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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다만 내게 너무 뜨거운 호의는 적당히 웃어넘기면서, 결코 인싸의 문법대로 친해지지는 않을 것이며, 무례와 폭력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발언은 과감히 저지하겠다고다짐한다. - P63
온 세상이 ‘몸매 관리‘가 여성 운동의 핵심인 양 외치더라도, 그리하여 회원 유치가 중요한 직업 특성상 미용 효과 언급이 불가피하더라도, 주객전도는 곤란하다. 그런 목적으로 몸을 이해하고 가꾸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모두가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될수 없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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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운동장이 남학생들에게 전유되는 현상을 지적했다가 ‘운동장 여교사‘로 불리며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좀 받아들여야 할 텐데. 운동장의 성별 불균형은 페미니즘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중요한 의제다. 운동장은 여학생을 밀어낸다. 동시에, 학교의 교육과 우리 사회의 규범을 체화한 여학생도 운동장을 밀어낸다. 이는 결국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운동 그 자체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 P42
"네가이루고 싶은 것이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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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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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고속도로 위를 끝없이 걷다가 종내는 사라져버리는 자신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어도이리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그렇게 몇 시간쯤 걸었을까. 그는 갑자기 오래전에 죽은 자신의 아들, 너를 떠올렸다. 아무도 없는 길을 예성이가이렇게 걷고 있었겠구나, 그는 생각했다. 아는 사람들을 지구 반대편처럼 아득한 곳에 두고,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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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ㅣ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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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에겐 결코 감정을 숨기는 법을 가르칠 수 없을 것 같았다. 특히개의 꼬리는 감정 상태를 그대로 표시해주는 계기판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이 멀리서 다가오면 개는 벌떡 일어나 꼬리를 세운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만약 사람이 스무 발자국 떨어져있을 때의 꼬리가 이슬비 내리는 날의 와이퍼 같다면, 두세 발자국 떨어져 있을 때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같다. 이때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개에게 다시 다가가 소시지라도 하나 먹이면 제자리에서 회오리바람이라도 일으킬 것처럼돈다. 그러지 않고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나버리면 개는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주저앉아 버린다. - P327
자신의 죽음을 방관하는 동물도 없고 손쉽고 간편한 죽음 같은 것도없다. 동물을 죽이려면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하는 그들의 품속에서 목숨이라는 것을 폭력을 써서 빼앗아야 한다. 내가 금산의 양계장에서본 것처럼 비참한 삶을 사는 동물일지라도 자신의 생명이 멈추는 걸막기 위해서라면 미친 듯이 저항할 것이다. 바로 그 비참한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동물이 품고 있는 생명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동물의 목숨을 빼앗을 때에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도태시켰던 모든 돼지들의 죽음뒤에는 살이 빨리 찌지 않는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만이 존재했다. - P437
선량한 사람들은 언제나 스스로의 선량함을 의심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선량한 사람이 된다.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개농장을 나아가 공장식 농장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든 것 역시 ‘의심하지 않음‘이 아닌가 싶다. 누구도 동물들을 그토록 비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기르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동물의 부리나 이빨을 자르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인지 의심해보지않았다. 누구도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동물을 굶기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갓 태어난 동물을 쓸모없다는 이유로폐기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20년을 살 수 있는 동물을 한 달 만에 죽이는 것이 지나친 일이 아닌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살이 빨리 찌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물을 죽이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맛을 위해 동물의장기를 마취도 하지 않고 뜯어내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동물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가둬놓고 임신과 출산만을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동물에게 음식 쓰레기를 먹이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목을 매달고 감전시켜서 동물을 죽이는 것이 용인될 수 있는 - P445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전통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윤 추구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의심해보지 않는 존재는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시스템이든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다. - P446
"그래도 이놈은 걸을 줄 알아 다행이네. 하긴 지난번에 끄집어낼 때걸어봤으니까." "개가 걸을 줄을 몰라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땅을 밟아본 적이 있어야지. 평생 철창 위에서만 살았잖아." "케이지 안에서 잘 걸어 다니잖아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철창이랑 땅바닥이랑 밟고 서 있는 느낌이다르잖아? 그러니까 땅을 처음 밟아본 개는 그 느낌이 낯설어서 겁먹고 꼼짝도 못 하는 거야."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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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ㅣ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평점 :
"절뚝거리는 놈들은 냉장고 집어넣을 때 다 죽여서 넣어야 해. 안그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임스 본드가 하는 식으로 뒤에서목을 잡고 비틀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다음엔 손가락으로 숨을막았다. 병아리들은 다리를 몸 위로 끌어 올려 어설프게 날카로운 발럼 그 안에서 막 돌아다니니까." 톱으로 손을 긁어댔다.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 아파서는 아니었다. 그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손가락만 한 병아리가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 느낌을, 비천할 정도로 나약한 존재들의 저항이때로는 효과를 거두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의 저항은 피부가 아니라 양심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 P100
병아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용케 지금까지 나나 사장의 눈을 피해 살아남은 아주 작은 녀석이었다. 탈장 증세가 있어서 5cm 길이의 보라색 내장이 항문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내장이 빛을 받아번들거렸다. 반짝이거나 흔들거리는 물체는 닭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때문에 이런 녀석은 쉽게 공격 대상이 된다. 몸집이 두 배 정도인 병아리 두 마리가 이 녀석의 엉덩이에 달라붙어 내장을 쪼았다. 그때마다이 ‘못난이‘는 감전당한 것처럼 움찔거렸다. 맞서 싸운다거나 멀리 도망을 치지도 못했다. 그저 한두 발짝 옮겨갈 뿐이었다. 병아리는 출입문 근처에서 계사의 가로 변을 따라 걸었다. 못난이를 공격하던 두 놈은 몇 발자국 따라가다 돌아섰다. 하지만 곧바로 그 주위에 있던 다른병아리들이 못난이의 엉덩이에 다시 달라붙어 내장을 쪼았다. 그런 상황은 못난이가 벽에 다다를 때까지 반복됐다. 나는 그 병아리의 얼굴을 봤다. 내 느낌일 뿐이지만 그냥 포기한 얼굴 같았다. 아무것도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고행승마냥 모든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한 표정 같았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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