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부자를 만든다 - 잠든 부의 씨앗을 깨우는 하루 20분의 기적
김진호.김범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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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부자를 만든다 - 잠든 부의 씨앗을 깨우는 하루 20분의 기적  

🔺저자 : 김진호, 김범연  

🔺 출판사 : 미다스북스  


🎯 나는 오랫동안 ‘믿음’과 ‘부’를 따로 생각해왔다. 신앙은 거룩한 영역, 돈은 현실적인 문제. 둘을 섞는 건 어딘가 불편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에도 솔직히 마음 한편이 조심스러웠다. 신앙을 성공의 도구로 소비하는 책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몇 장을 읽고 나자 내가 붙들고 있던 구분선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기술을 말하기보다,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부의 이야기는 이미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 믿음으로 다시 정의되는 부  


하나님은 먼저 뜻을 품으셨고, 말씀으로 선포하셨으며, 그 결과 만물이 창조되었다. 저자들은 이 창조의 메커니즘이 우리 안에도 동일하게 심겨 있다고 말한다. 생각은 씨앗이고, 고백은 방향이며, 행동은 열매라는 것이다.  

저자 김진호는 삼성전자에서 29년간 근무하며 세계 일류 기업의 성공 DNA를 체득한 인물이다. 이후 지구촌교회 장로로서, 그리고 아쿠아마인 CTO로 ‘미네랄메이커’를 개발하며 신앙과 사업을 하나의 여정으로 살아왔다. 김범연 역시 신앙을 경영의 중심에 둔 청년 기업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트업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들의 이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믿음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훈련  


책은 부의 원리를 말하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빠른 결과에 익숙해진 세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지금의 광야가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면 어떻겠는가?

저자들이 ‘미네랄메이커’를 개발하며 겪은 실패와 좌절 역시 그런 광야였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열매 하나가 맺힐 때마다 하나님이 다음 문을 열어 주셨다고 고백한다. 부는 단번에 쥐는 전리품이 아니라, 인내 속에서 다듬어지는 열매라는 메시지가 깊이 남았다.  


🔖 5일 루틴, 하루 20분의 결단  


이 책의 가장 실천적인 부분은 별책부록으로 제공되는 ‘5일 루틴’이다. 하루 20분, 생각을 점검하고 가치를 인식하며, 행동을 결단하고, 이미 이루어졌음을 선포하고, 감사로 마무리하는 구조다.  


Day 1은 생각이다.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기도한다.  

Day 2는 가치다. 나는 존귀한 존재임을 선언한다.  

Day 3은 행동이다. 실행 없는 믿음을 내려놓는다.  

Day 4는 선포다. 이미 이루어졌다고 고백한다.  

Day 5는 감사다. 미래의 열매를 미리 감사한다.  


그리고 이 5일을 7번 반복한다. 총 35일. 작은 반복이 나의 의식과 습관을 새롭게 빚어 간다고 한다. 나는 이 구조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재설계하는 훈련처럼 느껴졌다.  


🔖 부의 목적은 결국 영광  


부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통로다. 저수지가 아니라 파이프가 되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세상은 움켜쥐라고 가르치지만, 성경은 흘려보내라고 말한다.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나눔의 크기가 진짜 부를 결정한다는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내가 바라는 부는 어떤 모습인가. 숫자로 계산되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과 동행하는 상태인가. 이 질문 앞에서 나의 기준은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  


📝  이 책은 분명 신앙 색채가 강하다. 믿음과 선포, 감사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부의 구조를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은 동의와 논쟁을 동시에 불러올 지점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이 부를 욕망의 결과가 아니라 존재의 태도로 다룬다는 점이다. 거창한 자본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마음속 씨앗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아직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그 시간에도, 어쩌면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씨앗을 자라게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사실을 믿는 것, 어쩌면 그것이 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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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 -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
시미즈 레이나 지음, 이정미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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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  


🔺 저자  : 시미즈 레이나 

🔺 옮긴이 : 이정미 

🔺 출판사  : 모두의도감  


🎯 나는 아직 영국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영국의 서점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에 가까웠다. 오래된 벽돌 건물, 클래식한 서가, 조용히 책을 고르는 사람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이미지들이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도 예쁜 사진과 설명이 담긴 여행용 도감 정도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지 않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분명한 결심 하나를 하게 되었다. 내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영국을 가게 된다면, 관광지보다 먼저 서점을 돌겠다고. 


🔖 이 책의 출발점은 아주 솔직하다. 인터넷 서점이 더 싸고, 더 빠른 시대에 왜 굳이 서점에 가는가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1990년대부터 런던에 살며 서점이 쇠퇴하던 시기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서점의 부활을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협정이 무너지고, 자유 경쟁이 시작되며 서점이 줄어들던 시절의 분위기부터 차분히 짚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후 영국에서 독립 서점의 수가 다시 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명확한 변화로 다가온다. 책과 비스킷이 가장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은 결국, 머물 수 있는 장소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공간’이다. 서점의 내부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왜 그렇게 배치했는지, 그 배치가 사람의 움직임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구불구불한 서가, 일부러 불편하게 설계된 동선,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책들. 리브레리아의 사례를 읽으며, 책을 찾는다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탐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건 쇼핑이 아니라 경험이다. 


🔖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지점은 사람의 존재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점들은 모두, 점원이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동네의 안내자에 가깝다. 아이에게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취향을 묻고, 대화를 통해 책을 권한다. 특히 ‘북 테라피’ 이야기는 이 책의 정수를 보여준다.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뒤 책을 고르는 시간은, 지금의 소비 구조에서는 거의 사라진 풍경이다. 내가 영국에 간다면, 이 서점들 앞에서는 절대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을 거라는 걸.


🔖 배 위에 떠 있는 서점, 기차역을 개조한 중고서점, 식물원 안의 서점까지. 이곳들은 모두 ‘들르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르는 장소’다. 저자가 말하듯, 영국에서 서점은 우체국이나 병원처럼 동네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서점을 중심으로 느슨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인식한다. 이 장면들은 여행 정보가 아니라 삶의 방식처럼 느껴진다.



📝 이 책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남겨두고 싶다. 사례가 풍부한 만큼, 한 곳 한 곳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조금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서점을 사랑하는 독자뿐 아니라 언젠가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참고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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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기반 뼈 때리는 팩폭, 돈의 인문학
조던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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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현실기반 뼈 때리는 팩폭

🔺 저자: 조던 김장섭  

🔺 출판사: 트러스트북스  


🎯 조던 김장섭의 책을 여러 권 읽어왔기에, 또 하나의 투자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시장, 전략, 원칙.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단어들이 다시 정리되어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고 나서야 알았다.  이 책은 투자 이야기를 빌려, 인생을 정면으로 묻고 있다는 것을.


🔖 돈을 다루는 방식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저자는 투자 기법을 설명하기 전에, 독자가 어떤 태도로 돈을 대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왜 늘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지, 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지, 그 원인을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찾게 만든다.  읽는 동안 여러 번 책장을 덮고 싶어졌다. 그만큼 정확하게 찌른다.


🔖 투자가 인생을 잠식할 때 벌어지는 일  


저자는 투자가 인생의 목적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어긋난다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 사는 삶은 결국 돈 때문에 더 불안해진다.  이 문장은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투자는 삶을 지탱하는 도구여야지, 삶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처럼 느껴졌다.


🔖 세대별로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흔들리는 지점  


20대는 학벌, 50대는 재산, 80대는 건강.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막연한 미래 불안은 대부분 준비하지 않은 시간에서 온다는 설명이 납득된다.  지금의 선택이 언제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지를 차분히 연결해 보여주기 때문에  읽고 나면 변명하기가 어려워진다.


🔖 돈이 따라오는 삶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책이 말하는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무리하지 말 것,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구조를 먼저 만들 것.  화려한 성공담 대신 오래 버틸 수 있는 방향을 강조한다.  당장 부자가 되겠다는 조급함보다, 흔들리지 않는 생활을 만드는 것이  결국 더 멀리 간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남는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이건 투자서라기보다 인생 점검서에 가깝다.’


다만 이미 구체적인 투자 방법을 기대한 독자라면  초반에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백 덕분에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의 선택은 분명 의도적이다. 돈 문제로 늘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사람,  투자를 하고 있지만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른 독자로서 꼭 한 번은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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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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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The Survival papers


🔺 저자 : 대릴 샤프 Daryl Sharp

🔺 옮긴이 : 정여울 

🔺 출판사 :CRETA(크레타)


🎯 나는 ‘융 심리학’이라는 말 앞에서 늘 어렵고, 멀고, 나와는 상관없는 학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펼치게 된 건, 제목에 붙은 ‘서바이벌’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언제나 이론이 아니라 체감의 언어니까. 


🔖 상담실 문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

  

노먼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가진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하지만 그는 상담실 문 앞에서 오래 머뭇거린다. 자신의 고통을 말로 꺼내는 순간, 그동안 유지해온 삶의 균형이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 장을 읽으며 나는 ‘상담을 받는 용기’보다 ‘나와 마주할 용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 


🔖 불타는 집과 깨어나는 무의식  


노먼의 꿈에 등장하는 불타는 집은 강렬하다. 그 집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과 갈등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내면의 공간이다. 꿈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 신호처럼 다가온다. 애써 외면해온 감정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다.


🔖 고통을 없애지 않는 선택  


고통을 ‘빨리 없애야 할 것’으로 다루지 않는 태도였다. 노먼은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상담가는 그 고통을 서둘러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을 키우는 시간을 제안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처음으로 고통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됐다. 피해야 할 실패가 아니라, 통과해야 할 과정이라는 관점이 인상 깊었다.


🔖 제2막을 향한 느린 출발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노먼은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니마와 그림자, 페르소나 같은 개념들은 설명되지 않고 장면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느린 변화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인생의 제2막은 새로 태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오래 외면해온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분명 친절하다. 그러나 모든 독자에게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중년의 위기라는 주제가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독자라면, 오히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그 불편함이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른 독자일수록, 아직 위기를 이름 붙이지 못한 사람일수록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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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현대 문명의 설계도, 영국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가졌는가?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3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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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셰익스피어의 언어,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상의 고향, 영국  

The Shortest History of England 


🔺 저자: 제임스 호즈 James Hawes  

🔺 출판사: 진성북스  

🔺 옮긴이: 박상진  


🎯 영국사는 늘 ‘왕과 전쟁, 제국’ 같은 단어로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읽기 전에는 또 하나의 압축 요약서쯤으로 예상했다. 나는 영국을 ‘섬나라’라고 부르면서도, 그 말이 얼마나 편한 단어인지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읽는 동안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같은 물음들이 단순한 도발로 보이지 않았다. 나라가 하나로 묶일 때마다 누군가는 언어를 잃고, 누군가는 규칙을 만들며, 누군가는 그 규칙 속에서 다시 서열을 새겼다. 그런 장면들을 빠르게 건너뛰면서도, 이상하게도 속도가 내용의 가벼움으로 바뀌지 않았다. 짧게 쓰되, 핵을 피해가지 않는 편집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아래 궁금증을 가장 짧은 시간에 풀어준다

영국 역사의 진정한 변곡점은 어디였는가?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런던은 영국의 중심인가, 아니면 분열의 상징인가?

왕은 왜 신의 대리자였고, 어떻게 그 권한을 잃었는가?

셰익스피어와 비틀즈는 영국의 어떤 정체성을 보여주는가?

영국은 민주주의의 선구자인가, 지배 엘리트의 나라였는가?

왜 잉글랜드의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가?

로마, 앵글로 색슨, 바이킹, 노르만이 영국사에 끼친 영향은?

영국인은 '섬나라'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왔는가?

종교개혁은 단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싸움이었는가?

영어는 어떻게 수많은 정복과 혼종 속에서도 살아남았는가?

브렉시트는 현재의 정치 현상인가, 역사적 누적의 결과인가?


🔖 런던을 만든 남동부의 행운  


로마가 남동부를 유럽의 일부로 엮어놓았다는 문장을 읽을 때, ‘정복’보다 ‘연결’이 먼저 떠올랐다. 도로와 도시가 생기고, 생활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부터 이미 균형추는 기울었을 것 같다. 런던은 중심이면서, 동시에 분열을 고정하는 표식처럼 보였다.  


🔖 1066년 이후, 두 개의 언어로 갈라진 삶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어가 위로 올라가고 영어가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은 너무 익숙한 이야기인데, 이 책은 그 익숙함을 ‘계급의 감각’으로 바꿔 놓는다. 지배층이 쓰는 말이 바뀌면 법과 관습도 바뀐다. 말이 곧 사람을 가르는 울타리가 된다.  


🔖 왕의 신성함이 무너질 때, 의회가 자란다  


왕이 신의 대리자였다는 말이 낡게 들리다가도, 권한이 흔들리는 순간의 긴장이 전해진다. 종교개혁이 신앙의 문제만이 아니라 권력의 소유 문제였다는 대목에서 나는 고개가 멈췄다. 누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대표라는 말이 언제 폭력이 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 북부의 굉음과 오늘의 균열, 브렉시트까지  


산업혁명 파트에서 ‘번성’과 ‘부작용’이 한 문단 안에서 같이 숨 쉰다. 굉음 속에서 부가 쌓이고, 동시에 빈민가와 긴 노동이 생긴다는 사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오히려 씁쓸했다. 브렉시트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라기보다, 오래 삭힌 감정의 결산처럼 느껴졌다. 



📝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셰익스피어나 비틀즈보다도, 남과 북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나는 영국을 “품격의 나라”로 쉽게 묶어두곤 했는데, 그 품격이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이 더 선명해졌다. 교육과 규칙, 말투와 계급의 훈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을 만들고, 동시에 사람을 나눈다는 사실이 마음 한쪽을 서늘하게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영국사를 ‘정답’으로 만들지 않고 ‘질문’으로 남긴다는 데 있다. 당신이라면 런던이라는 중심을, 통합의 상징으로 볼까 분열의 상징으로 볼까? 나는 아직도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가 알고 있던 “한 나라의 이야기”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목소리의 합창이었는지, 조금 더 빨리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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