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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를 먹이면 ㅣ 이야기 속 지혜 쏙
김해원 지음, 김창희 그림 / 하루놀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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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지혜 쏙 시리즈 중 한 권인 <호박씨를 먹이면>을 만나 보았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이다. 호박씨를 먹이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함과 호기심을 갖고 책을 펼쳐 보았는데, 책 속 문체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라 정감이 갔다. 옛날 어느 마을에 노부부가 운영하는 주막이 있었다. 여기저기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주막을 드나들었는데, 간혹 깜빡하고 주막에 짐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인 영감은 주인이 찾으러 올지도 모르니 주막에 짐을 보관했다. 그러나 짐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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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페이지를 보면, 나무 밑에서 주막의 마당을 쓸고 있는 주인 영감의 모습은 여느 선량한 노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욕심이 생기자 주인 영감의 모습이 흑화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보여주는 주인 영감의 욕심 많은 모습이 생생하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그렇게 나그네들의 짐을 하나둘씩 챙기던 어느 날, 돈궤를 짊어진 손님이 주막으로 오는 것을 본 주인 영감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 돈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호박씨를 먹이면 무엇이든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주인 영감은 아내에게 마을에서 호박씨를 얻어오라고 부탁한다. 처음에 아내는 내켜 하지 않았지만, 영감의 끈질긴 부탁에 하는 수없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많은 양의 호박씨를 얻어오게 된다. 아내가 이 집, 저 집 여러 경로를 거치며 호박씨를 얻어오는 과정들이 그려진 그림은 어느 집의 누구에게 호박씨를 얻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 영감은 돈궤의 주인에게 호박씨를 먹으라 권하지만, 까먹는 것이 귀찮은 돈궤 주인은 거절한다.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주인 영감은 그러면 자신이 까서 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흔쾌히 주인 영감의 배려(?)를 받아들인 돈궤의 주인. 맛있게 호박씨를 한 바가지 다 먹은 돈궤의 주인은 주인 영감의 예상과는 달리, 자신의 돈궤를 잘 보관해 달라고 얘기한다. 다시 한 바가지를 더 까서 돈궤의 주인에게 주는 주인 영감. 하지만 여전히 돈궤의 주인은 자신의 돈궤가 잘 있느냐고 물으니, 주인 영감은 속이 타들어간다. 심지어 잠이 든 돈궤 주인에게 주인 영감은 계속해서 호박씨를 까서 주는데, 소용이 없다.
다음날 날이 밝아 길을 나서기 위해 주막 문 앞까지 걸어 나온 돈궤 주인. 이를 지켜보는 주인 영감은 노심초사 돈궤 주인이 돈궤를 잊고, 갈 길을 가길 바라는데... 과연 주인 영감의 욕심대로 돈궤 주인은 돈궤를 잊고 길을 떠났을까?
<호박씨를 먹이면>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번뜩이는 지혜를 선물하는 멋진 그림책이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 아이로 하여금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그림체도 이야기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결말 부분에선 초심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과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호박씨를 먹으면 기억을 까맣게 잊는다는 소재>를 옛날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 지혜 쏙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