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머니이슈 + 브랜드북 + 2026 행운의 달력 세트 - 전3권
토스 엮음 / 비바리퍼블리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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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에 토스(Toss)에서 발간한 비정기 간행물 〈THE MONEY ISSUE〉이 포함되어 있는 〈THE MONEY ISSUE(더 머니이슈) 2026 행운의 달력 3종 세트〉를 만나보았다. 이 세트 안에는 창간호인 'THE MONEY ISSUE(더 머니이슈) Vol. 1'과 'THE TOSS(미니 브랜드북)', 그리고 '2026 토스 행운의 달력'이 들어 있다. 이 세 상품이 들어 있는 박스의 입구를 조금씩 뜯다 보면 '돈에 관한 시선이 바뀌면, 삶은 변한다'라는 문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비밀의 방을 여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THE MONEY ISSUE〉의 창간호 커버스토리는 '1인분의 삶'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 커버스토리를 바탕으로 내 삶 속에서 돈이 가진 의미와 그에 따른 관계 설정에 관한 이야기를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사례를 통해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있다. 가령 가진 돈이 한 줌이어도 자산 관리가 필요한지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얕게 살짝) 얻어보거나, 다른 사람들은 1인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19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요즘 2030의 자산 관리 트렌드를 설문조사로 살펴보는 등 경제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건 기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천문학자 이주원과 돈에서 한 발짝 물러서 우주적 관점에서 1인분의 삶을 살펴보기도 하고, 동아시아 최초의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인 한동일 교수와 함께 '고대 사람들은 무엇을 행복이라고 불렀을까?'라는 주제로 돈과 행복에 관해 철학적으로 접근해 보기도 한다. 또한 세계적인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에게 '연봉 1억 원 찍으면 행복해질까?'라고 묻고 듣는 시간도 가져보는데, 이 인터뷰는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유익하게 읽은 글이다. 이뿐만 아니라 AI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이자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시니어 솔루션즈 아키텍트 매니저인 오순영과 이에 관해 나눈 대화를 살펴볼 수 있고, 'AI가 인간에게 '완전한 휴식'을 선물하면, 나는 뭐 하고 살까?'라는 질문으로 SF 작가 천선란이 상상해 본 AI로 대체된 이후의 삶을 단편소설로 만나볼 수도 있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사례 연구, 칼럼, 문학이 매거진에 빼곡히 실려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가 'Cover Story, Data & Insight, Mindset, Life Inspirations, Lifestyle'라는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물론 매거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중간 광고가 여기에도 있다. 'Toss Story'라는 이름으로 토스의 유튜브 채널이나 앱, 페이스페이, 브랜드미디어 같은 자사 광고를 하는 걸 이따금 볼 수 있는데, 이 잡지 광고에서 보고 흥미가 생겨 토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와 브랜드미디어 토스피드에 볼 만한 게 있는지 한번 들어가 보았다. 읽을 만한 이야깃거리와 유용한 동영상이 몇몇 보여서 앞으로도 종종 가서 들여다볼 생각이다.

   이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내는 돈 이야기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돈에 관한 시선이 조금은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호에서는 창간호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경제 이야기가 실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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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365 멘탈의 연금술
보도 섀퍼 지음 / 토네이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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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달력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멘탈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내년의 나는 올해보다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를 고무시키고 자극시켜 줄 달력 하나를 들였다. 이름하여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365>.

   나는 보도 섀퍼가 누군지 모른다. 그런데 만년 일력의 내용을 본 순간 이 달력을 나의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나를 이끌어줄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조언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달력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작, 인내, 용기, 관점, 전환, 자신감, 성장, 실행, 몰입, 도전, 태도, 성취'라는 12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월별로 배경 디자인이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다크한 배경이 좀 더 멋져 보였다.


포기한 사람은

자신이 하루만 더 버티면

그 일을 해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한다.

- 2월 19일


자신을 불운의 피해자로 여기지 않고,

모든 일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흔들림 없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 3월 7일


결과는 행동에서 나온다.

모든 성과는 바로

그 행동이 만들어낸 것이다.

- 11월 2일


   알고 보니 저자 보도 섀퍼는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밀리언셀러 작가였다. 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기에 아무리 유능한 사람의 조언이더라도 만날 기회가 없었을 터. 그래서 이렇게 만년 일력 버전으로 재구성해서 나처럼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 사람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365>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명료하게 핵심을 찌르는 조언이 가득하기에, 대체로 부드럽고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는 듯한 조언이 많은 달력인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에 비해 직선적인 느낌이 들었다. 두 일력 다 개성이 확실하고 매력적이라 비교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성장의 마법은 꾸준함에 있습니다.

위대한 변화는 작은 실천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이 일력이 여러분의 매일을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랍니다.


- 한국어판 서문


   곧잘 흔들리는 멘탈을 가진 나에게, 보도 섀퍼는 연약한 유리 멘탈을 유연하고 단단한 멘탈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며 나를 자극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추진하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이룰 수 있다고 다독인다. 달력을 주욱 훑어보고 있으면 마치 훈련소에서 변명이 절대 통하지 않는 교관을 만난 것처럼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에 정신이 바짝 들 정도이다. 출렁이는 시국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멘탈로 바꾸기 위해 이 일력을 꾸준히 활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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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읽기 - 무성 영화부터 디지털 기술까지
마크 커즌스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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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들은 영화 역사의 혁신 그 자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저자는 혁신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 책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책을 읽는 내내 틈만 나면 등장하는데, 저자는 서문에서 '단순히 아름답거나 유명하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점보다는 혁신성에 중점'을 두고 세계 영화들의 엔진에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저자 본인이 좋아하지만 책에 싣지 못한 영화들이 많다고 한다(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화도 다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 책은 창의적인 영화인들이 어떤 제작 방식으로 혁신적이고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무성 영화(1895년~1928년)', '유성 영화(1928년~1990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영화(1990년~현재)'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담아내고 있다. 영화 혁신가들의 스키마와 변이를 추적하면서 다양한 장르와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감독을 소개하는 영화 역사 개론서이자 카탈로그라고 볼 수 있겠다. 시대별로 영화감독들이 스타일적으로 어떤 스키마를 따르는지 혹은 어떤 새로운 스키마를 정립하는지를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반영하여 설명하고 있어 영화 역사에 포괄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영화 매체는 특정인이 혼자 창시한 게 아니며 탄생일도 명확하지 않다. 저자의 표현대로 '그 미래가 불투명한 채 갑자기 관심을 끌며'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들었다. '숏'을 발견하고, 숏보다 더 기묘한 '컷'이 소개되고, -조르주 멜리에스에 의해- 다중의 숏이 "편집된" 영화가 소개되며, 영화 기술은 점점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순차 편집, 포커스 풀, 클로즈업 숏, 아메리칸 숏, 리버스 앵글 편집, 평행 편집, 시선 일치 등과 같은 기초적인 영화 기법들이 초창기 무성 영화 역사에서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영화 역사에는 그야말로 대변혁의 물결이 휩쓴다. 기존의 영화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독도 있는 반면, 새로운 연출로 영화 언어와 스타일을 변형시키거나 획기적인 기술로 전혀 다른 방식의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도 있다. 그렇게 새로운 스키마가 구축되면 다른 한쪽에선 이를 모방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키마와 변이의 영화 역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물론 브레송처럼 모든 영화의 스키마를 거절하는 감독도 있다). 무성 영화 역사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인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미국, 1915)의 감독 데이비드 그리피스는 존 포드의 <순례 여행 Pilgrimage>(미국, 1933)과 일본의 무라타 미노루에게 영향을 끼치고,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감독인 버스터 키튼의 영화 <제너럴 The General>(미국, 1926)은 호주의 명감독 조지 밀러에게 영감을 주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호주·미국, 2015)의 후반부에 그 영향력이 반영되는 것처럼, 이 책은 영화사 전반에 걸쳐 한 감독이 다른 감독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며 시대를 뛰어넘는 스키마적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아방가르드, 사실주의, 네오리얼리즘, 뉴 웨이브, 도그마 선언, 포스트모더니즘, 초현실주의 등 시대 상황과 영화 고유의 역사가 반영된 다양한 영화 사조와 운동, 영화 스타일이 등장한다. 저자는 특정 감독과 영화 운동이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 방식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수많은 영화감독과 그들이 탄생시킨 훌륭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지만,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다 보니 세부적으로 그리 길게 언급하지는 않는다. 책에서 사진을 포함해 최소 두 페이지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찰리 채플린이나 앨프리드 히치콕, 오즈 야스지로, 로베르 브레송, 장뤽 고다르, 마틴 스코세이지, 페드로 알모도바르,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The Matrix>(미국, 1999) 급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봉준호마저도 책 속의 다른 수많은 영화인들과 마찬가지로 사진도 없이 여덟 줄 정도만 할애되어 있고, 임권택 감독은 열한 줄 정도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 덕분에 내가 재미있게 봤던 <행복한 라짜로 Lazzaro felice>(이탈리아, 2018)나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줬던 <경계선 Border>(스웨덴, 2018), 그리고 어렸던 나를 끝없는 몽상에 빠뜨렸던 <올란도 Orlando>(영국, 1992)와 같은 영화를 이 책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오즈 야스지로에게 편애하듯 너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았다면 봉준호에게 사진 한 장 정도는 넣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 영화 읽기>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안내서이자 영화 감상의 길라잡이로 삼아도 될 만큼 저자의 열정이 가득 담긴 책이다. 영화에 관해 잘 모르거나, 영화를 자주 보지만 본인의 영화 스펙트럼을 확장하고픈 갈증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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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심리학 -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
신고은 지음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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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지지난주 토요일인 5월의 마지막 날, 나는 열심히 걷고 있었다. 내가 한창 걷고 있었던 시각의 기온은 무려 29도였다. 이렇게 더운 날 대체 왜 산책한답시고 걷기 시작했을까! 이성이 서서히 마비되어 가던 나는 자신을 원망하고, 읽고 있던 책인 <이달의 심리학>의 저자를 원망했다. 작가님, '녹음이 깊은 5월은 걷기의 축제 기간'이니 당장 집을 나서라면서요! 산책을 하면 뇌에서 활성화된다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켜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더위에 절은 내 뇌는 과거의 나쁜 기억과 상념을 마구마구 현재로 갖고 와 마음의 안뜰에 풀고 또 풀었다. 슬픈 상념 속에 허우적대는 나를 이대로 삼켜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마비되기 직전의 내 이성은 <이달의 심리학> 8월 챕터에 나왔던 저자의 말을 머릿속에서 가까스로 끄집어내었다.


나쁜 상념이 나를 흔들 때는 상념이 현실이 아님을 인정한다.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저 인식해본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내 인생은 불행해, 에서 멈추는 대신

내 인생은 불행하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 본서 155쪽


   내 인생은 슬프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나는 더워 미칠 지경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아니, 나는 지금 진짜 슬프고 아프고 더워서 미칠 지경인데요?!! 실패였다. 실패한 것도 모자라 분노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상태는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그렇게 과거의 아픔을 곱씹으며 마음에 생채기를 한참 내고 있는데, <이달의 심리학> 10월 챕터 속에 적혀 있던 문장 하나가 툭 하고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론을 아는 드라마는 여러 번 보지 않는 것처럼 결론이 나버린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오래된 아픔을 아직도 곱씹고 있는 걸 보니, 나는 여전히 이 일에 관한 생각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챕터에서 권유하던 감정일기 쓰기를 -간만에 다시- 시도해 봐야 하려나? 녹음이 우거진 5월의 산책 속에서 나는 더위에 익어가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내 상태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들 생각을 해냈다며 마음 한쪽으론 기쁨이 솟아나고 있었다. 내 뇌는 어느새 '지금 나의 분노는 더위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강도가 높아진 것임을 인식하자'라며 6월 챕터의 분노 다스리는 법을 가져와 시도해 보기도 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4월 챕터와 1월 챕터에서 저자가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며 말했던 긍정 회로 돌리기 연습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우여곡절과 함께 5월의 산책이 끝나가고 있었다.



   얼마 전 읽은 <이달의 심리학>에서 저자 신고은은 '열두 달을 좇으며 순간을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일 년 동안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음의 문제와 고민을 월별로 나누고 심리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이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갖가지 실험 결과들이 등장한다. 3월에 옷장 정리를 하며 옷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매몰비용, 소유효과, 종결욕구에서 찾아보고, 12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말연시 증후군을 히긴스의 자기 불일치 이론과 자이가르닉 효과로 살펴보는 식으로 말이다. 매달 끄트머리에는 'O월의 마음사전, O월의 할 일'이라는 이름으로 그달의 키워드와 할 일도 제안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특정 시기의 정서가 나랑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가령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사람 중 학생을 제외하면 저자처럼 3월을 시작의 달로 생각하거나 6월을 휴식의 달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여러 명에게 물어봤는데 특히 6월이 언제부터 휴식의 달이었냐고, 휴식의 달은 7월이나 8월 아니었더냐고 전부 반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점마저도 가볍게 읽기 좋은 심리학 서적을 찾고 있던 나에겐 그다지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여러 심리학 용어를 알기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자잘한 심리적 꿀팁을 얻을 수 있어, 전반적으로 알차면서도 읽을거리가 많아 장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7월 챕터의 '공포를 극복하는 법'에서 고소공포증을 극복 예시로 들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7월이 되면 내 인생의 골칫덩어리 중 하나인 고소공포증을 '체계적 둔감화' 기법으로 극복하는 연습을 해볼 생각에 마음이 괜스레 두근거린다. 매달 그달의 심리학을 적용해 보며 내 삶을 더욱 현명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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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 - 세계 경제를 읽는 데이터 지리학
다리우시 보이치크 지음,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그림,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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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20년 독일 경제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돈을 경제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로 묘사했다. 우리가 경제적 존재로서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려면 돈과 금융을 이해해야 한다. (...)

금융 시스템 안에서 날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시급이나 월급, 보너스로 측정 가능한 노동이 된다. 우리가 사는 집은 세금과 유지비가 부과되는 부동산이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재정적 가치와 비용 편익 분석에 따라 보존과 소멸이 정해지는 자산 집합이 된다. 우리의 삶은 자산과 부채로 이루어진 장부가 된다. 시간은 우리가 벌어들이고 갚아야 할 이자를 계산함에 따라 그 자체로 재정적 가치를 가진다. 미래는 보험을 비롯한 금융 위험 관리 기법을 활용해 금융 위험과 수익을 계산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된다.


- 본서 17쪽 -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의 저자들은 눈에 당장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이 책을 만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시각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경제적 존재로서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말이다. 부자가 되는 것에 관심 없고 주식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더라도 돈과 금융의 특징이나 흐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건 그래서이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돈에 눈이 먼 사기꾼이나 끝없는 욕망으로 무장한 대기업, 기득권자에게 뒤통수 맞기 십상이니까. 그리고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초래한 사람들보다는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역이 피해를 보기 마련임으로.

   전작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의 저자 제임스 체셔와 올리버 우버티는 옥스퍼드대학교 지리환경대학원 국제연구팀의 수장 다리우시 보이치크와 손을 잡고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과 금융 시장을 다양한 그림과 그래픽으로 시각화해서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및 불평등, 환경오염과 같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금융의 패턴과 영향을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방식으로 지도화·시각화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훌륭한 역할을 해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이 책은 '1장 역사와 지리'에서 돈과 금융의 기원과 관련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본 후, 2장부터 마지막 8장까지 '자산과 시장, 투자자와 투자, 중개와 기술, 도시와 중심지, 버블과 위기, 규제와 거버넌스, 사회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금융의 여러 면면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주제 속에서 저자들은 현대 자본주의 속 금융의 민낯과 불평등으로 대표되는 불편한 진실을 정리해서 패턴으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한편,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한다.


시골의 예금자는 자신이 은행가에게 돈을 맡기며, 은행가가 대출을 내줄 때는 그가 알고 지내는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골 사람은 은행가가 자신의 예금을 런던의 증권업자 손에 맡기며, 자신과 은행가 모두 증권업자의 사업에 전혀 간섭할 수 없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 본서 38쪽, 카를 마르크스 -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러 가지 그림과 도형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지도와 인포그래픽이 우릴 반긴다. 창의적으로 꾸민 그래픽으로 빅데이터 속 숫자를 시각화해 돈과 금융의 패턴을 기발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가시적인 형태로 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빅데이터와 지도를 접목하면 이렇게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읽는 내내 느낀 놀라운 책이다.

   마지막 장까지 다 넘긴 지금 돌이켜보니 어느 페이지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든 챕터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특히 목차에서 가장 덜 재미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4장 중개와 기술'에 흥미를 느낄만한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는 점은 의외였다. 4장의 '빠르게, 더 빠르게' 편을 보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데이터센터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신호 전송을 위해 레이저 장비를 설치했는데, 이 장비의 렌즈에 새똥이 들러붙지 않도록 코팅하는 데만 무려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욕망덩어리 그 자체인 증권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게 씁쓸하다. '6장 버블과 위기'에서 언급되고 있듯, 금융 위기를 일으키는 진짜 범인은 공격적이고 투기적인 거래 행위에 보상을 주는 금융 시스템 그 자체이고, 이런 썩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금융 위기는 언제나 되풀이될 거라는 게 이 세계의 현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봐서 그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는 5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천국'이다. 세계의 (돈)세탁소인 영국, 그중에서도 국제 금융중심지로 유명한 런던에는 역외 관할권과 조세회피지에 등록된 해외 부유층의 고가 부동산이 많은데, 이 '오프쇼어(역외) 런던'의 실태를 아름다운 산호섬들의 무리로 빗대어 표현해 놓았다. 이 지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주 그냥 영롱하다 못해 찬연하여 차마 계속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숙련된 투자의 사회적 목표는 우리의 미래를 뒤덮은 시간과 무지의 어둠을 물리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숙련된 투자자들이 실제로 추구하는 개인적인 목표는 미국인들의 기막힌 표현대로 '총이 울리기 전에 출발'해서 일반 대중보다 앞서 나가고, 조악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동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 본서 40쪽,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주식시장은 큰손들이 짜고 치는 거대한 도박판이라는 가능성은 2021년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을 그려낸 2장의 '월가에 한 방을'과 4장의 '시장을 장악한 기관들'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수많은 금융 위기 속에서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의 종류와 거래 장소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가 적다는 점은 2장의 '변하지 않는 통화'에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금융 서비스 거래의 지형은 별다른 변화 없이 미국이 지배하고 있음은 2장의 '한결같은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엔 이 책을 읽고 나면 거시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세계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막상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오히려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대 자본주의 세계가 돌아가는 꼴이 우스우면서도 무섭다. 책을 읽기 전부터 내가 갖고 있던 견해가 더욱 굳혀졌다고나 할까. 소시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초부유층과 많은 기업들이 정신 차리지 않는 한 이 세계는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 말이다.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이젠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이 고심해 봐야 할 중대한 문제로 직면해 있다. 몇십 년 후 세계가 디스토피아로 변해 있을지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지는 현재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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