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 - 세계 경제를 읽는 데이터 지리학
다리우시 보이치크 지음,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그림,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20년 독일 경제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돈을 경제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로 묘사했다. 우리가 경제적 존재로서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려면 돈과 금융을 이해해야 한다. (...)

금융 시스템 안에서 날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시급이나 월급, 보너스로 측정 가능한 노동이 된다. 우리가 사는 집은 세금과 유지비가 부과되는 부동산이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재정적 가치와 비용 편익 분석에 따라 보존과 소멸이 정해지는 자산 집합이 된다. 우리의 삶은 자산과 부채로 이루어진 장부가 된다. 시간은 우리가 벌어들이고 갚아야 할 이자를 계산함에 따라 그 자체로 재정적 가치를 가진다. 미래는 보험을 비롯한 금융 위험 관리 기법을 활용해 금융 위험과 수익을 계산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된다.


- 본서 17쪽 -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의 저자들은 눈에 당장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이 책을 만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시각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경제적 존재로서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말이다. 부자가 되는 것에 관심 없고 주식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더라도 돈과 금융의 특징이나 흐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건 그래서이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돈에 눈이 먼 사기꾼이나 끝없는 욕망으로 무장한 대기업, 기득권자에게 뒤통수 맞기 십상이니까. 그리고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초래한 사람들보다는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역이 피해를 보기 마련임으로.

   전작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의 저자 제임스 체셔와 올리버 우버티는 옥스퍼드대학교 지리환경대학원 국제연구팀의 수장 다리우시 보이치크와 손을 잡고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과 금융 시장을 다양한 그림과 그래픽으로 시각화해서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및 불평등, 환경오염과 같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금융의 패턴과 영향을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방식으로 지도화·시각화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훌륭한 역할을 해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이 책은 '1장 역사와 지리'에서 돈과 금융의 기원과 관련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본 후, 2장부터 마지막 8장까지 '자산과 시장, 투자자와 투자, 중개와 기술, 도시와 중심지, 버블과 위기, 규제와 거버넌스, 사회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금융의 여러 면면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주제 속에서 저자들은 현대 자본주의 속 금융의 민낯과 불평등으로 대표되는 불편한 진실을 정리해서 패턴으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한편,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한다.


시골의 예금자는 자신이 은행가에게 돈을 맡기며, 은행가가 대출을 내줄 때는 그가 알고 지내는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골 사람은 은행가가 자신의 예금을 런던의 증권업자 손에 맡기며, 자신과 은행가 모두 증권업자의 사업에 전혀 간섭할 수 없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 본서 38쪽, 카를 마르크스 -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러 가지 그림과 도형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지도와 인포그래픽이 우릴 반긴다. 창의적으로 꾸민 그래픽으로 빅데이터 속 숫자를 시각화해 돈과 금융의 패턴을 기발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가시적인 형태로 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빅데이터와 지도를 접목하면 이렇게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읽는 내내 느낀 놀라운 책이다.

   마지막 장까지 다 넘긴 지금 돌이켜보니 어느 페이지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든 챕터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특히 목차에서 가장 덜 재미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4장 중개와 기술'에 흥미를 느낄만한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는 점은 의외였다. 4장의 '빠르게, 더 빠르게' 편을 보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데이터센터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신호 전송을 위해 레이저 장비를 설치했는데, 이 장비의 렌즈에 새똥이 들러붙지 않도록 코팅하는 데만 무려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욕망덩어리 그 자체인 증권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게 씁쓸하다. '6장 버블과 위기'에서 언급되고 있듯, 금융 위기를 일으키는 진짜 범인은 공격적이고 투기적인 거래 행위에 보상을 주는 금융 시스템 그 자체이고, 이런 썩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금융 위기는 언제나 되풀이될 거라는 게 이 세계의 현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봐서 그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는 5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천국'이다. 세계의 (돈)세탁소인 영국, 그중에서도 국제 금융중심지로 유명한 런던에는 역외 관할권과 조세회피지에 등록된 해외 부유층의 고가 부동산이 많은데, 이 '오프쇼어(역외) 런던'의 실태를 아름다운 산호섬들의 무리로 빗대어 표현해 놓았다. 이 지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주 그냥 영롱하다 못해 찬연하여 차마 계속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숙련된 투자의 사회적 목표는 우리의 미래를 뒤덮은 시간과 무지의 어둠을 물리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숙련된 투자자들이 실제로 추구하는 개인적인 목표는 미국인들의 기막힌 표현대로 '총이 울리기 전에 출발'해서 일반 대중보다 앞서 나가고, 조악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동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 본서 40쪽,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주식시장은 큰손들이 짜고 치는 거대한 도박판이라는 가능성은 2021년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을 그려낸 2장의 '월가에 한 방을'과 4장의 '시장을 장악한 기관들'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수많은 금융 위기 속에서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의 종류와 거래 장소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가 적다는 점은 2장의 '변하지 않는 통화'에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금융 서비스 거래의 지형은 별다른 변화 없이 미국이 지배하고 있음은 2장의 '한결같은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엔 이 책을 읽고 나면 거시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세계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막상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오히려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대 자본주의 세계가 돌아가는 꼴이 우스우면서도 무섭다. 책을 읽기 전부터 내가 갖고 있던 견해가 더욱 굳혀졌다고나 할까. 소시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초부유층과 많은 기업들이 정신 차리지 않는 한 이 세계는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 말이다.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이젠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이 고심해 봐야 할 중대한 문제로 직면해 있다. 몇십 년 후 세계가 디스토피아로 변해 있을지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지는 현재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참으로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데다 시름 또한 많은 2024년의 12월을 보내왔다. 요즘의 나는 혼란스러운 이 시국을 잠시 잊고, 머리를 식히고 눈을 호강하며 마음을 채워줄 창조적인 무언가가 너무도 필요했다. 답답한 마음에 단순히 하늘을 올려다볼 때 느낄 수 있는 감각보다 좀 더 창조성을 띤 무언가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천장화의 비밀》을 읽었다.


   저자 캐서린 맥코맥은 전 세계 40여 곳의 미려한 천장화를 그냥 모아놓은 게 아니라 '종교, 문화, 권력, 정치'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실어놓았다. 바꿔 말하면, 역사를 통틀어 복제가 가장 많이 된 종교 이미지 중 하나이자 '천장화' 하면 가장 먼저 딱 떠오르는 그림인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의 <아담의 창조>와 같은 종교 천장화만 수록해 놓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천장화가 그려지는 캔버스인 '천장'이 가진 위치적 특성상 이 책에 실린 작품의 상당수는 종교와 관련이 있긴 하다. 책을 펼치면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가 그리는 내내 "살아있는 지옥에 갇혀 지내는 고문"이라고 표현했던 시스티나 천장화가 있는 이탈리아 외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 체코, 러시아 등을 포함한 유럽의 천장화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이란, 일본, 인도, 쿠바, 멕시코, 미국 등 세계 곳곳의 천장화를 큰 도판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경이로운 천장화를 자리에 편하게 앉아 구경하는 즐거움이 참으로 쏠쏠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면서

별의 시간 속으로 초월하고 필멸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 본서 9쪽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천장화를 좀 더 극적으로, 더욱 화려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기법 및 장식법이 나온다. 천장화를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토-인-수' 기법부터 '콰드로 리포르타토', '콰드라투라', '트롱프-뢰유', 로코코 특유의 장식인 '로카이유', 기괴한 '그로테스크' 장식 등 화가들의 실험정신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여러 가지 기법이 소개되어 있다. 한편 기독교와 달리 우상숭배를 우려해 그 어떠한 형태로도 신을 묘사하지 않는 이슬람교는 '무까르나스' 기법, 고대 로마제국의 모자이크 기법인 '오푸스 세크틸레', '이즈니크 타일'로 대표되는 세라믹 타일 디자인, '하프트-랑기' 기법, 망가니즈 퍼플 안료로 윤곽선을 칠하는 기법 등을 사용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문양을 반복해서 천장을 꾸밈으로써 복잡하고 화려한 우주 창조의 신비 그 자체를 표현했다. 흥미롭게도 기독교 이념과 이슬람 이념이 적절히 공존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도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곡선형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적용한 건축으로 유명한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법 중 이것 하나만 알고 있어도 "천장화 좀 보셨네요?"라고 들을 수 있는 기법이 있다. 그건 바로 '소토-인-수(sotto-in-su)'! 이탈리아어로 '아래에서 위쪽으로'라는 뜻의 '소토-인-수'는 그림 속 인물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단축해서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내가 천장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법이자, 이렇게 묘사된 작품을 보기 위해서 천장화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법이기도 하다. 이 '소토-인-수'와 평평한 천장을 돔처럼 보이게 착시 효과를 일으켜 마치 천장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콰드라투라', 실제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는 기법인 '트롱프-뢰유', 이 세 가지 기법이 만나면 내가 천장화에 기대하는 그 가슴 벅찬 느낌의 그림이 완성된다. 끊임없이 확장하며 하늘과 우주를 넘어 미지의 다른 세계까지 무한히 뻗어나가는 것 같은, 초월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 말이다. 이 세 가지 기법이 잘 표현된 작품으로는 베네치아에 있는 산 판탈론 성당의 천장화 <성 판탈레오네의 순교와 신격화>, 이탈리아 만토바에 있는 테 궁전의 '거인들의 방' 천장화, 로마에 있는 바르베리니 궁전의 <신의 섭리에 관한 알레고리>를 꼽을 수 있다.



한 쌍의 남녀가 서로를 향해 팔을 뻗는다. 내면에서 흘러나온 황금색 빛이 둘을 하나로 포옹한다. 은하수처럼 우주의 에너지를 담은 황금빛이 리듬을 만들며 그들을 둘러싸고 천장을 가로질러 벽 아래로 울려 퍼진다. 천장 아래에는 물이 흐르는 분수를 중심으로 약 500종이 넘는 식물들이 거대한 색유리 천장을 통해 스며든 형형색색의 빛줄기를 만끽하고 있다.

이 식물원에서 빛은 영혼의 메타포이며 물질인 유리를 통과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영혼의 초월성을 반영한다.


- 멕시코 톨루카, 코스모비트랄 식물원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코스모비트랄>, 레오폴도 플로레스


   저자의 위트 넘치는 글솜씨 덕에 그림 보는 재미와 더불어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천장화의 비밀》에는 위에 언급한 경이롭고 장엄한 작품 외에도 특이한 작품들 또한 여럿 실려 있다. 스페인의 달리 극장-박물관의 <바람의 궁전> 작품에선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아내 갈라의 거대한 발바닥을 볼 수 있고, 이탈리아 키에리카티 궁전에서는 아폴론의 엉덩이와 성기뿐만 아니라 네 마리 말들의 아랫도리까지 그려 넣어 '소토-인-수' 기법을 외설적으로 비튼 민망한 천장화도 볼 수 있다. 또한 벨기에 브뤼셀 왕궁의 거울의 방에서는 무지갯빛 녹색으로 다채롭게 빛나는 160만여 개의 보석풍뎅이 겉날개로 만든 얀 파브르의 작품 <쾌락의 천국>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책을 다 읽은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하나 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저히 하나만 꼽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작품으로 가득하다. 잔혹한 2024년 12월을 보내는 동안 나는 이 책을 틈틈이 읽으며 현실의 시름을 잠시나마 덜어볼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은 환상적이었을뿐만 아니라 무척 고마운 책으로도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매일 귀여움 충전! 2025 미니니 일력 - 선물용 박스 + 스프링 일력 + 미니니 TO DO LIST + 미니니 포스트잇
IPX 주식회사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달력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니 벌써, 12월이다. 뭐든 푸석푸석해지는 12월이 와버렸다는 건, 이제 정말 올해가 저물어간다는 것. 하아...... 체감상 나는 아직 추운 2024년의 2월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고, 오늘은 어제와 다를 게 없고, 마음은 한없이 메말라 있는 요즘. 내년에도 이렇게 메마른 일상을 보내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2025년 일력으로는 평소의 나라면 쳐다보지 않을 아주 귀여운 것으로 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매일매일 귀여움 충전! 2025 미니니 일력>.



   미니니는 라인프렌즈의 바로 그 미니니들이다. 서점에서 소개를 읽어보니 2024년 11월에 런칭한 미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함께 만들어진 일력인 모양이다. 일력 박스를 열어보니 '2025 미니니 일력' 외에도 '미니니 To Do List' 노트와 '미니니 포스트잇'이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일력 속에는 미니니 애니메이션의 귀여운 장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짧은 텍스트 메시지는 있는 날짜도 있고, 없는 날짜도 있다(작년에 사용한 일력보다 글밥이 적은 게 좀 아쉽기는 하다). 12월에는 다양한 '연말 결산'으로 중무장하고 있어서 꽤 실속 있게 느껴진다. 보고 있으면 포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색감이 미니니들과 일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데, 일력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애니메이션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달력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하찮은데 귀엽네"라며 지나갔다. "하찮은 게 아니라, 귀여운 거거든요? 귀염뽀짝 미니니거든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안 그래도 하찮은 게 유행한 지 꽤 되지 않았나? 어설프고 하찮아도 귀여운 이모티콘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렸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미니니도 이모티콘 캐릭터에서 출발한 애들이 아니던가. 어쩔 땐 한없이 하찮게 느껴지는 내 일상을, 이렇게나 하찮지만 너무나 귀엽기만 한 미니니들에게 위로받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25년엔 미니니들로 매일 귀여움 한 스푼씩 떠먹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생 소장 클래식 집밥 백과 - 집밥 여왕 겨울딸기의 심플하고 건강한 가정식 200
강지현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제 따라 했을 때 맛있는, 신뢰할 수 있는 레시피로 입소문 난' 저자의 집밥 노하우가 많이 담겼다는 책 소개를 보고 더 잴 것 없이 선택한 <평생 소장 클래식 집밥 백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보며 주목하고 있는 요리사 '이모카세 1호'의 손맛처럼 맛있는 레시피가 가득하길 기대하며 책을 읽어보았다.


   <평생 소장 클래식 집밥 백과>에는 무려 200개의 레시피가 총 아홉 파트로 나뉘어 실려 있다. 각 파트는 '나물, 무침·볶음, 장아찌·조림, 메인 요리, 밥·죽, 국·찌개, 면·부침개, 김치, 샐러드'라는 다양한 요리로 이루어져 있다. 책 앞부분에는 책에서 사용하는 기본 계량법과 양념 재료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장 보는 법, 냉장고 관련 팁, 집밥 원포인트 레슨 등 요리를 할 때 도움이 될 다양한 정보들이 곁들여져 있다.



   그저께 이 책에 실려 있는 레시피 중 비빔국수를 도전해 보았다. '채소를 고기로 싸 먹는다'는 말이 흔해질 정도로 금추가 되어버려서 요즘 구경도 잘 못하는 상추와 다 쓴 후 구비해놓지 못한 매실액, 이 두 재료가 없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 외의 레시피는 그대로 따라 해서 만들어 보았다. 결과는.... "생존하셨습니다(넷플릭스 흑백요리사 ver.)." 간은 합격점이었다. 싱겁게 먹는 성향인지라 간이 어떨지 신경 쓰였는데, 생각보다 짜게 느껴지지 않아서 괜찮았다. 그리고 맵기는 대중적인 기호에 맞춰 적당히 매콤했는데, 아주 맵게 먹는 걸 선호해 오다가 최근부터 몸을 생각해서 덜 맵게 먹기 운동을 하고 있는 내 장에 딱 맞는 편안한 맵기였다.


사계절이 수없이 바뀌었지만 하루하루 차려내는 밥상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엄마가 해주셨던 어릴 적 먹던 반찬이

내 아이를 위한 반찬으로 다시 밥상에 오르고

명절이나 생일날이면 먹던 전, 부침, 불고기, 잡채 같은 음식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하죠.


- 본서 5쪽


   집에서 해 먹지 않을 거 같은 메뉴는 한 가지도 넣지 않았다는 저자는 기본에 충실한 진짜 집밥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머리말에서 짧게 밝히고 있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부엌 가까이 두고 계속 들춰보며 우리 집 집밥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책이다. 어느새 쌀쌀해진 이 계절, 여기 실려 있는 다양한 요리로 마음을 뜨끈하게 데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컬트의 모든 것 - 신비주의, 마법, 타로를 탐구하는 이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피터 포쇼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컬트의 모든 것>은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을 가졌던 오컬처, 그러니까 오컬트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읽어본 책이다. 본서는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기초 학문들'에는 '점성술, 연금술, 카발라'가, 2부 '오컬트 철학'에는 '자연 마법, 천체 마법, 의식 마법'이, 3부 '오컬트의 부활'에는 '오컬티즘, 타로, 뉴에이지와 오컬처'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책의 서문에서는 오컬트의 개념과 특징에 대해 아래처럼 말하고 있다.


위로는 하늘, 밑으로는 땅에 관한 이야기이자 신과 인간,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만물의 상호 조화가 존재한다는 하나의 믿음이며 복잡하게 얽힌 창조, 즉 거대한 존재의 사슬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은 천사와 정령의 권능, 이로운 귀신과 해로운 귀신, 동식물과 광물의 속성, 그리고 인간의 잠재력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것에 매료되어 그 비밀을 밝히고 숨겨진 것을 찾으려는 인간의 이야기다.


- 본서 10쪽



   본서는 영화 [이터널스 Eternals](2021)에서 스피드스터인 마카리가 그토록 집착하며 찾던 유물이기도 한 '에메랄드 타블렛'에 있는 유명한 텍스트를 서론 첫머리에 인용하며 시작하고 있다. 이 에메랄드 타블렛을 쓴 것으로 알려진 신화적인 현자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토스'는 오컬트 수행의 원조 중 한 사람으로서, 연금술을 비롯한 모든 과학 기술의 창시자로 여겨지고 있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하인리히 쿤라트, 엘리파스 레비, 하인리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앨리스터 크롤리처럼 헤르메스 역시 책을 읽다 보면 자꾸 만나게 되는데, 이는 그가 오컬트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걸 보여준다.


   책을 읽다가 머리가 띵- 해지는 구간이 있었는데, 이는 1부 '카발라'의 '상징적 신학' 면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히브리어 알파벳의 모든 문자는 본래부터 고유한 숫자 값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유대교는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이 기독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대교는 '텍스트 자체를 재구성하고 변형시켜 개별 문자의 형태와 구성요소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성서라는 자료에서 거의 무한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히브리어 단어나 문구를 히브리어 알파벳이 가진 문자의 숫자 값을 이용해 계산하는 '게마트리아 Gematria', 두문자어(頭文字語)처럼 문자를 조작하여 글자 수수께끼를 만드는 '노타리콘 Notarikon', 어휘에 들어 있는 문자를 자모의 다양한 순열에 따라 대체하는 '테무라 Temura' 혹은 '체루프 Tseruf' 등 주로 이 세 가지 기법을 이용해 이루어진다. 이 골치 아픈 내용은 2부 '천체 마법'에서도 일부 이어지는데, 이 부분을 읽고 있으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결국 교수님께 천체 마법은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후 정령을 보는 법과 본초학, 관상학을 배울 수 있는 '자연 마법'이나 '의식 마법' 중 하나인 강령술과 관계 깊은 고에테이아 마법을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오컬트의 모든 것>은 '오컬트'라는 학과명 아래에 묶인 다양한 전공과목들의 개념 및 기원, 변천사 등에 관한 핵심 내용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오컬트 개론서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오컬트 철학의 핵심 개념인 4대 원소(흙, 물, 공기, 불)와 오컬트 기본 과학인 점성술, 연금술, 마법을 비롯해 카발라, 타로, 오컬티즘, 뉴에이지와 오컬처, 그리고 여러 오컬트 관련 단체(프리메이슨, 장미십자회, 신지학회, 황금여명회 등등) 등 오컬트에 속한 다양한 요소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 천재 과학자이자 신학자인 아이작 뉴턴,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 아일랜드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와 같은 역사 속 저명인사들과 계속 마주치는 게 처음엔 좀 놀라웠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17세기에 와서 연금술과 화학이 분리되고 18세기에 점성술과 천문학이 분리되는 계기가 된 계몽주의 사상의 등장과 과학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컬트 과학과 철학은 지식인과 예술가에게 혁신적인 개념이자 사상으로 여겨졌으니 당대의 저명한 인물들이 관계되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하게 느껴지긴 한다. 오컬트가 부활한 19세기 이후엔 다시 힙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테니 유명인들이 가만있을 수 없었을 테고 말이다. '궁극적으로 기독교까지 아우르는 종교 철학이자 신플라톤주의, 신비주의 그리고 카발라에 기초를 둔 우주론으로 나타나'는 다형적이고 융합적인 속성을 가진 오컬트 철학에 매료되지 않기가 오히려 더 어렵지 않을까.


   이 책을 재미로 보기 위해 펼쳤다면 살짝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오컬트 개론서(!)답게 내용이 딱딱한 편이고, 어색한 번역 투가 다소 있으며, 글이 그림을 보조해 주는 게 아니라 그림이 글을 보조해 주는 성격이 강한 시각 자료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컬트'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개괄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무척 가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