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셰익스피어의 언어,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상의 고향, 영국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3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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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셰익스피어의 언어,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상의 고향, 영국  

The Shortest History of England 


🔺 저자: 제임스 호즈 James Hawes  

🔺 출판사: 진성북스  

🔺 옮긴이: 박상진  


🎯 영국사는 늘 ‘왕과 전쟁, 제국’ 같은 단어로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읽기 전에는 또 하나의 압축 요약서쯤으로 예상했다. 나는 영국을 ‘섬나라’라고 부르면서도, 그 말이 얼마나 편한 단어인지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읽는 동안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같은 물음들이 단순한 도발로 보이지 않았다. 나라가 하나로 묶일 때마다 누군가는 언어를 잃고, 누군가는 규칙을 만들며, 누군가는 그 규칙 속에서 다시 서열을 새겼다. 그런 장면들을 빠르게 건너뛰면서도, 이상하게도 속도가 내용의 가벼움으로 바뀌지 않았다. 짧게 쓰되, 핵을 피해가지 않는 편집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아래 궁금증을 가장 짧은 시간에 풀어준다

영국 역사의 진정한 변곡점은 어디였는가?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런던은 영국의 중심인가, 아니면 분열의 상징인가?

왕은 왜 신의 대리자였고, 어떻게 그 권한을 잃었는가?

셰익스피어와 비틀즈는 영국의 어떤 정체성을 보여주는가?

영국은 민주주의의 선구자인가, 지배 엘리트의 나라였는가?

왜 잉글랜드의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가?

로마, 앵글로 색슨, 바이킹, 노르만이 영국사에 끼친 영향은?

영국인은 '섬나라'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왔는가?

종교개혁은 단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싸움이었는가?

영어는 어떻게 수많은 정복과 혼종 속에서도 살아남았는가?

브렉시트는 현재의 정치 현상인가, 역사적 누적의 결과인가?


🔖 런던을 만든 남동부의 행운  


로마가 남동부를 유럽의 일부로 엮어놓았다는 문장을 읽을 때, ‘정복’보다 ‘연결’이 먼저 떠올랐다. 도로와 도시가 생기고, 생활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부터 이미 균형추는 기울었을 것 같다. 런던은 중심이면서, 동시에 분열을 고정하는 표식처럼 보였다.  


🔖 1066년 이후, 두 개의 언어로 갈라진 삶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어가 위로 올라가고 영어가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은 너무 익숙한 이야기인데, 이 책은 그 익숙함을 ‘계급의 감각’으로 바꿔 놓는다. 지배층이 쓰는 말이 바뀌면 법과 관습도 바뀐다. 말이 곧 사람을 가르는 울타리가 된다.  


🔖 왕의 신성함이 무너질 때, 의회가 자란다  


왕이 신의 대리자였다는 말이 낡게 들리다가도, 권한이 흔들리는 순간의 긴장이 전해진다. 종교개혁이 신앙의 문제만이 아니라 권력의 소유 문제였다는 대목에서 나는 고개가 멈췄다. 누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대표라는 말이 언제 폭력이 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 북부의 굉음과 오늘의 균열, 브렉시트까지  


산업혁명 파트에서 ‘번성’과 ‘부작용’이 한 문단 안에서 같이 숨 쉰다. 굉음 속에서 부가 쌓이고, 동시에 빈민가와 긴 노동이 생긴다는 사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오히려 씁쓸했다. 브렉시트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라기보다, 오래 삭힌 감정의 결산처럼 느껴졌다. 



📝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셰익스피어나 비틀즈보다도, 남과 북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나는 영국을 “품격의 나라”로 쉽게 묶어두곤 했는데, 그 품격이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이 더 선명해졌다. 교육과 규칙, 말투와 계급의 훈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을 만들고, 동시에 사람을 나눈다는 사실이 마음 한쪽을 서늘하게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영국사를 ‘정답’으로 만들지 않고 ‘질문’으로 남긴다는 데 있다. 당신이라면 런던이라는 중심을, 통합의 상징으로 볼까 분열의 상징으로 볼까? 나는 아직도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가 알고 있던 “한 나라의 이야기”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목소리의 합창이었는지, 조금 더 빨리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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