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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세계 - 그림으로 보는 비주얼 백과 사전
아만다 우드.마이크 졸리 지음, 오웬 데이비 그림, 유윤한 옮김, 황보연 감수 / 이마주 / 2019년 10월
평점 :
호모 사피엔스 '인간'은 5,000종이 넘는 포유류 중의 한 종이며, 지금까지 생물학자들이 발견한 200만 종의 동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거기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700만 종의 다른 동물들까지 포함하면, 약 900만 종의 동물 중 한 종이란 뜻도 될 테다(12쪽).
이처럼 수백만 종의 동물 중 한 종에 지나지 않는 인간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히 번식하다 못해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를 미치고 있는 가장 해악한 종이기도 하다. 지구를 점령하고 마치 인간만을 위한 행성인 것처럼 지구를 괴롭히고 있는 인간들. 그중 대부분의 인간은 마치 옆집에 누가 살고 있든 신경 쓰려고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만 사는, 오만하며 이기적인 행동 양상을 보인다.
오만한 인간들이 지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선, 이 지구에 인간 외에 누가 사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궁금증은 호기심이 가장 크게 발달되어 있는 어린 시절에 집중적으로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어린이에게 이 <자연의 세계>와 같은 양질의 백과사전을 자주 보여줘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자라서도 이런 백과사전을 좋아하는 나 같은 어른이(!)에게도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서적이다.

극지방을 비롯해 열대 우림, 온대림, 사막, 초원, 습지, 바다, 그리고 세 번째 극지방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산맥으로 위시되는 산 등 지구상의 다양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깔끔한 설명과 세련된 일러스트로 만나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라서 더욱 좋았던 이유는, 나처럼 개구리와 곤충류, 그리고 뱀과 같은 파충류를 실제로 보면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혐오감 없이 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이 있다면서 왜 무서워?'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시라. 호기심과 두려움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한 생물에 대해 호기심이 있다고 해서 두려움까지 없을 수는 없다. (적어도 나...나는 그,그렇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혹은 잊고 있다가 다시- 알게 된 사실들을 몇 개 꼽아보면 아래와 같다.
곤충 중에 가장 긴 이동 기록을 가진 곤충은 된장잠자리이다. 된장잠자리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15,000킬로미터를 날아간다(30쪽). 겉으로 잘 구부러지는 것처럼 보이는 새의 무릎은 실은 발목이다(일명 '가짜무릎'). 실제 무릎은 깃털 안에 숨어 있다(36쪽).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종 중 4분의 1은 딱정벌레이다. 딱정벌레는 전체 곤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48쪽). 거미와 전갈은 곤충이 아니다. '거미강'에 속한다(67쪽). 세이셸야자는 지구에서 가장 큰 씨앗이다(69쪽). 보겔콥바우어새의 수컷은 오로지 구애의 목적으로만 쓰일 그늘막을 나뭇가지와 화려한 색깔의 물건들로 장식해서 만든다. 짝짓기 후 암컷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한 집을 따로 짓는다고 한다(79쪽). 고깔해파리는 폴립이라는 생물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군체동물이다(87쪽). 그래서 해파리강에 속하지 않고 히드로충강에 속한다.

책을 계속 읽어가다가 50페이지쯤에 이르러, 문득 책 초반에 있는 이 책의 매력적인 사용설명서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때부터 페이지 순서대로 읽지 않고 책 상단 가장자리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자,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확실히 더 재미가 있었다! 앞의 내용과 연관된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이 책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끝이 없는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이렇게 읽어보면 누구나 다 그렇게 느낄 것이다.
사파리 모자를 쓰고, 한 걸음씩 전진하며 흥미진진한 생물의 세계를 탐구하는 탐험가처럼, 그렇게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그 탐험 속에서 우리 인간들이 이 지구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최상위 포식자로서 걸어온 길을 부디 뒤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