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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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 스릴러계의 거장이자 히스토리 팩션계의 최고봉 등으로 작가적 입지를 다진 '로버트 해리스'의 최신작 <콘클라베>. 작가의 책 중 <폼페이>라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지를 못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통해 '로버트 해리스'라는 작가를 처음 접한 셈이다. 책이 출간되고 책 소개를 읽었을 때 첫 느낌은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작품세계가 떠올랐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가 창조한 스릴 넘치는 허구의 세계.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느낌은 긴장감과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댄 브라운'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고, 실제 역사적 사건 속에 있는 듯한 생생함은 '로버트 해리스'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평이자, 생각임을 밝힌다.) 우선 <콘클라베>라는 책의 제목이 나에겐 참 생소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다 정확히 <콘클라베>에 대해 알아보았다.


<콘클라베>란?

:요약정리하자면 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시스템으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말한다. 보다 자세히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콘클라베>는 교황 서거 혹은 사임 후 15~20일 이내에 추기경들에 의해 진행된다. 추기경들은 임명된 날로부터 새로운 교황의 선거권을 갖게 되나 80세 이상의 추기경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비밀유지를 위해) 선거를 할 때 추기경들이 유폐되는 장소는 바티칸 안의 시스티나 성당이다. 이곳에서 추기경들은 빵과 포도주, 그리고 물만을 공급받으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한다. 콘클라베가 열리기 이전 성당 내부의 도청장비 검사를 진행하며, 그 어떤 통신기기의 반입도 허용되지 않고 전파 차단기를 작동시킨다. 콘클라베 기간에는 라틴어 사용만이 허락되며, 투표 전 과정에 걸쳐 종이와 펜만 사용할 수 있다. 투표는 오전과 오후에 비밀투표로 각각 진행되며 3분의 2 이상의 득표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모든 투표는 무기명으로 하며 3일째가 되어도 결정이 되지 않을 때는 부제급, 사제급, 주교급 추기경의 순으로 강화가 진행되어 다수의 의견에 따라 3분의 2 이상의 득표 수 대신 최다 득표를 얻은 후보자 두 명의 결선 투표로 진행되기도 한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용지를 태워 나오는 연기로 외부에 결과를 알리게 되는데 검은 연기는 미결,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뜻이다.

 

이야기는 바티칸 교황의 선종으로 시작된다. 새벽녘 추기경단 단장직을 맡고 있는 로멜리는 노구를 이끌고 바티칸 수도원을 지나 황급히 교황 침실로 향한다. 대혼란이 일어났을 거라는 짐작과는 다르게 고요한 적막 속에 구급차 한 대가 사람들을 피해 서 있을 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침소를 지키고 있고, 잠자듯 누워있는 교황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하다. "세데 바칸테(Sede Vacante)". 이제 교황의 자리는 공석입니다. 선언 이후 로멜리는 조용히 교황과 작별 인사를 한다. <로멜리는 객실로 빠져나왔다. 교황은 이런 삶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무장 경호원들한테 둘러싸인 것도 그렇지만, 이 방은 또 어떤가? 50평방미터의 무미건조한 공간이 주는 초라한 삶> 깊은 슬픔과 허망함 속에 로멜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추기경단 단장직으로서 해야 할 임무를 상기한다. 새 교황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의 제목처럼 <콘클라베>를 시작해야 하는 것.

이제 전 세계 118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 내의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여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에 들어간다. 신의 사자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이자 야망을 갖고 있는 남자로서 교황이 되고자 하는 각 추기경 후보군들의 중상모략, 깊은 고뇌(인간적 번민과 신의 사자로서의 양심 사이의) 치열한 경쟁구도 그리고 비밀 등등은 이 책의 재미 중 하나이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체 여러 차례 투표를 진행하는데, 매 투표마다 결과가 달라지고 후보군에 없던 새로운 후보가 나타나기도 하고, 하~! 과연 누가 신의 열쇠를 쥔, 신의 선택을 받을 새로운 교황이 될 것인지! 약간의 긴장감과 궁금증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깊어진다. 또한 점점 고조되는 경쟁상황 속에서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각 추기경들의 비밀, 음모가 로멜리에 의해 파헤쳐 지고 드러나게 된다. 이 부분은 스릴러적 요소로 볼 수 있으나 기존에 읽었던 여타 다른 스릴러 소설에 비해 조금 약하다는 점은 없잖아 있다. 그동안 센 스릴러를 읽어 온 독자라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어쩌면 마지막 반전을 위한 성스러운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콘클라베>가 무엇인지 알게 된 지적 쾌감과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생생한 묘사는 분명 매력적인 포인트였으나, 스릴러적 요소로서의 긴장감이나 재미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부족한 부분을 다 갚아 준 느낌이랄까?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같은 주님을 섬기는 기독교인으로서 마지막 문장은 살짝 눈물도 나왔다.

"잠깐 잊었는데 비밀을 아는 분이 또 있어요."

"누구죠?"

"주님이시죠." 




​<책 속 문장들>


 "교황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여러분은 그 말을 믿지 않으신다는 뜻이오?"

"오, 벨리니 추기경은 진심입니다. 그래서 그분을 지지하죠. 위험한 사람들, 그러니까 막아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정말로 교황이 되고 싶어 하는

자들이죠."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 교회에 봉사하는 동안,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종국에는 확신을 두려워하시지 않았던가요" '주여,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Eli, Eli lamasabachtani)


그야말로 징후가 아닐까? 교회의 시조께서 우리한테 보내는? 악마는 세상을 뒤집으려 한다네. 하지만 이렇듯 고통스러운 세상에서조차 축복의 사제 베드로는 우리가 이성을 유지하고, 부활의 구세주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가르치고 계시네. 주께서 원하시는 대로 일을 마무리하세나. 콘클라베는 멈추지 않아.


어떻게 얘기하고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하지 말지어다. 네가 할 말은 그  말을 할 순간에 주어질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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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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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참 좋았다. <내가 소홀했던 것들> 지금도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살면서 내가 소홀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내 감정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감정엔 소홀했고, 무심했던 시간들. 왜 후회와 깨달음은 그런 것들이 한 차례 지나간 후에야 알게 되는 걸까? 미안하다고,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그리고 멀리 흘러가 버렸는데. 바쁘게 하루를 사느라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내 감정만을 우선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흔글 작가의 <내가 소홀했던 것들> 마치,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소홀했던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소홀했다고 생각했던 것들 외에 소홀했지만 소홀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들까지) 그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건져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장 한 장 작가의 글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오래전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서로 좋지 못한 감정으로 이별을 고해야 했던 순간들. 아 맞아,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바로 이런 감정이었어. 당시 입 밖으로 뱉어지지 못한 감정의 말들이 흔글 작가의 문장 속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경험을 했다.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심장과 마음은 그때의 시간을 흐르고 있는 것처럼 잠시 들썩이기도 했다. 사랑부터, 이별까지. 사람 사이의 관계부터 나 자신까지 흔글 작가의 글은 살아가면서 우리가 부딪히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아주 작은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잡아둔 것 같다. 촘촘한 그물망으로 최대한 많은 물고기를 낚아 올리려는 뱃사람의 마음처럼. 추억과 기억이 환기되고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글들도 좋았지만, 새삼 타인에게 내 감정의 밑바닥까지 보여주기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일 것 같은 감정선들까지 흔글 작가는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또 공감이 되었다는 건... 나 역시 부끄럽고 초라한 감정들을 가슴속 깊은 곳에 갖고 있었다는 걸 거다. 덕분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감춰두었던 내 마음속 깊은 곳 감정의 더께들을 이 책을 통해 다소나마 털어내고, 편안하게 들여다본 것 같아서 홀가분하다.   


포장


당신을 굳이 '좋은' 사람으로 포장할 필요도

남들이 옳지 않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겁난다고 해서

그들의 '맞춤'옷이 될 필요도 없어요.

당신은 그 누구의 쓸모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는

그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겐 선물이죠. 


공허하다


공허에 가까운 말은 외로움.


나는 혼자 있을 때, 사랑이 막 끝났을 때,

수업이 끝난 뒤 혹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에,

속상한 일이 있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휴대폰을 들여다보지만 막상 연락할 곳은 없을 때

그런 감정을 느끼곤 했다.


가끔 그 공허함을 이기지 못하고

얕은 관계를 자처하며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공허함을 이겨보려 했었지만

그럴수록 공허함은 더해져만 갔다.


예전부터 알아왔던, 깊은 관계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도

사소한 이유로 어긋날 수 있는 게 인간관계인데

나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과연 이해를 바라고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영양가 없는 위안일 것이다.


공허함을 이기자고 시작한 일이 더 큰 공허함으로 되돌아오고

또다시 공허함에 빠지게 된 나는 결심했다.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텅텅 비어버린 마음을

제대로 느끼고 이겨내야겠다고.

외로움에 못 이겨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도

의미 없는 만남일 가능성이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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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 가이드북 - 개정증보판
김경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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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사진 보정에서부터 상세페이지 구성 및 디자인, 포토샵 실전까지! 쇼핑몰과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상세페이지 디자인의 모든 것! <영진출판> 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 가이드북을 만나보았다. 개정증보판으로 동영상 강의까지 수록되어 있다. 오랫동안 웹디자이너로 근무를 해왔지만, 결혼 후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면서 손을 떼게 되었다. 최근 다시 웹디자이너로 재취업을 하게 되면서 변화된 웹 환경에 대해,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런 가운데 만나게 된 영진출판사의 <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 가이드북>은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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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의 챕터 역시 <온라인 시장의 변화>에 대한 장이다. <변화하는 온라인 마켓 디자인 트렌드>,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는 디자인 트렌드>, <쇼핑몰 사장님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기획자다!> 챕터 2 : 상세페이지, 디자인 업체 vs Self Making,  챕터 3 : 디자인 작업 시 유의사항까지가 파트 1의 내용이다. 오랫동안 본의 아니게 경력단절이 되어 있었던 나에게 변화된 온라인 시장의 분위기 및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알게 된 장이다. <파트 2>는 상세페이지를 위한 포토샵 기초 다지기 장인데, 이 부분은 한번 훝고 넘어갔다. 머리로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손은 다 기억하고 있더라~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특히 디자이너라면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소스>들은 무기이자,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영진출판사 <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 가이드북>에서는 이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고, 효율적으로 소스들을 정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나 역시 수많은 온라인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잘 된 디자인들을 캡처해서 나만의 보물창고랄 수 있는 스크랩북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한 번 내가 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좀 더 직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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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자료 모음에 대한 내용이다. 상세페이지를 제작할 때 자주 쓰는 폰트, 제작 틀, 포토샵 기능들을 각 폴더별로 모으면 작업을 할 때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내 컴퓨터와 외장하드는 다소 중구난방으로 정리가 되어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 잡게 되었다. 폰트, PSD 파일들, AI 파일들, 각종 캡처한 JPG 파일들 등등. 너무 많아서 나중에 정리해야지... 해야지... 다짐만 했지. 이넘의 게으름으로 쉽사리 행동에 옮기질 않았는데, 2018년 새해도 되었고 재취업도 한 마당에 맘잡고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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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벤치마킹! 이 부분 역시 중요한 내용이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창의력'을 요하는 직업인 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고,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진 않는다.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남들이 해놓은 보다 더 잘 된 디자인들을 통해 보는 눈도 키우고, 그러다 보면 가끔 영감이라는 녀석이 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상품 데이터 검색과 이론 공부와 더불어 상품 설명 영역별로 자료를 모으는 것도 상세페이지 디자이너가 중요시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통으로 캡처만 했지, 영역별로 자료를 모을 생각은 못했는데 이 부분은 꽤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역시 자료들을 잘 정리해야 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첫 임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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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3>부터가 본격적으로 상세페이지 실전 제작하기 장인데, 나의 경우는 단품 상세페이지를 제작해 왔다. 상품이 별로 많지 않은 회사에서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그러나 상품이 많아지면 오픈마켓의 경우 묶음 이미지로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곤 한다. 즉 보이는 페이지에 여러 상품들을 간단하게 나열하고, 클릭했을 때  (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보고자 할 때) 팝업이 뜨면서 상세페이지가 노출되는 형식으로 말이다. 이 부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html인 롤오버 코드 및 클릭했을 때 팝업이 뜨도록 하는 html 코드가 필요한 데, 사실 나도 실전에서 잘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책을 통해 따라 해 보았다. 또한 내가 가장 배워보고 싶은 내용이기도 했다. 코드는 (지금 있는 회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메모장에 복사해서 별도로 저장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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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롤오버 소스 코드 제작하기. 그 밖에 주의사항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단품 상세페이지뿐만 아니라, 다중 옵션 상세페이지, 팝업용 상세페이지 등등 다양한 방식의 상세페이지 제작 방법들을 알려주는 장이다. (개인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하나씩 따라 해 보았다.) <파트 4>는 만들어진 상세페이지로 노출 점수 높이기, <파트 5> 소셜커머스 상세페이지 제작 가이드로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어떤 상세페이지를 만들더라도 고민 없이, 두려움 없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단, 따라서 해보는 예제들은 고퀄리티의 디자인은 아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지만) 이 책은 '상세페이지 디자인 방법'이라는 방법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지, '디자인 감각'을 길러주는 책은 아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자인 감각을 기르는 것은 어찌 보면 디자이너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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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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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에 대한, 살인자에 대한 생각은 아무런 저항 없이 당연히 ~, 마땅히 ~라는 부사어구가 동반된 '혐오'를 바탕으로 한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은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는 나의 이런 도덕적 통념을 배신한 책이자, 뭐랄까? 참으로 낯선 경험을 하게 해 준 작품이다. 살인이라는 파란색의 서늘하고 차가운 색조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빨간색의 따뜻한 온기와 사랑이 잠식해 들어가는 것을 당혹스러운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는 느낌... 이랄까? 일본에서 '누마타 붐'을 일으킨 작가답게 그저, 이 또한 작가의 역량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 애견숍을 운영하는 료스케에게 잇단 불행이 닥친다. 연인 지에의 실종, 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판정, 어머니의 교통사망사고까지. 아버지는 죽음의 순간을 묵묵히 기다리며 모든 치료와 수술을 거부한 채 홀로 집에 칩거하고 있다. 그런 아버지를 뵙기 위해 찾아 간 어느 날, 료스케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담긴 어딘가 낯익은 핸드백과 노트 4권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 문득 떠오른 누군가의 모습. 표정을 알 수 없는 희미한 얼굴에 원피스를 입고 핸드백을 든 여인... 그녀는 누구일까? 그리고 또다시 떠오른 유년의 기억. 한 차례 폐렴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에게 느낀 낯선 감정. 엄마가 바뀌었다는, 아이로서의 본능적이면서도 혼란스러웠던 기억. 유년의 기억이라 불확실할 수도 있지만, 료스케는 어쩐지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생각 끝에 펼쳐 든 노트를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데, 누군가의 일기인 것 같지만 내용이... 몹시 당혹스럽다. 그것은 평범한 일기가 아닌, 누군가의 살인수기였던 것이다.


수기 속 화자는 어릴 때 정신질환을 앓았고, 엄마와 함께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사람이라면 있어야 할 '유리고코로'가 그 자신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때 의사가 했던 말은 '요리도코로'로 즉 인식, 감각 혹은 마음의 안식처를 뜻하는 것으로 그 자신이 잘못 들었던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수기 속 화자는 자신에겐 없는 심리적 안정기제를 계속 '유리고코로'로 명명한다. 화자가 처음 살인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극히 '우연'이었다. 그 '우연한 살인'을 통해 화자는 자신에겐 없다고 생각했던 심리적 안정기제를 발견하게 된다. 타인의 죽음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이 불안정하고 소란스럽던 자신의 마음에 평안한 안정감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계속되는 살인의 여정. 료스케는 도대체 왜 아버지가 이런 살인수기를 간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듦과 동시에 수기 속 화자도 누군지 궁금하기만 한데... 혹시 아버지일까? 아니면 아버지가 쓴 소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 이도 아니면 바뀌기 전의 어머니일까? 료스케는 혼란과 복잡한 심경 속에서, 그저 막연히 이 수기가 자신과 관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치루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늘 제 주위에 있던 그 불쾌한 느낌은
완전히 가라앉고 정원 안의 나무도 돌도 하늘도 그 너머에

펼쳐진 세계도 청결한 느낌으로 빛났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불가사의한 직감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세계의 한가운데 제가 서 있는 게 기적처럼 생각되었습니다. - 36page


<유리고코로>는 제 속에서, 저만의 언어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정정할 수도 없고, 이제 어찌할 도리도 없습니다.
그것은 평소의 제게 부족한 모든 것,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질 때 생기는, 그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나타내는 데
그보다 좋은 단어가 있을까요. - 49page
 

<유리고코로>는 수기 속 '과거 이야기'와 료스케의 '현재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수기 속 화자의 살인 여정은 선혈이 낭자하거나 잔인하진 않지만, 차분하면서도 담담한 고백체의 문장은 어딘가 서늘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엔 살인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수기 속 이야기에 연민과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니 나 자신의, 감정의 저항에 무너질 수밖에. 끊임없이 '유리고코로'를 얻기 위해 살인이라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던 수기 속 화자. 결국 가족들에겐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고, 그 자신조차도 용서할 수 없는 삶의 나락으로 몸을 내던진다. 그러던 어느 날 길 끝에서 만난 한 사람. 수기 속 화자는 그 만남 이후 더 이상의 살인을 하지 않게 된다. 한편 료스케는 동생 요헤이의 도움을 받아 가며 수기 속 화자가 누군인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소설 속에서 '추리적인 요소'로서 빛을 발한다. 수기 속 화자가 '한 사람'을 통해 더 이상의 살인을 하지 않게 된 반면, 료스케는 사랑하는 '한 사람' 지에를 지키기위해 '살인'을 시작하려 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살인이라는 연으로 얽히고 설킨 료스케와 수기 속의 화자. 그 깊이를 감당할 수 없는 연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는 차후 아버지의 충격적 고백 속에서 진실을 드러낸다. 

전쟁으로 황폐화 된 산과 들에도 꽃은 피듯이 삶의 잔혹하고, 음침한 나락 속에서도 사랑은 존재한다. <유리고코로>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사랑이라는, 어쩌면 참 진부하고 흔한 말이지만, 사랑 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고귀함과 포용력을 알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소설 곳곳에 드리운 가족간의 따뜻한 유대감도 느끼게 해 준... 독특하면서도 기묘한,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ps. 마지막 장에선 쓸데없이(?) 펑펑 울었다지.


그것이 아버지와의 이별이었다.
창문은 아직 내려져 있었지만, 그 순간에 아버지는 모든 얽매임을 끊어낸 것처럼 여겨졌다.

계속 살고 싶다는 마지막 미련을 끊어내고, 익숙한 장소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끊어내고, 우리에 대한 마음조차 끊어낸

아버지는 두 사람과 둘만의 추억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다시 한 번 ......의, 어머니의 당신이 되었다. - 325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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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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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하인드 도어.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리는 문 뒤엔 어떤 세상이, 삶이 펼쳐지고 있을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일지라도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니. 그렇기 때문에 문 밖에 서 있는 우리들로써는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단면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때론 그런 삶을 부러워하거나 동경하기도 한다. 여기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남편, 완벽한 아내, 완벽한 결혼이 있다. 물론 비하인드 도어, 문 뒤에 있는 완벽한 거짓말까지.

부모를 대신해 다운증후군인 동생 '밀리'를 평생 돌봐야만 했던 '그레이스'. 몇 번의 행복했던 연애도 잠시, 모두들 '밀리'를 부담스러워했고 결국 그레이스는 매번 혼자가 되었다. 어느 날 '밀리'와 함께 공원에 있던 '그레이스'는 운명처럼 '잭'을 만나게 된다. 그는 배우 뺨칠 정도의 완벽한 외모에, 매 맞는 아내들을 변호하는 정의롭고, 유능한 변호사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 잭. '잭'은 '그레이스'에게 청혼을 하고 또한, 평생토록 '밀리'를 돌봐줄 것을 약속한다. 와우! '그레이스' 인생에 이보다 더 큰 행운과 축복이 또 있을까? 당시 '그레이스'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최고의 행.운.아라고. 그것이 지옥으로 가는 입구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잭'은 '그레이스'와의 결혼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해 나간다. 먼저 '그레이스'의 일을 그만두게 한다. 항상 같이 있고 싶다는 이유로. 그 밖에 신혼집, 신혼여행, 살림살이까지. 읽으면서 든 생각은 뭔가 배려 아닌 배려 같은 느낌이랄까? 태국으로 떠나는 신혼여행, 공항 가는 길에서 '잭'과 '그레이스'는 '밀리'의 일로 다투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레이스'는 '잭'의 선택을 따르고 만다. 아... '잭'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치명적 매력이 '그레이스'의 눈을 멀게 한 것이다. 어찌하랴, 때론 사랑에 빠진 여자만큼 위험한 것은 없으니... '그레이스'가 '잭'의 가면을 알게 된 것은 혼자 남겨진 신혼 첫날밤이 지난 다음 날이다. 자신을 혼자 둔 '잭'에게 화가 난 '그레이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분노는 초조함과 걱정으로 바뀌어가고. 뒤늦게 '그레이스'앞에 나타난 '잭'. 예전처럼 아름다운 미소로 '잭'이 사과하길 바랐지만, 무심히 '그레이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잭'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온 이야기들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그레이스'는 공포와 깊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이 '살인자'이자 '사이코패스'인 남자와 결혼했음을 깨닫는다. '그레이스'의 두려움에 희열을 느끼는 '잭'. 그랬다. '잭'은 상대의 공포심과 두려움을 지켜보며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였던 것. 그가 매 맞는 여성들을 변호해왔던 이유도 (겉으론 정의로운 사자의 탈을 쓰고 변호를 했겠지만) 지속적으로 그녀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희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이 모든 사실과 '잭'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지만 잔뜩 흥분해서 소리치는 여자의 말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변호사의 말 누구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줄까? 집으로 돌아온 후로도 '그레이스'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옭아매는 거미줄처럼 '잭'의 감시와 집요함은 '그레이스'를 더욱더 옭아맬 뿐이다. 가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잭'은 자신의 동료들을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 '그레이스'에겐 어쩌면 유일한 자유시간이지만 '잭'의 감시는 여전하다. 다른 사람들은 완벽해 보이는 이들 부부를 부러워한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완벽한 집, 완벽한 아내, 완벽한 남편, 완벽한 요리까지. 그런 가운데 유일하게 이 완벽함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에스터'. '그레이스'는 그녀가 마음에 든다. 자신의 내부에서 절망적으로 외치는 목소리를 그녀가 제발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 하지만 '잭'의 철저하고 집요한 감시가 지속되는 한 그것은 그저 '희망고문'일 뿐. 자칫 '에스터'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잭'이라는 감옥에서 '그레이스'는 동생 '밀리' 때문에, '밀리' 덕분에, '밀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최후의 방법을 도모한다. 과연 '그레이스'는 '잭'의 완벽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설 <비하인드 도어>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현재의 완벽한 삶 (보기에는 그렇다), 과거 어떻게 '그레이스'가 '잭'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독자들은 알 수 있다. 당당하고 활기찼던 '그레이스'가 사랑에 빠지면서 처음의 당찬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같은 여자로서 참 안타까웠다. 뭔가 머리로는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가슴으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그가 다시 다정하게 웃어줄 거야. 그의 미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날 만큼 완벽한 말발까지. 그녀를 흔드는 남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버린... 무엇보다 <비하인드 도어>의 백미는 '잭'과 '그레이스'의 심리전이다. 점점 '잭'이 건 마수의 패턴을 읽게 되는 '그레이스'와 그런 '그레이스'의 마음을 알아 챈 '잭'의 두뇌싸움이랄까? 최후의 승자는, 책으로 확인하시라~! 그리고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에스터' (뭔가 통찰력이 있는 여성같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그래서 더 편견없이 상황을 볼 수 있었던 순수하고 영민했던 '밀리'까지 』



"잭을 만족시키는 대답이다. 잭이 작게 흥얼거리기 시작하고

나는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내 순응이 재미가 없었거나, 물리적 폭력의 쾌락을 참는 대신 정신적 폭력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나를 가두고 점점 더 무슨 심리 게임을 벌이려 하는 게 섬찟했다.

이젠 다른 탈출 기회가 나타나도, 잭이 전부 조작한 게 아닐까하는

공포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었다."


"잭이 그렇게 선뜻 쇼핑 동반을 허락했던 건, 이미 태국에서 겪었던 바와 같이,

나에게 헛된 희망을 불어넣었다가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삶은 참혹하다.

조그만 욕실의 수도 덕분에 목이 말라 죽을 염려는 없지만 지루함에 죽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눈앞에 무한정 펼쳐진 공허한 날들에서

나를 구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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