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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이모티콘 만들기 - 비전문가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클립스튜디오 특강
권지언 지음 / 더블:엔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모티콘을 즐겨 쓰는 편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SNS에서 판매하는 그림 이모티콘이 보편화되기 전부터 아스키 문자로 다양한 감정을 유독 자주 표현하길 좋아해서, 주변인들에게 '넌 이모티콘 쓰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곧잘 들을 정도였다. 지금은 아스키 문자 이모티콘을 쓰는 횟수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카카오톡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파는 그림 이모티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내 감정을 아스키 문자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그림들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게 참 좋았다. 그리고 나의 만족감과 더불어 이모티콘 시장은 점점 더 커져갔고, 이제는 누구나 이모티콘 제안을 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보는 눈은 머리 꼭대기에 달려 있으면서 그리는 테크닉은 발바닥보다 더 아래 수준에 있어 그 괴리감을 어찌할 바 모르는 나와 같은 사람도 이모티콘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이모티콘 제안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승인이 되느냐, 미승인이 되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쿨럭).

어냐 작가의 <돈 버는 이모티콘 만들기>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제안해보고는 싶은데 이모티콘 시장이나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도 없어서,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에 읽어본 책이다. 그런데 이 '어냐'라는 작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책 시작부터 이모티콘 만들기에 아무 관심도 없었던 사람조차 도전해볼 마음을 가지게 만들 만큼 잘 격려하고 고무시킨다. 사람 다독이는 스킬이 장난 아닌 듯...!(엄마, 이 책이면 나도 이제 당장 이모티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ㅂ<)
책은 크게 6장으로 나뉜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이모티콘 시장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와 그래픽 툴에 따른 차이점, 저자가 클립스튜디오를 추천하는 이유, 이모티콘 제작에 필요한 준비물 및 사전 준비, 그리고 이모티콘 제작에 관한 여러 가지 꿀팁 등이 나와 있다. 그리고 5장에서는 클립스튜디오 툴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본 후 이모티콘 하나를 같이 만들어보고, 모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대략적으로 배워본다. 끝으로 6장에선 이모티콘 제안 팁을 간략히 알아본 후, 책 마지막 '글을 맺으며'에서 다시 한번 더 독자를 고무하는 걸 잊지 않는다(읽을수록 빠져드는 어냐 매직. 캬...=ㅅ=). 아 참, 그리고 책 중간중간엔 유명한 이모티콘 작가들의 인터뷰 7개가 실려있다.

시중의 다른 이모티콘 제작 서적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모티콘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이 책과 유사할 듯하다. 이 책은 비전문가도 손쉽게 도전해볼 수 있게끔 클립스튜디오 툴을 강조해놓은 것, 그 정도 차이가 있으려나. 캐릭터 구상이나 신체 비율, 테두리 설정, 텍스트에 대한 고민 등 이모티콘을 만드는데 필요한 대략적인 정보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자신의 그림 실력이 모자라 이모티콘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 책이 아니라 본인의 손을 탓한 뒤, 그림 그리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알아보면 될 것이다. 한편 챕터 사이사이 실려 있는 이모티콘 작가들의 인터뷰는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며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평소 즐겨 쓰는 '판다마우스' 이모티콘을 만든 작가인 하야루비의 인터뷰가 있었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는 건 안 비밀.
클립스튜디오 체험판을 깔고,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작업 환경을 설정하고 도구 설정을 세팅해보았다. 낯선 툴에 낯선 기능들이라, 무슨 기능이 있는지 외우는 데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일단 태블릿을 하나 장만해봐야겠다. 장만한 후 책대로 러프 그리기를 시작하면, 아마 발바닥보다 더 아래 수준에 있는 그리기 테크닉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태블릿을 당장 끄고 연필과 연습장부터 펼쳐들고 있겠지...(먼 산) 그래도 말이다,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어냐 작가와 함께라면, 시간이 꽤 걸리고 엉망진창이 될지라도 이모티콘 하나는 일단 완성시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 엉망진창 이모티콘이,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시작이 되어줄지 누가 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