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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배우다
무무 지음, 이지연 옮김 / 보아스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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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위안과 위로를 준다. 나 또한 책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어쩌면 아직 치유되지 않은, 못한 감정의 더께들을 책을 통해 털어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은 제목도 참 좋았고, 감성을 자극하는 핑크빛의 책 표지도 그 자체로 좋았다. 각 테마별로 8장까지 68개의 꽤 많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한 꼭지씩 읽을 수 있어 부담도 없다. 작가 무무는 필명으로, 국내에선 필명 외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데, 그래서일까? 화자가 '나'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선, '아 이제 작가의 이야기가 나오나 보다'라며 읽다가 그 작중 화자가 '여성'임을 알게 되고 '아 무무 작가님은 여성인가 보다' 혼자 생각하다가, 다음 꼭지를 읽는데 거기선 '나'라는 화자가 '남성'으로 등장한다. 잠시 머릿속의 혼란을 수습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즉,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작가 본인이 직접 체험했거나 경험했던 이야기들은 거의 없고, 주변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사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일상 속에서 느낀 어떤 깨달음이나 소소한 감정들을 나는 듣고 싶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들이, 나에겐 감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고,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 68개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들을 읽는 재미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나름대로 즐겁게 읽었고, 좋은 문장들도 많이 만났다. 그러나 몇몇 이야기들은 작위적으로 느껴지거나, 나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꽤 많았다. 내가 '작위적이다'라고 느낀 것은 오롯이 내 문제다. 나라는 사람은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초연할 수 있다거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살 수 있다거나 등등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초인적인 이야기들은 교훈은 될지 언정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뭐랄까? 너무 멀게 느껴져서 정말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작가의, 혹은 사람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떤 환상이나 이상향은 아닐까? 정말 실화인지, 어떤 감동을 주기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만든 것은 아닌지, 자꾸만 이런 불편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사랑에 대한 부분이었다. 요즘과 같은 시대의 인스턴트식 사랑, 너무 쉬운 이혼 등 작가님께서 비판하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그 주제에 포함된 몇 개의 이야기들은 나를 당혹게 했다. 젊었을 적 자식과 아내에게 난폭하게 굴다가, 나중에 늙어서 치매가 든 후에 비로소 아내를 위해 하는 여러 행동들이 이해도 안 가고, 전혀 감동스럽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런 남편이 죽고, 남편을 위해 우는 여자도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 일화를 예로, 참고 인내하는 사랑이라며 요즘과 같은 시대의 사랑을 비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그럴 거면 평소에 좀 잘하지, 왜 꼭 치매가 걸린 후에 아내를 위하는 척하느냔 말이다. 한 일화는 여자의 생일날 남자가 곰인형을 선물로 주었는데, 그 선물이 마뜩지 않았던 여자는 하루 종일 뾰로통하다가, 술 마시고 차 안에 토하고, 심지어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다가 이를 알아챈 남자가 대신 몸을 날려 목숨을 잃게 된다. 후에 곰인형 속에 프러포즈 반지가 있음을 알게 된 여자가 대성통곡하면서 뒤늦게 남자의 사랑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우리는 때로 경솔하고 침착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조금이라도 남자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난 이 이야기 속의 남자가 이해가 안 되어서 너무 답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준, 보잘 것 없는 선물이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를 사랑한 남자를 말이다.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분명, 읽을거리도 풍부하고 소소하게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와 좋은 문장들도 많다. 책 중간중간엔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도 배치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다만 내 마음이 아직은 강팍한 것인지, 아직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인진 몰라도 읽는내내 왜?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고, (사실 굉장히 눈물이 많은 편인데) 눈물 한 번 흘리지 않고 무표정에, 무감각하게 읽어나간 페이지들도 꽤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나라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평이다. 사람마다 느낀는 바가 다 다를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