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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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아름다운 책을 만났어요. 제목은 <나무 이야기 The Story of Trees>. 울창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가 섬세하게 그려진 표지를 본 순간 바로 매료되었던 이 책은 나무를 사랑하는 두 남자가 엄선한 100가지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저자들의 원예 경력을 합치면 무려 65년 이상이라는 사실...!). 저자 중 한 명인 케빈 홉스가 밝히길 책 속에 실린 100가지 나무는 수많은 나무 중 '지금까지와 앞으로도 인류에게 문화적·실용적으로 큰 가치를 전해줄 나무를 선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나무가 빙 둘러싸인 곳에서 자라 나무와 관련된 추억이 많은 저는 독립한 후 집에서 사용할 물건이나 가구를 살 때 되도록 천연 소재, 특히 나무로 된 제품을 선호하는 탓에 늘 가까이 함께 살아가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 <나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저는 유독 많이 감탄하고 감명받으며 읽었던 것 같아요. 식물과학류 서적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떨림을 느꼈다니, 좀 이상한가요? 하하하.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나무인 원시 양치식물 '와티에자 Wattieza'와 비교적 최근 발견된 '올레미소나무 Wollemia nobilis'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는 '들어가는 말'을 지나 첫 번째로 소개된 나무는 바로 '은행나무'였어요. 가을이면 노랗게 단풍이 드는 은행나무는 가로수로도 많이 애용되고 있어서 은행나무와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책이 말하길 은행은 2억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래요. 거기다 수령이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개체도 간혹 있대요. 와우. 이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그거 아세요?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진 후 폭발 중심지로부터 1km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었던 은행나무 6그루가 서서히 되살아났다는 사실! 은행나무가 가진 탁월한 적응력 덕분에 생긴 일이래요. 정말 놀랍죠?


   숲이 다 타도 그슬린 껍질 속에서 홀로 싹을 틔우고 있다는 '유칼립투스 Tasmanian blue gum', 서기 73년산 열매를 현대에 심었더니 발아해버린 놀라운 생명력의 '대추야자 Date palm', 부처가 인도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후 그다음 5주를 함께 했다는 '벵골보리수 Banyan',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에 한몫한 '사사프라스 Sassafras', 천금의 가치를 지닌 목재 '마호가니 Mahogany', 2017년에야 이름과 생태가 알려졌지만 더 일찍 발견됐다면 고무나무의 경쟁 상대가 되었을 '잉카에서나무 Esser's tree of the Inca' 등등... 이외에도 글이 길어질까 봐 언급하지 못한 다양한 나무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는데요. 모든 나무가 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역시나 저는 '네군도단풍 Boxelder'과 '사탕단풍 Sugar maple', 그리고 '캄페스트레단풍 Field maple'과 같은 제가 좋아하는 단풍나무들에 눈이 더 가더군요. 특히 사탕단풍의 세밀화는 저의 유년기 추억 속 가을 단풍나무의 빛깔과 많이 닮아서 가슴이 설렜어요(여담이지만 단풍을 닮은 이파리를 가진 알팅기아과의 '미국풍나무 American sweetgum'의 붉게 물들어 있는 세밀화도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더군요). 우리 집에 있었던 단풍나무의 생김새는 북미가 원산지인 사탕단풍와 네군도단풍보단 원산지가 동남아시아&유럽인 캄페스트레단풍과 더 흡사했답니다. 어린 시절 추억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풍나무에 대한 저의 애정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렇게 티가 나더군요. 하하하.



   <나무 이야기>에는 각 나무의 서식지, 수명, 성장 속도, 번식 방법 등과 같은 식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이름에 대한 기원이라든지 해당 나무가 가진 종교적 의미, 의학적인 기능, 역사에 얽혀있는 일화, 현대 속에서 지닌 실용성, 혹은 해당 나무와 관련된 곤충과 동물에 대한 지식 등 여러 방면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한 책입니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책장에서 유독 종이 냄새가 더 짙게 나는 것만 같더군요. 재미와 아름다움을 다 가진 이 책을 읽으며 간만에 몹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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