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물들다, 나만의 실내 정원
오하나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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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깨달아 가기를 소망한다.


- 본서 5쪽 -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이라.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 이 말을 한참 동안 음미하고 있는데, 문득 궁금증이 몰려왔다. 내가 식물을 '키운다'는 생각을 언제 처음 해보았더라?


   동서남북 창문을 열면 초록으로 물든 산과 들판이 실개천과 어우러져 있는 곳에 위치한 우리 집. 그곳에 살았던 나에게 있어 식물이란 '키우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존재였다. 물론 정원과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관상용 식물과 식용식물도 많았지만 그건 주로 부모님의 몫이었기에, 들판에 가만히 내버려 둬도 계절에 맞춰 알아서 싹을 틔우고 자라다 사라지는 식물을 '키운다'는 건 어렸던 나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는 개념이었다.

   식물이란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키우는 존재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집을 떠나 회색 콘크리트 숲에 갇힌 지 2년이 되었을 무렵 말이다.


   그 키우기 쉽다는 '스투키'를 먼 곳으로 안타깝게 떠나보내고, 집 안에 식물이 존재하지 않은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일 년 내내 지속되는 미세먼지 때문에 가뜩이나 환기 한 번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는 데다, 최근 몇 달간 코로나19 때문에 여가마저 온종일 집에서 보내야 하는 요즘. 실내 공기질에 대한 중요성을 혼자서 열심히 외치다가도 전에 떠나보낸 스투키 때문에 쉽사리 식물을 영입(!)할 결심이 생기지 않았다. 식물도 관리를 잘해주는 구단에 들어가고 싶고, 또 그럴 권리가 있지 않은가. 구단주인 나의 실력이 바뀌어야 실내 공기질을 깨끗하게 만들어 줄 선수를 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먼저 집에 들이게 되었다. <초록으로 물들다, 나만의 실내 정원>.





   싱그러운 초록 식물 화분들이 반겨주는 표지 사진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책은 크게 PART 6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PART 1에서는 '식물 키우기의 기본 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이 파트를 읽는 내내 오히려 식물 키우기에 대한 자신감이 하락하는 부작용을 잠시 얻었었다(...). 야생에서 피고 지는 식물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감상만 곧잘 했던 내가 식물을 애완동물처럼 잘 가꿔주고 세심하게 보살펴줘야 한다는 개념이 있었을 리 만무하지. 갖춰야 할 원예용품과 소품이 이렇게 자잘하게 많을 줄 몰랐다. 거기다 모종을 고를 때 식물과 흙 상태 둘 다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고, 산이나 들판에서 가져온 흙은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상식조차...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식물은 원산지와 '과'에 따라 그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래서 식물에 물을 주는 것도 방법이 다 다르고, 식물 종류별로 햇볕을 좋아하는 양이 다르며, 종류별로 좋아하는 온도 & 습도도 다르고, 그래서 계절별로 관리하는 법도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물 주는 법은 식물 종류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물을 많이 주어 과습 상태가 되면 식물이 병충해를 입거나 시들어버린다(나 벌레 정말 싫은데!). 으아... 식물 키우는 데에 이렇게나 신경 쓸 게 많았단 말야?


   PART 1을 읽는 내내 '이거 정말 내가 실내에서 식물을 과연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없어진 나는 PART 2를 읽기 시작하며 그나마 잃은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PART 2~PART 6까지는 저자가 일조량에 따른 공간별로 추천하는 식물들이 하나씩 소개되어 있는데, 첫 번째 식물이 바로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새싹채소'였다. 수경재배라 물 주는 걸 덜 신경 써도 되고, 더구나 순식간에 키워서 바로 먹기 때문에 관리 자체가 쉬운 새싹채소류들(그래, 바로 이거야!). 지금 내 수준에는 흙에 심어서 여러 번 수확하는 '베이비채소'조차 버거울 정도라고 느끼기 때문에, 저자가 초반에 소개한 '새싹채소'와 '캣그라스', '고구마 순'처럼 수경재배 할 수 있는 식물 정도가 키우기 딱 좋은 듯하다.


   PART 1에서 '재활용품 활용하기'와 '재활용품 화분 만들기'라는 섹션으로 재활용품을 가드닝에 활용하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뿐만 아니라 PART 2~PART 6을 읽다 보면 식물별 상세한 소개 외에 중간중간 재활용품을 활용한 원예 도구와 소품을 만드는 방법이 깨알같이 또 나와 있다. 특히 '개운죽' 편에서 보았던 우유통 & 페트병으로 삽 만드는 법과 '유카' 편에 있는 빼빼로 칠판 네임픽 만들기가 좀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해당 식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나 '인기 만점 1년생 화초 키우기'(286쪽), '귀여운 다육 식물 키우기'(304쪽), '화사한 꽃의 구근 식물 알기'(348쪽)처럼 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섹션도 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식물 키우기에 관한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가 책에 실려있는 걸 보며, 저자가 꽤 공들여 꼼꼼하게 책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고나 할까.





   식물별 소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식물마다 난이도를 매겨놓은 걸 알 수 있는데, 까만 동그라미 5개면 최고레벨이다. 다행히도 이 책에는 가장 높은 난이도가 3레벨이다. 난이도 3레벨인 '커피나무'나 책 후반부의 '튤립', '워터코인' 같은 식물들을 난 언제쯤 키워볼 수 있으려나...? (먼 산)

   난이도 1레벨인 새싹채소에 어울리는 가드닝 수준을 가진 나는 지금 난이도 2레벨인 허브를 키우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하지만 언제고 새싹채소만 키우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책을 읽으며 새싹채소 다음 타깃으로 찜한 식물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싱고니움'이다. 저자가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순한 관엽 식물'이라고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수경재배가 가능한 식물이기 때문에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왠지 모르게 생기는 녀석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많이 익숙해지게 된다면, 언젠가는 꼭 '센티드제라늄' 종류를 키워보고 싶다. 특히 책에서 보고 찜했던 '로즈제라늄'을 영입하고 싶다. 잎에서 장미 향이 정말 나는지 안 나는지 직접 키워 향기를 맡아보고 말 테다. 그때쯤이면 나도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지금보단 많이 깨달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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