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뭉크 첫 번째 시리즈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를 읽었다.
순서대로 책을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질 않아 두 번째 시리즈를 먼저 읽게 되었다. ('올빼미'는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 '나는 혼자'는
예약도서로 신청을 해놨는데, 희망도서였던 '올빼미'가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ㅎㅎ) 시리즈의 경우 하나의 큰 사건이 마무리가 안 되고 다음
권으로 연결되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이럴 경우엔 당연히 첫
권부터 읽어야 하겠지) 위 시리즈처럼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첫 권에서 마무리되고, 주인공들의 또 다른 이야기
즉, 다른 사건이 다음 권에서 진행될 경우엔 두 번째 권부터 읽어도 별 문제 없을 거라 판단해서 일단, 먼저
읽었다.
보통 북유럽 스릴러하면
뭔가 섬뜩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데,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라는 작품은 제목이 암시하는 상징성과 더불어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안개 낀 어두운 숲 속의 신비로운 듯 으스스 한 풍광이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응, 죽음의 새!
올빼미
깃털을 붙이고 주문을 걸면 죽은 사람이 돌아온대."
1972년 젊은 커플이 둘만의 결혼식을 위해 한 교회를 방문한다. 남자는 선박왕이라
불리는 억만장자의 아들이고, 여자는 평범하나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과 딸을 둔 이력이 있다. 그러나 남자가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선
자신의 가족에 다른 혈통이 섞이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다. 이 때문에 젊은 커플은 여자의 아이들을 남자의 먼 친척 집에 잠시 맡겨 두기로 한다.
아이들, 소년과 소녀는 어딘가의 허름한 지하실에 갇혀있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강제로 복용당하기도 한다. 어느
날 소녀는 오빠인 소년을 몰래 따라가다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알몸의 소년은 새의 깃털로 온몸을 덮고 있고, 입안엔 죽은 쥐의 사체를
물고 있는데, 퀭한 두 눈으로 소녀를 응시하며 소년이 내뱉은 한마디는... "나는 올빼미다."
그리고 현재, 숲 속에서 10대 소녀가 펜타그램 모양으로 놓인 촛불들 가운데 목이
졸리고, 손이 뒤틀린 채 알몸의 사체로 발견된다. 특이한 점은 소녀 주변에 새의 깃털로 추정되는 것들이 널려 있고, 입에는 하얀 백합꽃을 물고
있다는 것. 뭔가, 오컬트 집단의 제물 의식에 희생된 모습 같기도 한데, 이 기괴한 사건은 미아&뭉크가 수사하게
된다. (전작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미아는 쌍둥이 동생의 죽음으로 큰 상처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녀가 개인적으로 동생의 복수를 했다는 것도. 이는 경찰신분으로서 용납이 안 되는 행동이었기에 정직을 당하게 되고, 이제
세상에 온전히 혼자가 된 미아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미아의 능력이 필요했던 뭉크에 의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뭉크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을 한 가정사를 갖고 있는데, 어쨌든 상처로 얼룩진 이 두 콤비는 사건을 진두지휘해 나간다.
희생된 소녀는 후룸란데 보육원 출신인 17세의 '카밀라
그린'으로 밝혀지고, 미아&뭉크 및 함께 하는 여러 동료들은 후룸란데 보육원을 중심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 그리고 조금씩 의심을 갖게
만드는 용의자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쯤에서 독자는 궁금해질 것이다. 분명 책 초반에 나왔던 소년과 소녀가 어떤
식으로든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현재 소년과 소녀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고,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중 누가 그들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읽다 보면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여기엔 또 다른 반전이 있다. 당연히 범인인 줄 알았는데, 킁.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라는 작품은 '페이지 터너'라는
말처럼 술술 잘 넘어간다. 그만큼 잘 읽히는 작품인데, 뭐랄까? 책 띠지에 나와있는 '크라임의 진정한 거장'이라는 말은 조금은
과장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소재는 참 좋다. 올빼미라는 새(울음소리도 묘해~~)가 주는
묘한 분위기나, 어린 시절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어린 소년의 성장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악마성의 발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광기에 찬 살해
현장 등등. 그러나! 이런 좋은 소재들을 이끌어 가기엔 소설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스토리가 조금은 심심했달까? 즉,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지진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정신상태에 쉽게 몰입이 되지도 않았다는 것. 최근에 읽은 샤를로테 링크의
<속임수>라는 작품은 자극적이고 광기에 찬 소재가 아니었음에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정신상태에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어서 어찌나
긴장하면서 읽었던지... 그 느낌과 좀 많이 비교가 되어서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미아의 상황은 이해가 가는데, 너무 술과
약에 의존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개인적으로 좀 안타깝고, 답답하고... 그리고 뭉크가 크게 평가했다는 그녀의 능력이 도대체 뭔지 솔직히
조금.. 음.. 그래도 찾아보자면, 용의자들의 상황을 잘 받아주고, 호응해주고, 뭔가 그들에게서 답을 이끌어 내려는 능력이랄까? 아! 또 하나
있다. 어떤 한 용의자(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는)가 툭툭 내뱉은 단어들을 추리해서 결국 범인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것! 나도 그 부분은 대충
넘겼는데 말이지. 아~ 이 자식 뭔 자꾸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면서 ㅋㅋ. 다 읽고 나서 다시 그 부분을 찾아서
읽어보니 헐... 아주 단서들을 다 주었던 건데 말이지... 후~ 그래,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봐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만... 그래도
미아야! 술과 약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혀선 안돼!! 미아&뭉크 시리즈는 마지막 장을 보니,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올 것 같은데,
그때는 이 아픔과 고통들을 조금은 극복하고 멋진 모습으로 등장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전작인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도 곧
읽어봐야겠다.
어렸을 때의 천진난만함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때는 얼마나 순진하고 모든 게 아름다웠던지. 엄마는 손으로 아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아빠는 그런
엄마를 보고 싱긋 웃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시간. 어린시절은 그랬다. 매 순간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다. 미리암은 커피잔을 비우고
혼자 미소를 지었다. 약간 졸음이 왔다.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가로등 덕분에 과거로의 아름다운 여행을 했다. 그녀는 최근 들어 10대 시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때는 어른이 되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제야 돌이켜보니 그 시절은 얼마나 좋았는지. -47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