 것으로 압니다만?"
"음, 그랬구먼! 우리 명예영사(名譽領事)가!"
그러자 <닥터 험프리즈>는 그 <명예영사(名譽領事)>란 부분에서 힘을 주어서 이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을 했는데, 그러자 또 그때부터 두 사람의 대화가 잠시 이렇게 이어졌다.
"그런데, 오늘밤은 외교(外交)상의 만찬이기 때문에, 명예영사(名譽領事)의 부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을 했을지 모르겠군?"
"미국(美國) 대사(大使)는 독신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형식 같은 것도 없이 남자들만 모인 파티였을 겁니다."
"음, 그렇다면 <포트남>의 부인(夫人)을 불러서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겠군? 명예영사(名譽領事)는 지금 한창 그들과 어울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지사(知士)는 당신과 나는 왜 부르지 않았을까?"
<닥터 험프리즈>는 그것이 계속 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또 그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왜?"
"아무래도 우리는 공무(公務)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요!"
"하지만 예수교회의 유적(遺蹟)에 관해서라면 <찰리>보단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내가 알기로 그 미국(美國) 대사(大使)가 이곳에 온 것은 바로 그 유적(遺蹟)들을 둘러보기 위해서인데, 그래서 홍차(紅茶)나 <마테 차>의 수확이나 보려고 온 것은 아니잖아? 정말 믿을 수 없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그 미국(美國) 대사(大使)들은 전부 실업가(實業家-장사꾼)들임에 틀림없을 거야!"
"이번 대사(大使)는 그래도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예술(藝術)과 역사(歷史)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싹쓸이하기 위해서 왔다는 의심은 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봤을 때, 이번 대사(大使)는 이 지방의 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학문적(學問的)인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조금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지 재무장관(財務長官)도 초대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게 아니면 빌려준 돈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조금 들지만요!"
"그런데 그 대사(大使)는 건배(乾杯)의 인사는 물론, 웬만한 일상회화도 <스페인어>로 한다고 하던데?"
"그럼, 꽤 빠르게 진보(進步)하고 있군요?"
"음, 그런데 자네는 그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대사(大使)는 내일 그 유적(遺蹟)들을 둘러보러 갈 것 같은가?"
"아닙니다. 오늘 벌써 갔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오늘밤 안에 비행기로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Argentina의 수도)>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허허, 그럼 신문(新聞)이 오보(誤報)를 냈나?"
"공식발표(公式發表)의 스케줄이란 것은 부정확할 때가 많지요! 지사(知士)가 사고(事故)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고요!"
"뭐? 사고(事故)라니! 여기서? 설마 그럴 리가! 우리가 여기 온지도 벌써 20년이야.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리고 그런 사고(事故) 같은 것이 생기려면 <코르도바(cordoba-아르헨티나 중북부 코르도바 州의 도시)>밖에는 없어! 그런데 이 <굴라시>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
그리고는 마치 동의를 구한다는 듯 <닥터 에드>의 얼굴을 한번 힐끗 쳐다봤다.
그러자 <닥터 에드>가 마치 그때가 언제인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했다.
"네, 저는 이것보다 더 나쁜 것도 먹어봤으니까요!"
그러자 또 <닥터 험프리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그건 뭔가? 호주머니에 책 같은 것이 삐죽 나와 있군?"
"아, 이건 저의 환자(患者)가 쓴 것입니다만..."
그러자 <닥터 에드>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또 <닥터 험프리즈>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이건 <사아베드라>의 책이 아닌가?"
"네!"
"음, 자네도 이걸 읽고 있는 모양이지?"
그러자 또 마치 <닥터 험프리즈>가 경멸하는 투로 이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물었다.
"그래, 읽어보니 어떻던가?"
"네, 재능(才能)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또 <닥터 험프리즈>가 발끈하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뭐, 재능(才能)이라고? 자네는 졸작(拙作)을 좋아하나 보지? 그럼, 자네는 정말로 그 사람이 말하는 명예(名譽) 어쩌구 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모양이지?"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그리고는 또 <닥터 에드>가 진중(鎭重)하게 이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 저는 불신(不信)의 생각을 보류(保留)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서 객관적(客觀的)인 생각이 그렇다?!"
"네, 뭐!..."
"무슨 소린가?! 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할아버지들이 <가우초(gauchos-가우초바지로, gaucho가 입는 복사뼈까지 오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말을 타고 다녔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아베드라(Saavedra)의 <남자의 명예(名譽)>란 것도 <찰리 포트남>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야! 그런데 이제 곧 그 <찰리>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 사실인가?"
"네."
그러자 또 <닥터 험프리즈>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그럼! 그 행운의 애비는 누구인가?"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아이의 아버지는 당연히 <찰리>죠!"
"뭐? 그 늙은 주정뱅이가? 그리고 자네는 그 부인의 의사가 아닌가 말이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좋으니 내게 그 진실(眞實)을 말해주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절대로 말을 하지 않을 테니!"
"그런데, 항상 그렇게 진실을 좋아하십니까?"
"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사실, 진실이란 것들이 그렇게 믿을 수 있는 것들이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비극적(悲劇的)인 이야기지만, 그 진실이란 것들도 다 따지고 보면 인간들이 지어낸 것들이 태반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이 <굴라시>만 해도 말이지, 자네가 여기에 뭐가 들어갔는지 알게 되면 아마 토하고 말거야!"
"그럼,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아신다는 말씀입니까?"
"아아, 그만 둬! 어떻게 전부들 공모(共謀)해서 나 하나만 몰아붙이는 거야?"
"그러시면?..."
"그럼, 자네까지 나를 믿지 못한단 말인가?!"
"네? 그럴 리가요!"
"뭔가 자네! 지금도 나를 믿지 못한다는 표정이잖아?! 그리고 그 <사아베드라>만 해도 그렇고. 그리고 그 <찰리 포트남>의 아이에 대해서도 그렇고! 아무튼, 이렇게 되면 자네 때문에라도 그 아이가 여자아이로 태어나길 빌어야겠군?!"
"네? 그건 또 왜입니까?"
"허허, 이 사람아! 그래야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못 생긴 여자로 태어날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마치 한심하다는 듯 <닥터 에드>를 잠시 쳐다보고 있다가
그때부터 남은 빵으로 접시를 깨끗이 닦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어째서 나는 항상 배가 고픈지 알 수가 없는 걸까? 뭐, 좋은 음식 같은 것은 먹지 않았지만, 그래도 영양식품 같은 것은 좀 챙겨먹었던 편이었는데 말이지?"
"궁금하시면 진찰을 한번 받아보시지요! <뢴트겐(Röntgen-X線)>도 한번 찍어보시고..."
"아니야, 아니야, 됐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과 얼마나 차이가 있냐는 것이야! 그러니 그런 것은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지!"
"그러시면 왜 물어보셨는지?..."
"뭐, 일종의 회화(會話)의 양동작전(陽動作戰-적의 경계를 분산시키기 위하여, 실제 전투는 하지 않지만, 병력이나, 장비를 기동함으로 해서 마치 공격할 것처럼 보여서 적을 속이는 작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양동작전입니까?"
"음,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 먹을 때의 결정적인 아쉬움 같은 것을 감추기 위한 뭐, 그런 것이지!"
"여기서는 빵을 원하는 만큼 주지는 않는 모양이지요?"
그리고는 <닥터 에드>가 웨이터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웨이터! 여기 빵을 좀 더 주세요!"
그러자 잠시 후, 단 한 사람뿐이었다던 그 <이탈리아인>이 질질 끄는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빵 3개가 담겼던 바구니를 가지고 왔는데, 그리고는 빵이 한 개도 남지 않을 때까지 살기(殺氣)를 가득 담은 듯한 불안한 눈빛으로 바구니를 내려다 봤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빈 바구니를 들고 돌아가자 <닥터 험프리즈>가 또 이렇게 말을 했다.
"봤지? 저 자식 방금 손짓이 거슬리지 않았나?"
"아니요!"
"아니, 방금 손가락을 두 개 내밀었잖아?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거나, 또는 재난(災難) 같은 것을 만났을 때, 그런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할 때나 보이는 행동이야! 저 녀석, 아마도 나에게 무슨 악감정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 내가 언젠가 <폼페이(Pompeii-이탈리아의 나폴리 동남 21km에 있었던 고대도시로, 79년 Vesuvius화산폭발로 매몰되었다가, 1755년부터 발굴되기 시작했음)>의 <마돈나(Madonna-성모마리아 또는 성모상)>의 일로 실례의 말을 했던 적이 있었거든!"
"네... 그리고 다 드시고 체스(chess)나 한판 두시겠습니까?"
그러자 또 <닥터 에드>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닥터 험프리즈>도 긍정의 뜻을 이렇게 표했다.
"뭐, 그러든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