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 우리가 사랑한 드라마 명대사 필사집
정덕현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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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내가 지나온 장면들 사이에서,대사는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 저자 : 정덕현 

🏢 출판사 : 서교책방



🎯 드라마 명대사를 모은 책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익숙한 장면을 다시 꺼내 보는 정도로 생각했다. 이미 알고 있는 문장, 방송이 끝난 뒤 여러 번 인용된 말들이 한 권에 묶였겠지 싶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 대사보다 먼저 그 말을 듣던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같은 문장인데도 그때와 지금은 들리는 곳이 달랐다. 필사할 빈칸 앞에서는 더 그랬다. 눈으로 읽고 지나갈 때와 손으로 한 글자씩 옮길 때의 속도가 전혀 달라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도 낯설게 느껴졌다.



🔖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의 이 대사는 혼자 빛나는 기적을 말하지 않는다. 내가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등을 살짝 밀어준 순간, 그 작고 조용한 개입을 돌아보게 한다.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먼저 건넨 연락 한 번,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던 사람. 나는 몇몇 얼굴을 떠올렸다.당신에게도 무너지던 날, 별일 아닌 듯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있었을까. 그 장면을 이제야 기적이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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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저씨》의 “항상 네가 먼저야”는 다정하지만 마냥 부드러운 말은 아니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걱정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지나간 일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힘도 결국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말. 남의 시선 뒤에 숨어 내 판단을 자꾸 미뤄왔던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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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여왕》에서 행복한 기억을 유리병 속 사탕처럼 모아두자는 말은 달콤해서 오히려 슬펐다. 좋을 때는 좋은 줄 모르고 지나가다가 힘든 날이 오면 뒤늦게 그 시간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 달콤했던 기억들을 하나씩 까먹으면서 힘들고 쓴 시간을 견디는 거지.” 나는 이 문장을 적으며 행복을 느끼는 일과 기억하는 일은 서로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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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에 드라마가 있다.” 책의 머리말을 지나며 이 문장이 조금씩 실감났다.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퇴근길 골목의 사람들, 어두운 얼굴로 걷다 문득 카메라를 들고 싶어진 저녁. 드라마 속 장면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해서 놓쳤던 풍경을 다시 보게 하는 렌즈였다. 화면 속 대사를 들을 때 무심했던 주변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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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책인 동시에 내 문장을 남기는 책이라서, 인상적인 대사를 그대로 옮겨도 되고 그날의 마음으로 고쳐 적어도 된다. 다만 작품이 예순 편에 이르다 보니 어떤 글은 장면의 맥락이 짧게 스쳐 지나가 아쉬웠다. 해당 드라마를 보지 않은 독자라면 인물의 감정에 충분히 닿기 전에 다음 대사로 넘어간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그 말을 듣던 방의 온도, 함께 보던 사람,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내 마음 같은 것들. 드라마는 끝났지만 대사는 삶의 다른 장면으로 옮겨와 새 뜻을 얻고 있었다. 마음에 걸린 한 문장을 손으로 천천히 적는 동안, 나는 내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게 됐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었던 시간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 요즘 자기 마음을 어떤 말로 불러야 할지 모르는 사람. 이런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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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영어판) ㅣ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근아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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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영어판』- 손으로 다시 만난 어린 왕자,천천히 써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저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옮긴이  : 송근아 

🏢 출판사 : CRETA(크레타)



🎯 나는 『어린 왕자』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미와 여우, B612,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에 관한 이야기. 너무 자주 인용되어 이제는 익숙함이 먼저 다가오는 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어 원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옮겨 쓰는 책이라. 한두 개의 명문장만 골라 적는 필사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째로 따라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내가 기억하는 어린 왕자와 지금의 내가 쓰게 될 어린 왕자는 얼마나 다를까. 펜을 들기 전부터 그 차이가 조금 궁금했다.



🔖 “I have serious reason to believe that the planet from which the little prince came is the asteroid known as B-612.” 문장을 따라 쓰다가 B612라는 숫자. 천문학자에게 그곳은 관측된 소행성이지만 어린 왕자에게는 장미와 화산이 있는 집이다. 같은 장소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번호가 되거나 세계가 된다. 나도 편의를 위해 누군가를 너무 쉽게 숫자와 역할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생텍쥐페리가 조종사로 사막과 하늘을 오가며 바라본 세계도 이 문장 어딘가에 스며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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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어린 왕자에게 가까이 오라고 명령한다. 마침내 다스릴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면서. 어린 왕자가 긴 여행에 지쳐 하품하자 그는 곧바로 “하품을 금하노라”라고 말한다. 쓰면서 조금 웃었지만 웃음 뒤가 편하지 않았다. 상대가 왜 하품했는지 듣기 전에 예절과 권위를 먼저 내세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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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는 갑자기 나타나지만 곧바로 어린 왕자와 놀아주지 않는다. “난 길들지 않았거든.” 어린 왕자는 그 말의 뜻을 묻는다. 나는 이 짧은 질문이 이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관계를 모르는 아이가 뜻부터 묻고, 여우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준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호감만으로 단숨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에 찾아가고, 조금 떨어져 앉고, 기다림을 견디는 과정. 단어 하나를 쓰는 동안 그 번거로움까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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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면에서 화자는 아프리카 사막의 풍경을 자세히 보아달라고 부탁한다. 그곳을 지나게 되면 서둘러 떠나지 말고 별 아래에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가 나타나 웃는다면 어린 왕자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달라고 한다. 이 문장을 쓰는 동안 이야기가 끝난다는 느낌보다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돌아왔는지 확인할 수 없기에, 지나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기다림 일부를 맡기는 마음이었다.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비행 임무를 떠난 뒤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를”이라는 마지막 부탁은 작품 바깥까지 번져 나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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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어장과 해설을 덜어낸 대신 원문과 번역문, 그리고 충분한 필사 공간을 나란히 놓았다. 눈으로 읽을 때는 지나간 장면이 손끝에서는 자꾸 돌아왔다. 어른이 된 뒤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영어를 외우기보다 문장과 천천히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하루에 몇 줄이라도 자기만의 조용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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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ㅣ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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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②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내가 나를 안다는 믿음부터 흔들렸다


✍🏻 저자 : 다크모드 

🏢 출판사 : 모티브


🎯 나는 제목 속 ‘망가져 있다’는 말을 처음에는 조금 과하다고 여겼다. 인간의 잔혹함이나 역사 속 기이한 사건을 모아놓은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읽자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내가 내 몸과 기억, 욕망을 가장 잘 안다는 믿음. 이 책은 바로 그 당연한 생각을 건드리고 있다. 다크모드가 역사와 범죄, 심리와 뇌과학을 오가며 꺼내놓는 이야기는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내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



🔖 “가드너가 증명한 건 잠을 이긴 인간이 아니었다.” 11일 동안 깨어 있었다는 기록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너지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아직 괜찮다고 믿었다는 사실이다. 계산을 하다 무엇을 하던 중인지 잊고, 환각과 기억 손상이 이어져도 그는 한동안 깨어 있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내가 내린 판단을 더 믿는 일. 피곤하면서도 괜찮다고 넘긴 밤들이 문득 떠올랐다.당신은 몸이 보내는 신호와 스스로 내린 판단 중 어느 쪽을 더 쉽게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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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널드 코튼 사건은 기억이 흐릿해서가 아니라 너무 선명해서 비극이 된 경우다. 제니퍼 톰프슨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본 얼굴을 진심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무고한 사람을 십 년 넘게 감옥에 가두었다. “확신은 진실의 증거가 아니다.” 짧은 문장인데 읽고 나니 내가 단호하게 말해온 몇몇 기억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기억은 저장된 장면이 아니라 꺼낼 때마다 다시 그려지는 그림에 가깝다.가장 의심하지 않았던 기억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불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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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 마조히즘 이야기는 익숙한 행동을 낯설게 만들었다. 매운맛, 공포영화, 고강도 운동처럼 몸은 피하려 하지만 나는 다시 찾는 경험들. 인간은 고통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고 믿을 때 그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쾌락과 고통이 서로 반대편에 놓여 있다는 내 생각은 여기서 흐려졌다. 어떤 즐거움은 불편함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더 이상했던 것은 ‘원함’과 ‘좋아함’이 다를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슬롯머신의 불확실한 보상과 숏폼의 반복, 타인의 욕망을 따라가는 모방 욕망까지 이어지자 휴대폰 화면을 넘기던 내 손이 떠올랐다. 내가 선택한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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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를 해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사람을 살리는 존재라고 믿었기에 손이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손 씻기만으로 사망률이 내려갔는데도 제멜바이스의 주장은 밀려났다. “돕는 사람인 자신들이, 그 죽음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 이 문장이 가장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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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자기 상태를 잘못 읽고, 확신 때문에 진실을 놓치며, 선의 속에서도 해를 만들 수 있다고 조용히 보여준다. 다크모드 특유의 이야기 방식은 사건을 빠르게 끌고 가지만, 사례 뒤에 붙은 질문은 쉽게 넘기기 어렵다. 읽는 동안 나는 타인의 기이한 행동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자주 나를 확신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다만 여러 분야를 넓게 오가는 만큼, 몇몇 사례는 더 깊은 배경과 반론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흥미로운 사건의 힘이 강해 해석보다 장면이 먼저 기억되는 부분도 있다. 인간의 심리와 기억, 욕망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고 자기 삶 쪽으로 돌려보고 싶은 이런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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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 ㅣ 리더의 서재 1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 프라임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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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 강을 건넌 뒤에야 보이는 것들 


✍🏻 저자 :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Gaius Julius Caesar 

🏢 출판사 : 프라임북스



🎯 결단은 언제나 용기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그 순간의 사람은 대개 두려움과 계산을 함께 품고 있을 것이다.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건넌 정복자, 짧고 강한 문장으로 자신의 승리를 남긴 인물 정도로 생각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현대적인 성공 법칙으로 다시 묶은 책일 거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책은 그의 승리보다 먼저, 무엇을 잃을 수 있었는지를 계속 보여준다. 명예, 재산, 관계, 목숨. 페이지를 넘길수록 결단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깊은 공감의 문구들이 가득하다. 



🔖 “판돈이 모자라다면 내 목숨마저 얹어라.” 처음에는 과장된 구호처럼 들렸다. 그러나 막대한 빚을 두려움이 아니라 정치적 자원으로 바꾼 카이사르의 행보를 따라가니, 이 문장은 단순한 무모함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무엇인가를 원하면서도 시간과 평판, 익숙한 자리를 끝까지 보존하려 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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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시아 전투에서 카이사르는 적에게 둘러싸인 채 다시 두 겹의 성벽을 세운다. 안의 적을 가두고, 밖에서 다가오는 구원군까지 막는 쌍중성벽이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후퇴를 거부하고 사면초가를 두 개의 포위전으로 바꾼 장면에서 책의 중심이 드러났다. “당신이 결정하지 않으면, 결정은 다른 사람이 한다.” 선택을 미루는 동안 공백은 남아 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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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오파트라와의 만남을 다룬 부분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우면서도 눈을 떼기 힘들다. 책은 카이사르가 욕망과 전략,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이해를 따로 떼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에게 모든 만남은 판을 바꾸는 자원이었고, 우연조차 다시 배열될 수 있었다. 물론 세상이 그어놓은 선을 넘는 일이 곧 정당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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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리아 전쟁기』에 관한 대목에서는 카이사르의 무기가 군단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그는 자신을 3인칭으로 기록했고, 침략의 장면을 로마를 지키기 위한 대응처럼 배치했다. 사실을 지우기보다 선택하고, 순서를 바꾸고, 독자가 먼저 보게 될 장면을 정했다. 그렇게 그는 전쟁터 밖에서도 주도권을 쥐었다. 진실은 거짓으로만 훼손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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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략과 선동, 권력 집중의 문제보다 실행력과 결과가 앞에 놓이는 순간도 있다. 특히 “결과만이 과정을 정당화한다”는 흐름은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시대를 뒤흔든 인물이라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은 함께 읽혀야 한다.망설임을 신중함이라고 부르며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다만 카이사르를 따라가기보다 그를 의심하면서 읽었으면 한다. 주사위를 던지는 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던지는가에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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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를 다독이는 100문장 필사 다이어리 노트 - 세상의 소음을 지우고 오직 나를 적는 밤
본조박 지음 / 읽고싶은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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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를 다독이는 100문장 필사 다이어리 노트』- 세상의 소음을 지우고 오직 나를 적는 밤, 비뚤어진 글씨까지 오늘의 나였다는 것


✍🏻 저자 : 본조박 

🏢 출판사 : 읽고싶은책



🎯 하루 한 문장을 베껴 쓰고, 빈칸을 채우며 마음을 정돈하는 책. 그런데 서문을 읽다가 손이 잠시 멈췄다. “필사는 타인의 문장을 종이 위로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닙니다.”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내가 잊고 있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부터 살핀다. 글씨가 반듯해야 할 것 같고, 빈칸도 그럴듯한 생각으로 채워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먼저 알아챈 듯 “이 노트를 채워가는 동안만큼은 부디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주세요”라고 말한다. 비뚤어진 글자와 남겨진 여백도 오늘을 지나온 흔적이라고.




🔖 “서툰 첫걸음이 만든 가장 정직한 발자국”. 잘못 쓰면 안 될 것 같은문장. 예쁜 선보다 떨리는 손끝에서 나온 첫 문장. 반듯함보다 지금 펜을 들었다는 사실을 더 귀하게 여긴다. 글씨가 조금 기울어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어 본다. 그 삐뚤어진 한 줄이 이상하게도 오늘의 나와 가장 닮아 있자는것. 나는 언제부터 시작보다 완성된 모양을 먼저 걱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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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멈춤은 낙오가 아니라, 다음 불꽃을 피우기 위해 숨을 고르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번아웃을 뜨거운 훈장이라고 따뜻하면서도 조금 아팠다. 지친 뒤에도 나는 부족해서 멈춘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우곤 했다. 게으름도 패배도 아닌, 너무 오래 자신을 태운 사람이 남은 재를 털어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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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보지 못한 길가의 예쁜 들꽃들을 더 자세히 보고 음미하며 걷는 중”이라고 방향을 조금 틀어준다. 같은 속도라도 바라보는 곳이 달라지면 삶의 모양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처럼 읽힌다. 나는 자주 빠른 사람들의 등을 보며 내 걸음을 판단한다. 그동안 내 옆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문장을 쓰고 나니 오늘 하루만큼은 앞사람의 발보다 내 발밑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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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평가보다 내가 나를 믿어주는 마음을 적으라고 권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조금 벅차게 느껴졌다. 하루를 겨우 버틴 날에도 ‘최고의 하루’라고 쓸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기서 말하는 최고는 완벽한 성과가 아니라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증명에 가깝다. 빈칸을 채우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나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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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이상 출판 현장에서 책의 기획과 제작, 유통을 경험한 저자는  독자가 문장 앞에서 어디쯤 머뭇거리는지를 세심하게 짚어준다. 복잡한 이론 대신 짧은 문장과 여백을 건네는 방식도 이 책의 목적과 잘 맞다.이 책은 필사를 잘하는 법보다 나를 대하는 태도를 먼저 묻는다. 글씨가 흐트러진 날, 아무 말도 적지 못한 날까지 기록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이 좋다.

나는 이 노트를 단숨에 채우고 싶지 않다. 피곤한 밤에는 한 줄만 쓰고, 말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날짜만 남겨둘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어 있는 칸까지 내 생활의 모양으로 두고 싶다. 타인의 속도에 맞추느라 내 마음의 날씨를 자주 놓치는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오늘의 자신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첫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아주 작은 목소리 하나를 듣게 될지도 모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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