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이모티콘 만들기 - 비전문가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클립스튜디오 특강
권지언 지음 / 더블: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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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모티콘을 즐겨 쓰는 편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SNS에서 판매하는 그림 이모티콘이 보편화되기 전부터 아스키 문자로 다양한 감정을 유독 자주 표현하길 좋아해서, 주변인들에게 '넌 이모티콘 쓰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곧잘 들을 정도였다. 지금은 아스키 문자 이모티콘을 쓰는 횟수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카카오톡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파는 그림 이모티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내 감정을 아스키 문자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그림들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게 참 좋았다. 그리고 나의 만족감과 더불어 이모티콘 시장은 점점 더 커져갔고, 이제는 누구나 이모티콘 제안을 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보는 눈은 머리 꼭대기에 달려 있으면서 그리는 테크닉은 발바닥보다 더 아래 수준에 있어 그 괴리감을 어찌할 바 모르는 나와 같은 사람도 이모티콘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이모티콘 제안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승인이 되느냐, 미승인이 되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쿨럭).



   어냐 작가의 <돈 버는 이모티콘 만들기>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제안해보고는 싶은데 이모티콘 시장이나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도 없어서,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에 읽어본 책이다. 그런데 이 '어냐'라는 작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책 시작부터 이모티콘 만들기에 아무 관심도 없었던 사람조차 도전해볼 마음을 가지게 만들 만큼 잘 격려하고 고무시킨다. 사람 다독이는 스킬이 장난 아닌 듯...!(엄마, 이 책이면 나도 이제 당장 이모티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ㅂ<)


   책은 크게 6장으로 나뉜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이모티콘 시장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와 그래픽 툴에 따른 차이점, 저자가 클립스튜디오를 추천하는 이유, 이모티콘 제작에 필요한 준비물 및 사전 준비, 그리고 이모티콘 제작에 관한 여러 가지 꿀팁 등이 나와 있다. 그리고 5장에서는 클립스튜디오 툴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본 후 이모티콘 하나를 같이 만들어보고, 모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대략적으로 배워본다. 끝으로 6장에선 이모티콘 제안 팁을 간략히 알아본 후, 책 마지막 '글을 맺으며'에서 다시 한번 더 독자를 고무하는 걸 잊지 않는다(읽을수록 빠져드는 어냐 매직. 캬...=ㅅ=). 아 참, 그리고 책 중간중간엔 유명한 이모티콘 작가들의 인터뷰 7개가 실려있다.



   시중의 다른 이모티콘 제작 서적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모티콘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이 책과 유사할 듯하다. 이 책은 비전문가도 손쉽게 도전해볼 수 있게끔 클립스튜디오 툴을 강조해놓은 것, 그 정도 차이가 있으려나. 캐릭터 구상이나 신체 비율, 테두리 설정, 텍스트에 대한 고민 등 이모티콘을 만드는데 필요한 대략적인 정보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자신의 그림 실력이 모자라 이모티콘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 책이 아니라 본인의 손을 탓한 뒤, 그림 그리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알아보면 될 것이다. 한편 챕터 사이사이 실려 있는 이모티콘 작가들의 인터뷰는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며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평소 즐겨 쓰는 '판다마우스' 이모티콘을 만든 작가인 하야루비의 인터뷰가 있었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는 건 안 비밀.


   클립스튜디오 체험판을 깔고,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작업 환경을 설정하고 도구 설정을 세팅해보았다. 낯선 툴에 낯선 기능들이라, 무슨 기능이 있는지 외우는 데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일단 태블릿을 하나 장만해봐야겠다. 장만한 후 책대로 러프 그리기를 시작하면, 아마 발바닥보다 더 아래 수준에 있는 그리기 테크닉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태블릿을 당장 끄고 연필과 연습장부터 펼쳐들고 있겠지...(먼 산) 그래도 말이다,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어냐 작가와 함께라면, 시간이 꽤 걸리고 엉망진창이 될지라도 이모티콘 하나는 일단 완성시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 엉망진창 이모티콘이,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시작이 되어줄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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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반찬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 김수미표 요만치 레시피북 수미네 반찬 1
김수미 외 지음 / 성안당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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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TV를 켜면 tvN에서 방송하는 '수미네 반찬'을 종종 보곤 했는데, 김수미가 요리하는 반찬을 보며 얼마나 군침을 삼켰는지 모른다. 군침을 삼키며 늘 하는 생각은 아마 올해 2월 방송했던 괌 특집편 속에서 괌 현지 교민들이 김수미의 반찬을 먹으며 말했던 감상과 같을 것이다. '그리운 맛이다', '엄마가 생각나는 맛이다.' 나도 그렇다. 김수미가 정성스레 반찬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가 떠오른다.


   그런 '수미네 반찬'의 레시피북이 나온 줄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2권이나. (아마도 책이 나왔을 때 즈음의 '수미네 반찬' 방송분을 챙겨보질 못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허경환이 나온 방송분을 한 달 전쯤에야 봤는데, 수미 쌤이 허경환에게 버젓이 첫 번째 책을 선물하고 있더이다... 쿨럭.) 책이 잘 팔려서 출간된 지 1년 정도 지나 <수미네 반찬: 김수미표 요만치 레시피북 1>이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으로 나온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런이런.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수미네 반찬: 김수미표 요만치 레시피북 1 리커버판>은 기존 책과 비교해서 표지가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게 바뀌었다. 그리고 기존 출간되었던 책에 실리지 않은 레시피 6가지가 레시피 카드로 만들어져 실려있다. (오예!) 첫 번째로 출간한 책 이름은 '요만치 레시피북'이고 두 번째 책은 '는둥만둥 레시피북'인데, 이 특이한 이름의 유래는 김수미의 독특한 계량법에 있다. 정확한 계량컵 대신 '요만치', '는 둥 만 둥', '이 정도' 등 재료를 넣을 때 김수미의 느낌에 따라 계량하는 것에서 책 이름을 따온 것!


   책 내용 구성은 TV에 방송된 대로 제철 재료 및 다양한 식재료로 김수미가 요리한 레시피와 함께 세 명의 셰프들-여경례, 최현석, 미카엘-이 같은 재료로 요리한 레시피로 짜여 있다. 셰프들은 김수미의 반찬을 응용한 레시피를 선보이거나 주재료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성격의 요리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셰프들의 그러한 변주를 보는 것 또한 '수미네 반찬'을 시청하는 재미이기도 하다.





   내가 <수미네 반찬 1 리커버판>을 읽으며 좋게 평가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요리 과정이 사진으로 상세히 나와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요리 서적을 보면 요리 과정이 사진으로 나오지 않고 그저 텍스트로만 '1, 2, 3...' 이렇게 요리 순서를 소개한 책이 의외로 참 많다. <수미네 반찬> 시리즈는 요리 과정이 한 단계 한 단계씩 상세하게 사진으로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TV 속 여러 장면들이 여기저기 편집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미네 반찬: 김수미표 요만치 레시피북 1>에는 TV에서 최초 공개되었던, 맛있다고 소문난 김수미표 간장게장 레시피가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간장게장처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요리 외에도 상추무침과 묵은지볶음, 소고기 고추장볶음처럼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도 실려있다. 안 그래도 엄마가 보내주신 상추가 있어서 김수미표 레시피대로 상추무침을 해서 맛을 보았더니, 엄마 생각이 또 났다. 요즘 힘들다는 핑계로 외식과 배달 음식을 자주 먹었는데, 김수미표 레시피북을 따라 요리하며 집 나간 '집밥 DNA'를 다시 되살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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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세계기록 2020 (기네스북) 기네스 세계기록
기네스 세계기록 지음, 신용우 옮김 / 이덴슬리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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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에 <기네스 세계기록 2017>이란 타이틀로 정식 한국어판이 나온 후 매년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간되고 있는 기네스북. 올해도 얼마 전 <기네스 세계기록 2020>으로 출간되었다. (오, 쌩유!) 올해는 어떤 흥미진진한 기록들과 멋진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을지, 투명 비닐을 뜯기도 전에 나는 흥분해 있었다! (꺄~)


   2020년판의 특별 챕터는 '로봇' 분야이다. 로봇공학 언론인 에반 애커먼이 소개한 여러 로봇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로봇은 영국 로보레이스의 자율주행 자동차 '로보카'가 아닌,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아닌, 바로 독일 기업 훼스토의 비행곤충로봇 '바이오닉옵터'였다. 그 생김새가 어릴 적 내가 상상했던 잠자리 로봇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 몹시 흥미로웠다. 잠자리를 본떠 만든 바이오닉옵터는 살아있는 잠자리의 복잡한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3D 프린터로 기계화시킨 로봇이다. 바이오닉옵터의 길이는 44cm에 날개폭이 63cm지만, 무게는 175g밖에 되지 않는다. 2쌍의 날개가 기민한 잠자리처럼 원하는 곳 어디로든 갈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어수선한 곳도 큰 무리 없이 비행할 수 있다는 것! 이 로봇을 제작하며 얻은 정보를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드론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민첩한 드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행성 지구', '동물', '인간', '기록학', '바이럴 스포츠', '모험정신' 등 총 11개의 챕터로 나뉜 <기네스 세계기록 2020>은 앞서 발행된 것들과 비교해 좀 더 소소한 재미들이 생겼다. 일단 '재생 아이콘'이 표시된 기록은 온라인(guinnessworldrecords.com/2020)에 기네스 영상 팀이 준비한 놀라운 보너스 기록 영상이 있다는 뜻! 생생한 사진이 가득한 책에서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해져 기네스북의 볼륨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듯하다. 또한 목차 다음 페이지부터 시작해서 '찾아보기(Index)' 직전의 페이지까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기네스 달력이 매 페이지마다 표시되어 있어 본인이 태어난 날에 어떠한 신기록이 작성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기네스 세계기록 2020>을 읽으며 내가 꼽아본 올해의 진기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 역으로 알려진 밀리 바비 브라운이 2018년 11월 20일 세계어린이날에 14세라는 어린 나이로 최연소 유니세프 대사에 임명되었다는 기록이다. 화장품 브랜드도 론칭한 걸로 아는데, 어린 나이에 못하는 게 없는 밀리 바비 브라운이 참 대단해 보인다.

   두 번째, 올해 83세인 미국의 셜리 커리 할머니는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록되었다. 그냥 이름만 유튜버가 아닌 업로드한 영상만 해도 수백 편이고, 그 영상들이 1천1백만 뷰 이상을 기록 중이며, 구독자만 해도 50만 명이 넘는다. 주로 하는 게임이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같은 롤플레잉 게임이라니... 할머니의 게임 사랑에 감탄했다.

   세 번째, 2018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 첼트베크에서 올림픽 양궁선수 로렌스 볼도프가 쏜 화살을 무술 전문가 마커스 하스가 달리는 차량의 선루프에 서 있다가 손으로 잡았다! 세상에,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다니. 화살을 잡은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차를 정확하게 운전한 사람도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현재 세계 속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이름을 빛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보이 위드 러브' 뮤직비디오가 2019년 4월 12~13일에 7,460만 뷰를 기록하며 유튜브에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방탄소년단은 이 기록 외에도 트위터 최다 인게이지먼트(평균 리트윗/42만 2,228회)도 기록했다. 한국인이 세운 기록은 이것 외에도 꽤 여럿 되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올해 기네스 세계기록도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기상천외한 신기록, 그리고 온라인의 보너스 영상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중무장했다. 기네스북이 지금처럼 정식 한국어 버전으로 계속해서 출판되었으면 좋겠고, 여전히 출판하고 있는 -이름이 예뻐서 기억하며 좋아하고 있는 '이덴슬리벨'-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내년에도 출판되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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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세계 - 그림으로 보는 비주얼 백과 사전
아만다 우드.마이크 졸리 지음, 오웬 데이비 그림, 유윤한 옮김, 황보연 감수 / 이마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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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사피엔스 '인간'은 5,000종이 넘는 포유류 중의 한 종이며, 지금까지 생물학자들이 발견한 200만 종의 동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거기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700만 종의 다른 동물들까지 포함하면, 약 900만 종의 동물 중 한 종이란 뜻도 될 테다(12쪽).

   이처럼 수백만 종의 동물 중 한 종에 지나지 않는 인간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히 번식하다 못해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를 미치고 있는 가장 해악한 종이기도 하다. 지구를 점령하고 마치 인간만을 위한 행성인 것처럼 지구를 괴롭히고 있는 인간들. 그중 대부분의 인간은 마치 옆집에 누가 살고 있든 신경 쓰려고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만 사는, 오만하며 이기적인 행동 양상을 보인다.


   오만한 인간들이 지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선, 이 지구에 인간 외에 누가 사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궁금증은 호기심이 가장 크게 발달되어 있는 어린 시절에 집중적으로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어린이에게 이 <자연의 세계>와 같은 양질의 백과사전을 자주 보여줘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자라서도 이런 백과사전을 좋아하는 나 같은 어른이(!)에게도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서적이다.





   극지방을 비롯해 열대 우림, 온대림, 사막, 초원, 습지, 바다, 그리고 세 번째 극지방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산맥으로 위시되는 산 등 지구상의 다양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깔끔한 설명과 세련된 일러스트로 만나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라서 더욱 좋았던 이유는, 나처럼 개구리와 곤충류, 그리고 뱀과 같은 파충류를 실제로 보면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혐오감 없이 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이 있다면서 왜 무서워?'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시라. 호기심과 두려움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한 생물에 대해 호기심이 있다고 해서 두려움까지 없을 수는 없다. (적어도 나...나는 그,그렇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혹은 잊고 있다가 다시- 알게 된 사실들을 몇 개 꼽아보면 아래와 같다.

   곤충 중에 가장 긴 이동 기록을 가진 곤충은 된장잠자리이다. 된장잠자리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15,000킬로미터를 날아간다(30쪽). 겉으로 잘 구부러지는 것처럼 보이는 새의 무릎은 실은 발목이다(일명 '가짜무릎'). 실제 무릎은 깃털 안에 숨어 있다(36쪽).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종 중 4분의 1은 딱정벌레이다. 딱정벌레는 전체 곤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48쪽). 거미와 전갈은 곤충이 아니다. '거미강'에 속한다(67쪽). 세이셸야자는 지구에서 가장 큰 씨앗이다(69쪽). 보겔콥바우어새의 수컷은 오로지 구애의 목적으로만 쓰일 그늘막을 나뭇가지와 화려한 색깔의 물건들로 장식해서 만든다. 짝짓기 후 암컷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한 집을 따로 짓는다고 한다(79쪽). 고깔해파리는 폴립이라는 생물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군체동물이다(87쪽). 그래서 해파리강에 속하지 않고 히드로충강에 속한다.





   책을 계속 읽어가다가 50페이지쯤에 이르러, 문득 책 초반에 있는 이 책의 매력적인 사용설명서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때부터 페이지 순서대로 읽지 않고 책 상단 가장자리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자,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확실히 더 재미가 있었다! 앞의 내용과 연관된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이 책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끝이 없는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이렇게 읽어보면 누구나 다 그렇게 느낄 것이다.


   사파리 모자를 쓰고, 한 걸음씩 전진하며 흥미진진한 생물의 세계를 탐구하는 탐험가처럼, 그렇게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그 탐험 속에서 우리 인간들이 이 지구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최상위 포식자로서 걸어온 길을 부디 뒤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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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영화 - 지옥에서 돌아온 저세상 영화 리뷰 웹툰 부기영화 1
급소가격 지음, 여빛 그림 / 씨큐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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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오지다'라고 말할만한 미친 영화 리뷰 웹툰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름하여 <부기영화>. 2015년부터 피키캐스트에 연재하다가 올해 8월쯤 카카오페이지로 옮겨 계속 연재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영화에 관심이 많거나 서브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만큼 꽤 유명한 웹툰이다.


   내가 이 웹툰을 처음 만난 건 영화 '인셉션' 리뷰가 올라왔을 때였다. 재미있게 '인셉션'을 리뷰한 웹툰이 있다며 공유해놓은 것을 본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리뷰를 읽는 내내 너무나 재밌어서, 그 자리에서 이전 리뷰까지 다 읽어버렸다. 연재 초기에는 좀 난잡하고 산만하다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드립이 많고 심도 있는 영화 리뷰는 적어서 별로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산만함은 줄어들고 기발함은 더욱 돋보이는 리뷰가 많아져갔고 그러한 점이 날 사로잡았다.



   이번 단행본은 그동안 피키캐스트에서 연재했던 200회 가까이 되는 웹툰들 중 10회를 엄선해서 실었다고 한다. 그리고 웹툰과 비교해서 기존보다 분량이 더 추가가 된 것은 올레! 산만하게 드립만 많았던 '인터스텔라'와 같은 회차는 전면 수정하고, 'Her'나 '월-E'와 같은 몇몇 영화는 다른 시각에서 쓴 리뷰를 추가했다. 단행본을 소장하게끔 만들고픈 꼼꼼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크라우드 펀딩이 생각보다 잘 진행되어서 2권 발매 또한 확정! 일단 이번 1권에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10개의 리뷰는 순서대로 '인터스텔라', '테이큰 3', 'Her', '위플래쉬', '월-E', '에일리언', '그래비티', '엣지 오브 투모로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액트 오브 킬링'이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들 중 한 편 빼고 다 보았다.)


   <부기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은, 아마 목차만 읽어도 어떤 책일지 대강 감이 잡힐 것이다. 대체 이런 목차를 여태껏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단 말인가? 푸하하하. <부기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신없이 서브컬쳐를 아우르며 드립을 치다가도 진지해야 할 땐 진지해진다는 거다. 가령 팝콘무비 '테이큰 3'에서는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알맞게 쉴 새 없이 각종 드립으로 몰아치며 재밌게 리뷰를 하는 반면, 'Her'에서는 소유의 종말에 대한 개념을 끌어들이고, '그래비티'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영화 전반에 깔아놓은 은유와 잠언에 대해 고찰하는 진지함을 보여준다.



   위에도 말했지만 <부기영화> 웹툰에는 여러 가지 패러디가 많아서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게 곧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는 섹드립은 보기가 좀 그럴 때가 있고, 서브컬쳐를 종횡무진하는 버라이어티한 패러디는 내가 느끼기엔 엄지를 올릴 만큼 수준급이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읽을 땐 박장대소할 수 있는 웃음 포인트가 특정 밈(meme)이나 패러디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해당 포인트에서 웃지도 못하고 뭔지도 모른 채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부기영화>는 어쩌면 사람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지도 모른다.


   내가 가슴으로 보았던 영화 '위플래쉬'를 <부기영화> 제작진만큼 재밌게 다룬 리뷰어를 본 적이 없다. 이 웹툰을 본 사람이라면 '내가 같은 영화를 본 게 맞아?'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대폭 수정되고 추가된 분량 덕에 새로운 리뷰를 본 기분이 들어 더 좋았던 이번 단행본이다. 다음 2권이 나온다면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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