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기영화 - 지옥에서 돌아온 저세상 영화 리뷰 웹툰 ㅣ 부기영화 1
급소가격 지음, 여빛 그림 / 씨큐브 / 2019년 10월
평점 :
여기, '오지다'라고 말할만한 미친 영화 리뷰 웹툰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름하여 <부기영화>. 2015년부터 피키캐스트에 연재하다가 올해 8월쯤 카카오페이지로 옮겨 계속 연재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영화에 관심이 많거나 서브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만큼 꽤 유명한 웹툰이다.
내가 이 웹툰을 처음 만난 건 영화 '인셉션' 리뷰가 올라왔을 때였다. 재미있게 '인셉션'을 리뷰한 웹툰이 있다며 공유해놓은 것을 본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리뷰를 읽는 내내 너무나 재밌어서, 그 자리에서 이전 리뷰까지 다 읽어버렸다. 연재 초기에는 좀 난잡하고 산만하다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드립이 많고 심도 있는 영화 리뷰는 적어서 별로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산만함은 줄어들고 기발함은 더욱 돋보이는 리뷰가 많아져갔고 그러한 점이 날 사로잡았다.

이번 단행본은 그동안 피키캐스트에서 연재했던 200회 가까이 되는 웹툰들 중 10회를 엄선해서 실었다고 한다. 그리고 웹툰과 비교해서 기존보다 분량이 더 추가가 된 것은 올레! 산만하게 드립만 많았던 '인터스텔라'와 같은 회차는 전면 수정하고, 'Her'나 '월-E'와 같은 몇몇 영화는 다른 시각에서 쓴 리뷰를 추가했다. 단행본을 소장하게끔 만들고픈 꼼꼼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크라우드 펀딩이 생각보다 잘 진행되어서 2권 발매 또한 확정! 일단 이번 1권에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10개의 리뷰는 순서대로 '인터스텔라', '테이큰 3', 'Her', '위플래쉬', '월-E', '에일리언', '그래비티', '엣지 오브 투모로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액트 오브 킬링'이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들 중 한 편 빼고 다 보았다.)
<부기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은, 아마 목차만 읽어도 어떤 책일지 대강 감이 잡힐 것이다. 대체 이런 목차를 여태껏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단 말인가? 푸하하하. <부기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신없이 서브컬쳐를 아우르며 드립을 치다가도 진지해야 할 땐 진지해진다는 거다. 가령 팝콘무비 '테이큰 3'에서는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알맞게 쉴 새 없이 각종 드립으로 몰아치며 재밌게 리뷰를 하는 반면, 'Her'에서는 소유의 종말에 대한 개념을 끌어들이고, '그래비티'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영화 전반에 깔아놓은 은유와 잠언에 대해 고찰하는 진지함을 보여준다.

위에도 말했지만 <부기영화> 웹툰에는 여러 가지 패러디가 많아서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게 곧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는 섹드립은 보기가 좀 그럴 때가 있고, 서브컬쳐를 종횡무진하는 버라이어티한 패러디는 내가 느끼기엔 엄지를 올릴 만큼 수준급이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읽을 땐 박장대소할 수 있는 웃음 포인트가 특정 밈(meme)이나 패러디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해당 포인트에서 웃지도 못하고 뭔지도 모른 채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부기영화>는 어쩌면 사람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지도 모른다.
내가 가슴으로 보았던 영화 '위플래쉬'를 <부기영화> 제작진만큼 재밌게 다룬 리뷰어를 본 적이 없다. 이 웹툰을 본 사람이라면 '내가 같은 영화를 본 게 맞아?'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대폭 수정되고 추가된 분량 덕에 새로운 리뷰를 본 기분이 들어 더 좋았던 이번 단행본이다. 다음 2권이 나온다면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