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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영어판) ㅣ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근아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7월
평점 :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영어판』- 손으로 다시 만난 어린 왕자,천천히 써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저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옮긴이 : 송근아
🏢 출판사 : CRETA(크레타)

🎯 나는 『어린 왕자』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미와 여우, B612,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에 관한 이야기. 너무 자주 인용되어 이제는 익숙함이 먼저 다가오는 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어 원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옮겨 쓰는 책이라. 한두 개의 명문장만 골라 적는 필사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째로 따라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내가 기억하는 어린 왕자와 지금의 내가 쓰게 될 어린 왕자는 얼마나 다를까. 펜을 들기 전부터 그 차이가 조금 궁금했다.

🔖 “I have serious reason to believe that the planet from which the little prince came is the asteroid known as B-612.” 문장을 따라 쓰다가 B612라는 숫자. 천문학자에게 그곳은 관측된 소행성이지만 어린 왕자에게는 장미와 화산이 있는 집이다. 같은 장소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번호가 되거나 세계가 된다. 나도 편의를 위해 누군가를 너무 쉽게 숫자와 역할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생텍쥐페리가 조종사로 사막과 하늘을 오가며 바라본 세계도 이 문장 어딘가에 스며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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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어린 왕자에게 가까이 오라고 명령한다. 마침내 다스릴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면서. 어린 왕자가 긴 여행에 지쳐 하품하자 그는 곧바로 “하품을 금하노라”라고 말한다. 쓰면서 조금 웃었지만 웃음 뒤가 편하지 않았다. 상대가 왜 하품했는지 듣기 전에 예절과 권위를 먼저 내세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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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는 갑자기 나타나지만 곧바로 어린 왕자와 놀아주지 않는다. “난 길들지 않았거든.” 어린 왕자는 그 말의 뜻을 묻는다. 나는 이 짧은 질문이 이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관계를 모르는 아이가 뜻부터 묻고, 여우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준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호감만으로 단숨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에 찾아가고, 조금 떨어져 앉고, 기다림을 견디는 과정. 단어 하나를 쓰는 동안 그 번거로움까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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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면에서 화자는 아프리카 사막의 풍경을 자세히 보아달라고 부탁한다. 그곳을 지나게 되면 서둘러 떠나지 말고 별 아래에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가 나타나 웃는다면 어린 왕자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달라고 한다. 이 문장을 쓰는 동안 이야기가 끝난다는 느낌보다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돌아왔는지 확인할 수 없기에, 지나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기다림 일부를 맡기는 마음이었다.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비행 임무를 떠난 뒤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를”이라는 마지막 부탁은 작품 바깥까지 번져 나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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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어장과 해설을 덜어낸 대신 원문과 번역문, 그리고 충분한 필사 공간을 나란히 놓았다. 눈으로 읽을 때는 지나간 장면이 손끝에서는 자꾸 돌아왔다. 어른이 된 뒤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영어를 외우기보다 문장과 천천히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하루에 몇 줄이라도 자기만의 조용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