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ㅣ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②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내가 나를 안다는 믿음부터 흔들렸다
✍🏻 저자 : 다크모드
🏢 출판사 : 모티브

🎯 나는 제목 속 ‘망가져 있다’는 말을 처음에는 조금 과하다고 여겼다. 인간의 잔혹함이나 역사 속 기이한 사건을 모아놓은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읽자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내가 내 몸과 기억, 욕망을 가장 잘 안다는 믿음. 이 책은 바로 그 당연한 생각을 건드리고 있다. 다크모드가 역사와 범죄, 심리와 뇌과학을 오가며 꺼내놓는 이야기는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내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

🔖 “가드너가 증명한 건 잠을 이긴 인간이 아니었다.” 11일 동안 깨어 있었다는 기록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너지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아직 괜찮다고 믿었다는 사실이다. 계산을 하다 무엇을 하던 중인지 잊고, 환각과 기억 손상이 이어져도 그는 한동안 깨어 있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내가 내린 판단을 더 믿는 일. 피곤하면서도 괜찮다고 넘긴 밤들이 문득 떠올랐다.당신은 몸이 보내는 신호와 스스로 내린 판단 중 어느 쪽을 더 쉽게 믿는가.
🔹───────── 🔹

🔖 로널드 코튼 사건은 기억이 흐릿해서가 아니라 너무 선명해서 비극이 된 경우다. 제니퍼 톰프슨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본 얼굴을 진심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무고한 사람을 십 년 넘게 감옥에 가두었다. “확신은 진실의 증거가 아니다.” 짧은 문장인데 읽고 나니 내가 단호하게 말해온 몇몇 기억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기억은 저장된 장면이 아니라 꺼낼 때마다 다시 그려지는 그림에 가깝다.가장 의심하지 않았던 기억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불편하게.
🔹───────── 🔹

🔖 양성 마조히즘 이야기는 익숙한 행동을 낯설게 만들었다. 매운맛, 공포영화, 고강도 운동처럼 몸은 피하려 하지만 나는 다시 찾는 경험들. 인간은 고통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고 믿을 때 그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쾌락과 고통이 서로 반대편에 놓여 있다는 내 생각은 여기서 흐려졌다. 어떤 즐거움은 불편함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더 이상했던 것은 ‘원함’과 ‘좋아함’이 다를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슬롯머신의 불확실한 보상과 숏폼의 반복, 타인의 욕망을 따라가는 모방 욕망까지 이어지자 휴대폰 화면을 넘기던 내 손이 떠올랐다. 내가 선택한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 🔹
🔖 빈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를 해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사람을 살리는 존재라고 믿었기에 손이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손 씻기만으로 사망률이 내려갔는데도 제멜바이스의 주장은 밀려났다. “돕는 사람인 자신들이, 그 죽음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 이 문장이 가장 서늘했다.
🔹───────── 🔹

📌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자기 상태를 잘못 읽고, 확신 때문에 진실을 놓치며, 선의 속에서도 해를 만들 수 있다고 조용히 보여준다. 다크모드 특유의 이야기 방식은 사건을 빠르게 끌고 가지만, 사례 뒤에 붙은 질문은 쉽게 넘기기 어렵다. 읽는 동안 나는 타인의 기이한 행동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자주 나를 확신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다만 여러 분야를 넓게 오가는 만큼, 몇몇 사례는 더 깊은 배경과 반론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흥미로운 사건의 힘이 강해 해석보다 장면이 먼저 기억되는 부분도 있다. 인간의 심리와 기억, 욕망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고 자기 삶 쪽으로 돌려보고 싶은 이런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