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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디깅클럽 (Music Digging Club)
요즘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뮤직디깅클럽(Music Digging Club)』- 한 곡이 끝난 자리에서, 한 사람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 저자 : 요즘
🏢 출판사 : 모티브

🎯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플레이리스트는 계속 늘어났고, 알고리즘은 취향을 대신 골라줬다.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노래를 만나는 일보다 익숙한 노래를 반복하는 일이 더 편해졌다. 그래서 『뮤직디깅클럽』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숨겨진 명곡을 소개하는 음악 추천서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첫 장을 읽고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책은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음악을 따라가며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록한 에세이였다.
🔖 저자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고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시절 농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NBA를 따라보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만났다. 그리고 힙합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다 재즈와 R&B, 소울을 듣게 된다. 이 흐름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좋은 음악을 고르는 법'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시간을 지나며 지금의 취향이 만들어졌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듣는 방법보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과정을 먼저 들려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미 다른 음악 에세이와 결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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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의 「눈이 오는 날이면」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눈 내리던 운동장과 어린 시절을 먼저 꺼낸다. Horace Silver의 「Summer In Central Park」에서는 뜨거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서 하루의 피로가 먼저 마르던 순간을 떠올린다. Cosmic Boy의 「Love」에서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곡을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음악이 자신의 삶 어디에 머물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음악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걷게 된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추천곡보다 오래 잊고 있었던 내 플레이리스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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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개의 트랙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Side A에서는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Side B에서는 불완전한 감정을 끌어안으며, Side C에서는 어딘가에서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닿는다. 그 흐름 덕분에 각각의 곡은 독립적인 추천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이어진다. 특히 Jonny Greenwood의 「House of Woodcock」를 사랑의 긴장으로 풀어낸 시선이나, A Tribe Called Quest를 지금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글에서는 저자의 음악관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음악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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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악도 누군가에게는 삶을 붙잡게 해주는 노래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취향을 정답으로 만들지 않는 태도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마지막 트랙인 Nas의 「Nas Is Like」에 이르러 저자는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 오래 끝내지 못했던 사람이 처음으로 스스로의 기록을 완성하는 장면처럼 읽혔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는 플레이리스트의 끝이라기보다 또 다른 시작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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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디깅클럽』은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보다, 음악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추천보다 기억을, 정보보다 시간을 들려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101곡을 담다 보니 몇몇 이야기는 막 깊어질 즈음 끝나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읽고 싶은 트랙들이 적지 않았다.그럼에도 한 곡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붙잡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만의 개성은 분명하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다시 만나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