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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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되었던 지난주를 -드디어- 보내고, 미리 점찍어뒀던 에세이집 한 권을 읽었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미리 보기로 훑어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읽어보기로 정해둔 책이다.


   저자 이주영은 20대엔 일본, 30대엔 이탈리아, 40대인 현재 로마에서 만난 프랑스 남자 '에두아르'와 결혼해 프랑스의 루브시엔이란 마을에 살고 있다. 이 책은 뭐든지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기 일쑤인 '오지랖 끝판왕+덜렁이+쌈닭+책벌레' 남편에 관한 이야기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지루함을 느낀 적이 없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는 에세이다.


온갖 물건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물건을 사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돈을 잃어버리는 재주. 심혈을 기울여 못을 삐뚤게 박고, 그 와중에 벽까지 손상시키는 재주. 하루가 멀다 하고 쌈박질을 벌여 사람들에게 원한을 사고, 온 집안을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등의 재주다. 아! 또 있다. 하자 있는 물건을 골라 사는 재주다. (중략) 이 많은 탁월한 재주가 어째 하나같이 이 모양인가?


본서 119쪽~120쪽


   책을 읽으며 '저자의 성격이 좀 괴팍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남편에 대해 과격하게 말하는 표현이 자주 나와서 처음엔 좀 놀랐지만, 나 같아도 이런 남편과 산다면 속에서 열불이 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며 이내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 에두아르는 다음날 출근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그냥 가방에 잘 넣어두면 될 것을 굳이 출근 전날 밤 현관 바닥에 하나씩 던져놓으며 지저분하게 출근 준비를 한다. 또한 책에 집중하고 있느라 장모님이 선물한 시계를 잃어버린다든가 최신 스마트폰을 산 지 2개월도 안 되어서 잃어버리는 등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심하게 비일비재하다. 어디 그뿐인가. 책벌레답게 여기저기서 모은(?) 책을 잘 버리지도 않는다. 곰팡내가 나고, 중복되는 책이 여러 권이라도 말이다! 책벌레 아니랄까 봐 책에 쓰는 돈이 어마어마해서 저자가 가정경제 파탄을 늘 걱정해야 될 정도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속이 타는데, 에두아르는 대쪽같은 선비 기질의 타고난 오지라퍼인지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참견하느라 동네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오죽하면 저자가 '책벌레 쌈닭'이란 별명을 붙여줬을까.

   위와 같은 여러 기행을 자주 일삼곤 하는데, 어찌 깨가 쏟아지는 결혼생활을 지낼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이런 남편과 지내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한국어로 욕을 하곤 한다. (나라도 그러겠다...) 저자 말마따나 에두아르가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에두아르가 '미친 책벌레'가 된 계기로 추정되는 이야기들, 애서가인 그의 독서법, 그가 책을 잘 버리지 않는 이유 등이 나와 있다. 에두아르의 과거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지만, 그가 단기 기억력과 응용력이 부족한 이유는 찾을 수가 없어서 그 점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에두아르가 덜렁이가 된 계기도 궁금한데!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에두아르의 기행보다는 에두아르의 착한 성품과 미덕, 그런 그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마음에 더 크게 남는다. 과격한 표현으로 남편을 한없이 까고 있는 것 같은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들은 꼭 '에두아르'라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남편이 일반적인 아내에게 일상적으로 듣는다는 잔소리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에두아르는 그 정도가 심한 축에 들긴 하지만... 쿨럭)


   한편 크고 잦은 파티가 잦은 대가족 시댁에는 '낭독과 연설'이 일상이며, 식사 초대엔 반드시 책과 같은 관심사로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야 하는 등 프랑스인들 일상적인 대화 속에는 정치인 외에도 수많은 작가의 이름과 문학작품의 제목이 오간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인문학적인 담론을 주고받는 게 당연한 분위기인 프랑스의 문화는 우리 문화와 사뭇 대비되어 좀 씁쓸하다. 우리도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남자들은 으레 정치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그게 다이다. 얼마 전 읽은 문학서적이라든가 시(詩)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설사 내가 엊그제 읽은 책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끌어내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은 소수에 속할 정도로 한국의 책 읽는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 이러니 현재까지도 파리에 일본 서점은 있어도 한국 서점은 없는 게 아닐까. 안타깝다.





   글 초반에 이 책을 두고 덜렁이 책벌레 남편에 관한 이야기라고 내가 설명했던가? 흐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남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음과 동시에 -저자가 에필로그에서도 밝히고 있듯- 독서와 인문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에세이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집에 쌓아둔 채 읽지 않은 책들을 날 잡아 진득하게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책 끄트머리에 에두아르가 쓴 '나의 인생책'에 관한 글이 있는데 글솜씨가 저자 못지않게 탁월해서 형광펜으로 긋고 싶을 정도였다. (에두아르는 질색을 하며 싫어하겠지만! 푸하하하~) 그가 쓴 글 중 인상적인 문장을 몇 개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무실을 오가는 당일치기 여행을 하며 책상 앞에 앉아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착각의 희생자는 아닐까요?


본서 311쪽

한없이 펼쳐지는 시의 파도 속에서 저는 제 안의 어둡고 비겁하게 오염된 영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의 언어는 저의 이마를 상쾌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본서 312쪽~313쪽

책이란 우리네 인생과 함께하는 좋은 벗인 것 같습니다. 때론 다정하게 다독여주고 때론 따끔하게 충고하며, 어떤 때는 생각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아 당황하게 만듭니다. 책이란 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그런 조금은 골치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본서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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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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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아름다운 책을 만났어요. 제목은 <나무 이야기 The Story of Trees>. 울창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가 섬세하게 그려진 표지를 본 순간 바로 매료되었던 이 책은 나무를 사랑하는 두 남자가 엄선한 100가지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저자들의 원예 경력을 합치면 무려 65년 이상이라는 사실...!). 저자 중 한 명인 케빈 홉스가 밝히길 책 속에 실린 100가지 나무는 수많은 나무 중 '지금까지와 앞으로도 인류에게 문화적·실용적으로 큰 가치를 전해줄 나무를 선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나무가 빙 둘러싸인 곳에서 자라 나무와 관련된 추억이 많은 저는 독립한 후 집에서 사용할 물건이나 가구를 살 때 되도록 천연 소재, 특히 나무로 된 제품을 선호하는 탓에 늘 가까이 함께 살아가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 <나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저는 유독 많이 감탄하고 감명받으며 읽었던 것 같아요. 식물과학류 서적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떨림을 느꼈다니, 좀 이상한가요? 하하하.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나무인 원시 양치식물 '와티에자 Wattieza'와 비교적 최근 발견된 '올레미소나무 Wollemia nobilis'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는 '들어가는 말'을 지나 첫 번째로 소개된 나무는 바로 '은행나무'였어요. 가을이면 노랗게 단풍이 드는 은행나무는 가로수로도 많이 애용되고 있어서 은행나무와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책이 말하길 은행은 2억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래요. 거기다 수령이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개체도 간혹 있대요. 와우. 이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그거 아세요?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진 후 폭발 중심지로부터 1km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었던 은행나무 6그루가 서서히 되살아났다는 사실! 은행나무가 가진 탁월한 적응력 덕분에 생긴 일이래요. 정말 놀랍죠?


   숲이 다 타도 그슬린 껍질 속에서 홀로 싹을 틔우고 있다는 '유칼립투스 Tasmanian blue gum', 서기 73년산 열매를 현대에 심었더니 발아해버린 놀라운 생명력의 '대추야자 Date palm', 부처가 인도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후 그다음 5주를 함께 했다는 '벵골보리수 Banyan',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에 한몫한 '사사프라스 Sassafras', 천금의 가치를 지닌 목재 '마호가니 Mahogany', 2017년에야 이름과 생태가 알려졌지만 더 일찍 발견됐다면 고무나무의 경쟁 상대가 되었을 '잉카에서나무 Esser's tree of the Inca' 등등... 이외에도 글이 길어질까 봐 언급하지 못한 다양한 나무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는데요. 모든 나무가 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역시나 저는 '네군도단풍 Boxelder'과 '사탕단풍 Sugar maple', 그리고 '캄페스트레단풍 Field maple'과 같은 제가 좋아하는 단풍나무들에 눈이 더 가더군요. 특히 사탕단풍의 세밀화는 저의 유년기 추억 속 가을 단풍나무의 빛깔과 많이 닮아서 가슴이 설렜어요(여담이지만 단풍을 닮은 이파리를 가진 알팅기아과의 '미국풍나무 American sweetgum'의 붉게 물들어 있는 세밀화도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더군요). 우리 집에 있었던 단풍나무의 생김새는 북미가 원산지인 사탕단풍와 네군도단풍보단 원산지가 동남아시아&유럽인 캄페스트레단풍과 더 흡사했답니다. 어린 시절 추억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풍나무에 대한 저의 애정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렇게 티가 나더군요. 하하하.



   <나무 이야기>에는 각 나무의 서식지, 수명, 성장 속도, 번식 방법 등과 같은 식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이름에 대한 기원이라든지 해당 나무가 가진 종교적 의미, 의학적인 기능, 역사에 얽혀있는 일화, 현대 속에서 지닌 실용성, 혹은 해당 나무와 관련된 곤충과 동물에 대한 지식 등 여러 방면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한 책입니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책장에서 유독 종이 냄새가 더 짙게 나는 것만 같더군요. 재미와 아름다움을 다 가진 이 책을 읽으며 간만에 몹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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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히비노 아츠시 지음, 민윤주.김유 옮김, 아토다 다카시 감수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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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이 단어만 들어도 뭔가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들어와서 제목은 익숙하지만 책을 펼치면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아 읽을 시도조차 하기 싫은 그런 기분. 고전을 앞에 두면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거, 설마 나만 그럴 리는... 없겠지? 고전 좋은 거 누가 모르나. 근데 좋은 것도 '미리 보기' 같은 수단으로 훑어볼 수 있어야 제대로 도전해 볼 마음이 생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옷도 카탈로그나 잡지,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미리 엿보지 못한다면 그 좋은 옷이 존재하는지 대체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존재하든 말든 알게 뭐란 말인가. 애초에 좋을지부터 모르는데.


   <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은 고전 좋은 줄은 알면서도 도전해보기가 결코 만만치 않아 잘 읽어보지 않았던 나에게 '고전 미리 보기'용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고전을 읽어볼 생각은 잘 안 하는 사람, 오래된 명저보다 왠지 신간에 눈이 자꾸만 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무척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소개를 보니 독서의 달인이자 요약의 신이라고 하는데, 이왕이면 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고전 카탈로그가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내가 과거에 읽다 말았던 명저부터 골라서 먼저 읽으려다가 그냥 처음부터 읽어나갔다. 책의 포문을 열어준 헤로도토스의 <역사>, 알고 보니 일본식 제목으로 부르고 있었던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철학자들을 사사건건 조롱하며 쓴 소설인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차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교의 독일식 발음이란 걸 알게 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 [매트릭스] 속 '오라클'의 모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등. 눈 앞에 펼쳐진 70여 권의 명저는 처음엔 그야말로 방대하게 느껴져 막막했으나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각 고전마다 4페이지 내외로 짧게 요약되어 있어서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술술 잘 넘어가서 속도감 있게 읽기 쉬운 책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많은 명저를 핵심만 훑고 갈 수 있게 정리해놓은 저자의 내공에 감탄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플라톤의 <향연> 속 아리스토파네스의 세 가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두고 저자는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아리스토파네스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은 남성, 여성, 자웅동성 이렇게 세 가지 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손과 발을 네 개씩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제우스가 각각 둘로 나누었기 때문에 원래 '남성'이었던 인간은 자신과 같은 남성에게 끌리게 되고, 원래 '여성'이었던 인간은 자기와 같은 여성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며, 원래 '자웅동성'이었던 인간은 이성에게 끌린다고 한다. 캬, 이 오래된 아저씨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원래부터 존재했고 그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이렇게나 기발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에 지어진 책의 내용을 보며 '거참 신박한데?'라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이뿐만 아니라 찰스 로버트 다윈의 <종의 기원>을 두고 많은 사람이 "인류는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든가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힌다"는 내용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는데 나 역시도 그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왜냐하면 <종의 기원>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인종차별을 과학적으로 긍정하는 사상에 악용되는 걸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종의 기원>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차별적 사상과 연결 짓는 것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다윈은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보다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화는 진보와는 다르며, 진화는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본서 194쪽 -





   요약의 신이 요약한 책답게 내용이 일목요연하면서도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아무리 고전의 핵심을 실어놓은들 문체가 별로면 잘 읽히지 않을 텐데,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핵심을 예쁘게 추려와 잘 떠먹을 수 있게 앞에 차려놓았다. 그런데 몇몇 명저의 요약정리가 양이 좀 적어서 아쉬웠다. 짧게 요약을 끝낸 명저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내용이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을 읽은 후 도전해보고픈 책들이 생겼는데,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 파스칼의 <팡세>,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 그것이다. 이 책으로 엿보았을 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여유가 되면 얼른 읽어보고프다.


   고전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고전을 읽으면 삶에서 고난이나 문제를 마주칠 때마다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독자들에게 권하곤 하는데, 그게 정말 그러할지는 고전을 읽은 후 고난을 맞닥뜨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의외로 고전을 읽은 게 아무 소용 없을지도 모르잖나. 그럼 도대체 내가 고전을 도전해보기로 마음먹고 이 책을 읽어본 이유가 뭐냐고? 그건 바로 순수한 '앎'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고전'이니까. 고전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인정받은 책이기 때문에 내용도 좋고 문장도 좋다. 이 책의 저자 말마따나 고전이 재미없다면 시대를 넘어 사람들에게 계속 읽혀 왔을 리가 없었을 터. 고전이 어렵다고 생각해 나처럼 망설여 왔던 분들은 이 책을 카탈로그 삼아 명저들을 미리 엿보며 고전과 조금씩 먼저 친해져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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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이별하는 법 - 아이스너 상 수상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리코 타마키 지음, 로즈메리 발레로-오코넬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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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레디 라일리'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살고 있는 17살 소녀예요. 프레디는 낡은 인형들을 재활용해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고, 딸기 향은 좋아하지만 딸기 맛은 싫어한답니다. 그리고 '키스를 잘하는 것 같다'고 자신을 꾸밈없이 말하기도 하죠. 이 당찬 소녀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는데요. 사랑·연애 칼럼니스트인 '애너 바이스' 선생님께 상담 메일을 보낼 정도로 끙끙 앓고 있는 고민이에요. 그건 바로 작년부터 좋아하고 있는 자신의 여자친구 '로라 딘'과 자꾸만 헤어지는 것...!


   로라 딘은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매력적인 여자애예요. 로라와 프레디는 체육 시간에 스퀘어 댄스를 함께 춘 것이 인연이 되어 사귀게 되었죠. 프레디는 로라가 자신을 좋아해 줘서 무척 기뻤어요. 체육 시간에 로라가 자신을 만진 그 순간, 온몸에서 로라의 손길이 다 느껴지고 심장마비가 올 것만 같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늘 로라만 생각하는 프레디에게 얄궂게도 로라는 툭 하면 상처를 줘요. 로라는 바람둥이 기질이 상당해 보일 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여자애로 보여요. 학교에서 인기가 너무 많으니 뭐 어련하겠어요? 지금까지 이 커플은 세 번이나 헤어졌었는데, 전부 로라 탓이었어요. 한 번은 독립기념일에 웃기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프레디에게 이별을 고했고요. 또 한 번은 '요즘 나는 남자들과 데이트 하고픈 마음이 자꾸 든다'라며 프레디에게 상처를 주었죠. 그리고 이번 세 번째엔 다른 여자애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프레디에게 들키고야 말았죠. 그것도 밸런타인데이에!


   프레디의 절친 '두들'은 나쁜 로라에게 계속해서 상처받는 프레디를 보다 못해 예언자라고 불리는 점성술사에게 프레디를 데려가는데요. 점성술사는 프레디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줍니다. 당신은 짝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닌 파트너가 계속 바뀌는 춤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고, 그 악순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춤판을 떠나라고요.


솔직히 그 애에 대해 생각도 말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하게 돼요.

뭘 해도 다시 그 애에게로 돌아가요.


- 본서 49쪽~50쪽 -


   이번에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프레디에게 다가와서 화해의 시도를 하는 로라에게, 바보같이 프레디는 또 넘어가고 마는군요. 프레디의 친한 친구들인 두들과 '에릭', '버디'는 그런 프레디를 안쓰럽게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하진 못해요. 왜냐하면 모든 건 프레디의 의지이고 그녀의 개인 연애사이니까요. 더구나 로라 딘은 프레디의 친구들과는 친해질 생각도 안 하고 대놓고 무시하기 일쑤인데요. 친구들은 그런 로라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지만, 프레디에겐 달리 뭐라 말하지 못하죠.


   매력적이긴 하지만 성실한 연인으론 빵점인 로라 때문에 늘 애간장이 끓는 프레디. 로라 딘의 바람기 때문에 계속 상처를 받고 또 받다가 결국은 그냥 로라의 나쁜 면보다는 좋은 면을 더 바라보기로 합니다. '자유연애'라는 새로운 혁명을 이끌겠다며(세상에...). 그런 로라와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프레디는 절친들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가네요. 두들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프레디는 로라에게 흠뻑 빠져 지내느라 두들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군요. 동성 커플인 에릭과 버디도 프레디와 소원해지는 것 같고... 프레디는 새로 알게 된 '바이올렛'이란 친구에게 자신의 힘든 연애 고충을 살짝 털어놔 보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자신의 힘듦이 사라지진 않아요. 프레디는 점점 소원해져 가는 절친들과 화해할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로라 딘'이라는 이 나쁜 연애에서 언제쯤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그제 다 읽은 상큼한 그래픽노블 <이별과 이별하는 법 Laura Dean keeps breaking up with me> 속의 주인공 프레디를 보며 과거의 저를 자주 떠올렸어요. 저 역시 나쁜 인간에게 바보같이 질질 끌려다니며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 미련한 연애사를 지녔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책 후반부에 나온 이 말들이 더 가슴 깊이 와닿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는 건

공통점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랑은 힘든 거예요.

헤어짐도 힘들고요.

사랑은 극적이고,

헤어짐 역시 극적이랍니다.

(중략)

일대일 관계든 일대다 관계든

당신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사랑을 해야 해요.

주는 것이 사랑의 한 형태라는 것은 맞지만

흔히들 갖는 생각과는 반대로,

사랑은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가서는 안 돼요, 프레디.


- 본서 263쪽, 267쪽 -


   위 문장들은 더 참고 더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저의 연애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말들이었어요. 바보 같은 연애사 덕분에 이젠 누군가를 만날 때 무조건적인 희생은 안 하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쉬 바뀌진 않더군요. <이별과 이별하는 법>은 이런 바보 같은 저에게 무척 필요한 책이었어요. 이젠 좀 정신 차리라고 말해줄 친구처럼 말이에요.


   이 책은 무채색과 핑크색으로만 표현되고 있는데 그게 무척 감각적이에요. 책 곳곳에 여리여리한 봉선화 꽃물처럼 자리 잡은 핑크색이 얼마나 달콤하게 다가오는지 몰라요. 거기다 완성도 높은 그림체가 워낙 매력적이라 책을 다 읽고 그림 작가의 이름을 한번 검색해볼 정도였어요. 프레디의 내면이 세심하게 표현된 내용과 예쁜 그림이 너무나 찰지게 잘 어우러져 있어서, 글과 그림 작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이 안 들 정도였지 뭐예요.





   제가 글 초반부터 요약해놓은 줄거리를 읽으며 눈치챘듯이 이 책의 주인공 프레디는 레즈비언이에요. 프레디의 절친 중 에릭과 버디는 남성 동성애자들이고요. 이 그래픽노블은 엄밀히 말하자면 퀴어 문학 쪽에 속하는데, 정확히는 '퀴어 영 어덜트 문학'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이러한 차별에 고뇌하는 성소수자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저는 이에 대해 특별한 시선으로 초점을 맞춰 크게 언급할 생각은 없어요. 사랑은 이성애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동성애에 대해 딱히 거부감이 없거든요. 이 책은 십 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풋풋한 성장만화예요. 굳이 다른 프레임을 더 씌울 필요가 뭐 있겠어요?


   <이별과 이별하는 법>은 파릇파릇한 풋사과를 깨문 듯, 빠알간 앵두를 입에 넣은 듯, 향긋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한 그래픽노블입니다. 그리고 열렬한 감정과 갈등 또한 잘 버무러져 있죠. 마침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군요. 책 뒷면의 추천사에 적혀 있듯 이 책은 '차별·동성애 혐오·독소적 관계라는 주제를 부드럽게 그러나 강렬하게 다루는 탁월한 그래픽노블'이라고 찬사 받을 만합니다. 색안경 없이 모든 이의 사랑을 바라보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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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으로 물들다, 나만의 실내 정원
오하나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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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깨달아 가기를 소망한다.


- 본서 5쪽 -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이라.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 이 말을 한참 동안 음미하고 있는데, 문득 궁금증이 몰려왔다. 내가 식물을 '키운다'는 생각을 언제 처음 해보았더라?


   동서남북 창문을 열면 초록으로 물든 산과 들판이 실개천과 어우러져 있는 곳에 위치한 우리 집. 그곳에 살았던 나에게 있어 식물이란 '키우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존재였다. 물론 정원과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관상용 식물과 식용식물도 많았지만 그건 주로 부모님의 몫이었기에, 들판에 가만히 내버려 둬도 계절에 맞춰 알아서 싹을 틔우고 자라다 사라지는 식물을 '키운다'는 건 어렸던 나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는 개념이었다.

   식물이란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키우는 존재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집을 떠나 회색 콘크리트 숲에 갇힌 지 2년이 되었을 무렵 말이다.


   그 키우기 쉽다는 '스투키'를 먼 곳으로 안타깝게 떠나보내고, 집 안에 식물이 존재하지 않은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일 년 내내 지속되는 미세먼지 때문에 가뜩이나 환기 한 번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는 데다, 최근 몇 달간 코로나19 때문에 여가마저 온종일 집에서 보내야 하는 요즘. 실내 공기질에 대한 중요성을 혼자서 열심히 외치다가도 전에 떠나보낸 스투키 때문에 쉽사리 식물을 영입(!)할 결심이 생기지 않았다. 식물도 관리를 잘해주는 구단에 들어가고 싶고, 또 그럴 권리가 있지 않은가. 구단주인 나의 실력이 바뀌어야 실내 공기질을 깨끗하게 만들어 줄 선수를 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먼저 집에 들이게 되었다. <초록으로 물들다, 나만의 실내 정원>.





   싱그러운 초록 식물 화분들이 반겨주는 표지 사진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책은 크게 PART 6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PART 1에서는 '식물 키우기의 기본 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이 파트를 읽는 내내 오히려 식물 키우기에 대한 자신감이 하락하는 부작용을 잠시 얻었었다(...). 야생에서 피고 지는 식물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감상만 곧잘 했던 내가 식물을 애완동물처럼 잘 가꿔주고 세심하게 보살펴줘야 한다는 개념이 있었을 리 만무하지. 갖춰야 할 원예용품과 소품이 이렇게 자잘하게 많을 줄 몰랐다. 거기다 모종을 고를 때 식물과 흙 상태 둘 다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고, 산이나 들판에서 가져온 흙은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상식조차...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식물은 원산지와 '과'에 따라 그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래서 식물에 물을 주는 것도 방법이 다 다르고, 식물 종류별로 햇볕을 좋아하는 양이 다르며, 종류별로 좋아하는 온도 & 습도도 다르고, 그래서 계절별로 관리하는 법도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물 주는 법은 식물 종류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물을 많이 주어 과습 상태가 되면 식물이 병충해를 입거나 시들어버린다(나 벌레 정말 싫은데!). 으아... 식물 키우는 데에 이렇게나 신경 쓸 게 많았단 말야?


   PART 1을 읽는 내내 '이거 정말 내가 실내에서 식물을 과연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없어진 나는 PART 2를 읽기 시작하며 그나마 잃은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PART 2~PART 6까지는 저자가 일조량에 따른 공간별로 추천하는 식물들이 하나씩 소개되어 있는데, 첫 번째 식물이 바로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새싹채소'였다. 수경재배라 물 주는 걸 덜 신경 써도 되고, 더구나 순식간에 키워서 바로 먹기 때문에 관리 자체가 쉬운 새싹채소류들(그래, 바로 이거야!). 지금 내 수준에는 흙에 심어서 여러 번 수확하는 '베이비채소'조차 버거울 정도라고 느끼기 때문에, 저자가 초반에 소개한 '새싹채소'와 '캣그라스', '고구마 순'처럼 수경재배 할 수 있는 식물 정도가 키우기 딱 좋은 듯하다.


   PART 1에서 '재활용품 활용하기'와 '재활용품 화분 만들기'라는 섹션으로 재활용품을 가드닝에 활용하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뿐만 아니라 PART 2~PART 6을 읽다 보면 식물별 상세한 소개 외에 중간중간 재활용품을 활용한 원예 도구와 소품을 만드는 방법이 깨알같이 또 나와 있다. 특히 '개운죽' 편에서 보았던 우유통 & 페트병으로 삽 만드는 법과 '유카' 편에 있는 빼빼로 칠판 네임픽 만들기가 좀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해당 식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나 '인기 만점 1년생 화초 키우기'(286쪽), '귀여운 다육 식물 키우기'(304쪽), '화사한 꽃의 구근 식물 알기'(348쪽)처럼 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섹션도 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식물 키우기에 관한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가 책에 실려있는 걸 보며, 저자가 꽤 공들여 꼼꼼하게 책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고나 할까.





   식물별 소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식물마다 난이도를 매겨놓은 걸 알 수 있는데, 까만 동그라미 5개면 최고레벨이다. 다행히도 이 책에는 가장 높은 난이도가 3레벨이다. 난이도 3레벨인 '커피나무'나 책 후반부의 '튤립', '워터코인' 같은 식물들을 난 언제쯤 키워볼 수 있으려나...? (먼 산)

   난이도 1레벨인 새싹채소에 어울리는 가드닝 수준을 가진 나는 지금 난이도 2레벨인 허브를 키우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하지만 언제고 새싹채소만 키우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책을 읽으며 새싹채소 다음 타깃으로 찜한 식물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싱고니움'이다. 저자가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순한 관엽 식물'이라고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수경재배가 가능한 식물이기 때문에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왠지 모르게 생기는 녀석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많이 익숙해지게 된다면, 언젠가는 꼭 '센티드제라늄' 종류를 키워보고 싶다. 특히 책에서 보고 찜했던 '로즈제라늄'을 영입하고 싶다. 잎에서 장미 향이 정말 나는지 안 나는지 직접 키워 향기를 맡아보고 말 테다. 그때쯤이면 나도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지금보단 많이 깨달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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