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에게 - 고전으로 나를 짓는 52주 질문 저널
소서 지음 / 구름창작소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오늘의 나에게 - 고전으로 나를 짓는 52주 질문 저널  』답을 찾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묻는 시간


✍🏻 저자 : 소서 

🏢 출판사 : 구름창작소


🎯 프롤로그에서 만난 “당신의 동심원은 어제보다 조금 더 넓어지고 있는지”라는 질문 앞에서 답을 빨리 적는 것보다 질문을 품고 있는 시간이 먼저였다. 세네카나 카프카, 쇼펜하우어 같은 이름도 앞에 서지 않았다. 고전의 문장을 빌려 결국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하는 책.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보다, 한 주씩 내 쪽으로 방향을 돌려보는 기록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고,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요즘 모든 날이 비슷하다는 말들. 이덕무의 단순하고 고요한 하루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루틴 안에도 내가 놓친 풍경이 있을까. 창 사이 햇빛이 시간을 재어 준다는 문장이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이 책의 멈춤은 쉬라는 조언보다 먼저, 지금 여기의 감각부터 확인하게 한다. 무심히 지나친 내 하루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 📖 ── 


🔖 방향을 묻는 대목에서는 키르케고르의 문장이 유난히 불편했다. 결혼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역설 뒤에, 결국 선택은 다른 가능성의 나를 잃는 일이라는 말이 붙는다. 나는 무엇을 원해서 고르는지, 남들이 이쯤에는 해야 한다고 말해서 움직이는지. 답을 고르려 할수록 오히려 질문이 커졌다. 진로와 관계, 비교의 기준까지 비슷한 자리에서 흔들린다는 것도 보였다. 선택보다 먼저 내 욕망의 출처를 묻게 되는 장이었다.


── 📖 ── 


🔖 관계에 들어서면 시선이 밖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박지원은 진실하지 않은 관계라면 오래 함께해도 거리가 남는다고 했다. 친구, 회사 사람, 가족, 연인처럼 익숙한 이름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누가 진짜인가’보다 ‘나는 얼마나 진실했나’가 먼저 걸린다. 가까움의 수를 세기보다 관계 속의 내 태도를 들여다보게 된다. 연락이 뜸해진 사람, 말하지 못한 것들까지 떠오르니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여러 얼굴을 데려왔다.


── 📖 ── 


🔖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바꿀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으면 괴로움이 커지고, 온전히 내게 달린 것은 태도뿐이다. 책은 완벽한 계획을 적으라고 하지 않는다. 오늘 내 발에 맞는 걸음이면 된다고 밀어준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포기와는 다르다는 것도 여기서 조금 선명해졌다. 


── 📖 ── 


📌 소서는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과 미술을 가르치며, 읽고 쓰고 그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전을 권위처럼 세우기보다 생활 가까이에 내려놓는다. 다만 질문 뒤의 해설이 친절한 만큼 어떤 대목은 독자가 스스로 머물 여백을 조금 먼저 정리해 준다는 인상도 있었다. 한두 곳쯤은 설명을 덜어냈다면 더 깊게 흔들렸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ㅣ 사시사철 1
마하트마 간디 지음 / 사피엔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 결국 자기 몸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저자 : 마하트마 간디 

🏢 출판사 : 사피엔스



🎯 간디라는 이름 때문에 비폭력, 독립운동, 사티아그라하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 이미 역사 속에서 너무 많이 설명된 인물을 다시 읽는 일이 과연 새로울까 싶기도 했다.이 책은 간디의 위대함을 설명하기보다 조금 불편한 방향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나는 내가 옳다고 말하는 것들 앞에서 실제로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가. 



🔖 “내가 먼저 피 흘리지 않으면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리더십을 꽤 거칠게 다시 보게 한다. 간디는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자기 재산과 몸, 평판부터 걸었다. 남아프리카에서의 투쟁과 공동체 운영을 따라가다 보면 명령의 힘보다 먼저 감당한 사람의 무게가 보인다. 나는 누군가에게 요구하기 전에 그 자리의 무게를 얼마나 알고 있었나,



🔹───────── 🔹 


🔖 분노하는 상대 앞에서 침묵한다는 대목은 처음에는 하나의 협상 기술처럼 보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정반대였다. 간디가 매주 하루를 침묵의 날로 두었다는 이야기는 말을 아끼는 요령보다 자기 안의 소음을 다스리는 훈련에 가깝다. 상대의 분노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감정이 옮겨붙기 전에 자기 안에서 멈추는 것. 쉬워 보이는데 나는 여기에서 꽤 자주 실패했다.



🔹───────── 🔹 


🔖 부유한 지지자들이 자신의 옷을 직접 불태우는 장면에서는 ‘연대’라는 말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책은 동정이나 응원을 연대와 같은 자리에 놓지 않는다. 실제로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불에 타버린 옷은 되돌릴 수 없다. 공감 버튼 하나, 짧은 응원 한 줄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 다만 책을 읽으며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함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지 돌아봤다.



🔹───────── 🔹 



🔖 나는 무엇에 끝까지 No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간디를 만든 것은 그가 해낸 수많은 일보다 폭력, 거짓,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 앞에서 끝까지 거절했던 몇 가지였다는 해석이다. 원칙을 멋진 문장으로 적는 것과 그 문장 때문에 실제로 불편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원칙에는 편의보다 먼저 통증이 따라온다는 문장이 그래서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 🔹 


📌 간디의 삶을 리더십·협상·조직이라는 오늘의 언어로 끌어온 덕분에 읽기는 빠르지만, 몇몇 대목은 역사적 맥락보다 실천적 교훈이 앞서면서 한 인간의 복잡성이 다소 매끈하게 정리된 느낌도 있다. 그래도 책장을 덮고 나면 질문은 분명해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손해 볼 수 있고, 무엇 앞에서는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인가. 리더십을 직함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다시 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자기만의 한 줄을 적어보는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 -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부처의 33가지 삶의 태도
심우 지음 / 오후의서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 부처도 지나온 밤이라면, 나도 잠시 멈춰볼 수 있겠다

마음을 없애는 대신 이름을 불러보는 일


✍🏻 저자 : 심우 

🏢 출판사 : 오후의서재



🎯 저자는 부처가 위로부터 건네지 않았다고 적는다. 먼저 이것이 고통이라고 말하고, 왜 아픈지를 들여다본 뒤, 거기서 어떻게 헤어날 수 있는지를 살폈다고. 그 순서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나도 힘든 날이면 해결보다 먼저 “괜찮아져야 한다”는 생각부터 해왔으니까.

법명 ‘심우’는 잃어버린 본래의 마음을 찾아가는 수행자의 여정을 뜻한다고 한다. 초기 불교 경전을 오래 공부해온 저자는 부처의 말을 그대로 어렵게 옮기기보다 비교, 불안, 사랑, 돈, 외로움 같은 오늘의 단어 곁에 놓는다. 새로운 가르침을 만들기보다 2,500년 전의 말을 지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다시 건네는 쪽에 가깝다. 




🔖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도, 못하다고 느끼는 것도, 심지어 같다고 재는 마음까지 모두 비교라는 설명이 의외였다. SNS를 몇 번 넘긴 것뿐인데 내 하루가 갑자기 초라해지는 순간이 떠올랐다. 나는 비교를 멈추려고만 했지, 내가 지금 무엇을 재고 있는지는 보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고 나니 마음이 조금 떨어져 보였다. 


🔹───────── 🔹 


🔖 사람을 만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고, 정작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더 공허했던 순간도 있었다. 저자는 자발적인 고독인 ‘비베까’와 누군가가 나를 완전히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기는 단절을 나눠 바라본다. 읽다가 문득 혼자인 시간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그 시간의 나를 견디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싶다. 


🔹───────── 🔹 


🔖 무언가를 이루면 다음 것을 찾아야 했고, 채우는 일이 곧 잘사는 일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은 그 방향을 조금 비튼다. 부처가 재물과 그것을 누리는 행복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무조건 내려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만 성공이 나를 완성해줄 거라는 기대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다는 것. “비어 있다는 말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설명 오래 남는다.


🔹───────── 🔹 


🔖 불안도 미움도 후회도 없어지지 않는다. 부처 역시 그런 감정을 없애라고 하지 않고 “알아차려라. 이름을 붙여라.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 보라”고 말한다. 나는 힘든 감정이 생기면 빨리 처리해야 할 문제처럼 여겼는데, “형성된 것들은 무상하다. 멈추지 말고 정진하라.” 끝을 말하면서도 오늘을 단단히 붙드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 🔹 


📌 책을 다 읽고도 삶이 갑자기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교는 다시 시작될 테고, 불안한 밤도 오고, 미운 마음이나 후회가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이 책 역시 그 감정들을 없애주는 방법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 순간 내가 어떤 단어 안에 들어와 있는지 한 번 바라보게 한다. 그 짧은 틈이 이 책의 힘이었다.위로보다 자기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이 필요한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특히 오늘 밤 머릿속에서 어떤 단어 하나가 자꾸 되풀이되고 있다면. 해결하려 들기 전에 그 이름부터 가만히 불러보는 것. 어쩌면 이 책은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무도 만만하게 보지 않는 대화법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도 만만하게 보지 않는 대화법』- 착한 사람이 아니라, 경계가 있는 사람으로 말끝 하나가 사람 사이의 거리를 바꾸는 순간들

軽く扱われない話し方 

✍🏻 저자 : 나이토 요시히토  內藤誼人  Yoshito Naito 

✍🏻 옮긴이 :  황정원

🏢 출판사 : 포텐업


🎯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법’이라니, 자칫 상대를 이기거나 센 사람처럼 보이는 요령을 모아놓은 책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토 요시히토가 말하는 방향은 의외로 그 반대편에 가까웠다. 공격적으로 변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서 멈출지를 스스로 정하라는 이야기다. 나는 친절과 양보를 좋은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던 적이 없었나. 그러다 어느 순간 상대의 몫까지 내가 들고 있었던 적은 없었나. 책은 그런 기억을 자꾸 건드린다.



🔖 “성공한 기버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하는 경계선이 있고, 실패한 기버에게는 그것이 없다.” 이 구분이 꽤 아팠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미호의 사례도 그래서 단순한 직장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나를 들어주고, 다음 것도 맡고, 결국 자기 일까지 밀려버리는 과정. 처음에는 배려였는데 어느 틈엔가 상대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다.경계는 사람을 밀어내기 위한 선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 속에서 나까지 지우지 않기 위한 선일지도 모른다.


🔹───────── 🔹 


🔖 상처를 받았을 때 나는 이유부터 알고 싶어지는 편이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나에게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런데 이 책은 그 질문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그런 말씀은 듣지 않겠습니다.” 이유를 캐묻는 대신 내 기준을 말하라는 것이다. 질문은 상대에게 설명할 자리를 내주지만 선언은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알린다. 처음에는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 🔹  


🔖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배려하는 것은 다르고, 의견을 접는 것과 상대를 존중하는 것도 다르다. 관계를 망칠까 봐 내 생각을 계속 뒤로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의 윤곽부터 흐릿해질 수 있다. 그 지점은 좀 무서웠다.


🔹───────── 🔹 


🔖 책에는 ‘습니다’체를 사용하는 법, 불필요한 음성어를 줄이는 법, 표정과 제스처를 바꾸는 법처럼 당장 시험해볼 만한 방법도 많다. 그러나 읽다 보니 결국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사사키가 가족의 일을 계속 떠맡다가 처음으로 “나 더 이상 못 해”라고 말하는 순간처럼, 내가 내 몫을 정하는 일이 먼저였다. “나의 콘셉트는 내가 정한 대로 된다”는 말도 비슷하게 읽혔다. 


🔹───────── 🔹 


📌 이 책을 읽고 나니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목소리가 크거나 상대를 눌러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친절하면서도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상대의 감정을 전부 떠안지 않으며, 필요할 때 자신의 의견을 꺼낼 수 있는 사람. 결국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나이토 요시히토는 사회심리학을 실생활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익숙한 저자답게 무거운 이론보다 사례와 바로 써볼 수 있는 방법을 앞세운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거창한 화술보다 작은 습관을 먼저 떠올렸다. 불편한데도 웃고 있었던 순간, 싫지만 괜찮다고 말했던 순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내 기준을 뒤로 밀어두었던 순간들. 당신도 그런 적이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뮤직디깅클럽 (Music Digging Club)
요즘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뮤직디깅클럽(Music Digging Club)』- 한 곡이 끝난 자리에서, 한 사람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 저자 : 요즘

🏢 출판사 : 모티브


🎯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플레이리스트는 계속 늘어났고, 알고리즘은 취향을 대신 골라줬다.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노래를 만나는 일보다 익숙한 노래를 반복하는 일이 더 편해졌다. 그래서 『뮤직디깅클럽』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숨겨진 명곡을 소개하는 음악 추천서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첫 장을 읽고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책은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음악을 따라가며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록한 에세이였다.



🔖 저자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고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시절 농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NBA를 따라보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만났다. 그리고 힙합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다 재즈와 R&B, 소울을 듣게 된다. 이 흐름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좋은 음악을 고르는 법'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시간을 지나며 지금의 취향이 만들어졌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듣는 방법보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과정을 먼저 들려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미 다른 음악 에세이와 결이 달랐다.


🔹───────── 🔹 


🔖 김현철의 「눈이 오는 날이면」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눈 내리던 운동장과 어린 시절을 먼저 꺼낸다. Horace Silver의 「Summer In Central Park」에서는 뜨거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서 하루의 피로가 먼저 마르던 순간을 떠올린다. Cosmic Boy의 「Love」에서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곡을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음악이 자신의 삶 어디에 머물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음악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걷게 된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추천곡보다 오래 잊고 있었던 내 플레이리스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 🔹 


🔖 101개의 트랙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Side A에서는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Side B에서는 불완전한 감정을 끌어안으며, Side C에서는 어딘가에서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닿는다. 그 흐름 덕분에 각각의 곡은 독립적인 추천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이어진다. 특히 Jonny Greenwood의 「House of Woodcock」를 사랑의 긴장으로 풀어낸 시선이나, A Tribe Called Quest를 지금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글에서는 저자의 음악관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음악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 🔹 


🔖 저자는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악도 누군가에게는 삶을 붙잡게 해주는 노래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취향을 정답으로 만들지 않는 태도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마지막 트랙인 Nas의 「Nas Is Like」에 이르러 저자는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 오래 끝내지 못했던 사람이 처음으로 스스로의 기록을 완성하는 장면처럼 읽혔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는 플레이리스트의 끝이라기보다 또 다른 시작처럼 느껴졌다.


🔹───────── 🔹


📌 『뮤직디깅클럽』은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보다, 음악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추천보다 기억을, 정보보다 시간을 들려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101곡을 담다 보니 몇몇 이야기는 막 깊어질 즈음 끝나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읽고 싶은 트랙들이 적지 않았다.그럼에도 한 곡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붙잡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만의 개성은 분명하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다시 만나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