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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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삶을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이 불공평한 세상이라 해도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공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일 것이다. '내일 죽을 것처럼 현재를 살라'라는 말은 그만큼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라'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갈까? 오히려 어리석게도 영원히 살 것처럼 현재를 살며, 소중한 것들을 내일로 미루며 살아가지 않는가? 죽음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말이다. 그런 반면 또 한편으론 매 순간 죽음을 인식하며 살아간다는 것 또한 그리 탐탁친 않다. 그저 마음만을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생각하며 충실히 현재를,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진리가 아닐까 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러나 <죽기 위해 산다>의 주인공 '기드온 크루'에겐 이런 철학조차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지는 건 그의 삶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 '시한부 인생'이기 때문이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사는 것과, 죽음 그 자체를 위해 사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이처럼 그의 기구한 운명에 이끌린 것일까? 기존에 읽어 왔던 책 속 주인공들의 삶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의 삶이 궁금했다. <죽기 위해 산다>는 읽는 내내 할리우드 액션 첩보물을 보는 것 같았는데, 장르 역시 '액션 첩보 스릴러물'이다. 이런 장르의 주인공이라면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튼튼한 몸'은 기본일 텐데,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이 주인공인 책이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과 어떤 이끌림에 의해 읽게 되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열두 살의 '기드온 크루'는 눈앞에서 아버지가 총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버지 멜빈 크루는 INSCOM(미 육군 정보안보사령부) 소속 연구원으로 극비리로 진행된 새로운 암호표준을 개발하는 연구원이었다. 그러나 이론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상부에 보고했으나 그의 의견은 묵살되었고, 얼마 후 소련에 의해 암호는 해독되었고 스물여섯 명의 미국 첩보원들은 희생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샘블리 터커' 중장은 모든 혐의를 멜빈 크루에게 덮어 씌우고 급기야 그의 사살을 명령했다. 그 후 진실은 은폐되었고, 세상은 진실을 알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흘러갔다. 스무 살이 된 기드온 크루는 죽음을 눈앞에 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달라는' 말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지금까지 불우했던 자신과 어머니의 삶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의 나이 서른셋에 결국 그 목적을 이루어 낸다. <터커는 불명예를 안은 채 죽었고 기드온의 아버지는 오명을 씻어냈다. 73페이지> 처음엔 '기드온 크루'의 복수하는 과정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그 과정이 빨리 끝나 당황했었다. 이는 다음에 있을 그의 인생 제2 막을 위한 전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서른셋의 기드온 크루.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은 실현되었고, 결국 아버지의 명예도 회복되었다. 이제 남은 건 앞으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내는 것이다. 그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대자연의 숲 가운데 여유롭게 송어낚시를 하며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던 어느 날 낯선 남자가 그를 찾아온다. 하나의 미션 수행과 그에 따른 어마어마한 보수를 제안하며. 낯선 남자와 함께 도착한 곳은 국토안보부의 협렵업체이자, 실패분석과 엔지니어링 사업을 주로 하는 ESS(이펙티브 엔지니어링 솔루션)라는 사설단체였다. 그곳의 대표 '일리아 글린'을 통해 전해 들은 미션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미국 정보기관이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문의 프로젝트 정황을 포착했고, 그것이 전 세계 힘의 균형을 뒤바꿀 신무기와 관련된 거라는 것! 크루의 임무는 중국 정부를 피해 신무기 설계도를 미국으로 빼돌려 가져오는 중국인 과학자 '마크 우'의 뒤를 밟아 그 설계도를 EES에 가져오는 것이다. 미션 수행의 적임자는 자신이 아니며, ESS라는 단체에 의심을 품은 '기드온 크루'에게 '글린'은 그가 이 미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첫째, 지난 33년 동안 크루의 모든 행적(아버지의 복수, 미술품 절도 솜씨, 컴퓨터 해킹 능력, 변장술과 그에 따른 연기력 등)을 알고 있다는 것! 둘째, 크루 그 자신조차 몰랐던 '동정맥기형' (AVM : 갈렌정맥을 포함한 뇌동맥과 뇌정맥이 비정상으로 얽힌 상태)이라는 불치병, 길어야 1년. 별다른 증상 없이 일상적인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는 것이다. <남은 1년을 즐기면서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 1년을 다른 식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바로 조국을 위해 일하는 것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회를 드리는 것뿐입니다. 95페이지> ​결국 크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운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또 다른 도전으로 치닫는다.

'마크 우'의 뒤를 밟아 추적하던 중 크루는 ​자신 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마크 우'를 추적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마크 우'는 우연을 가장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마크 우'는 죽기 전 크루에게 난해한 숫자들의 조합인 '수열'을 말해 주는데, 크루는 이것이 신무기 설계도와 관련된 암호라 생각하며 자신의 비밀병기인 '톰 오브라이언'을 찾아가 해독을 부탁한다. '수열'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어떤 물질을 만드는 '비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물질이 신무기 설계도가 아닌 '실온 초전도체'라는'전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상을 바꿀 물질이라고! 자원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저항에 의해 소실되는 전기량이 있는데 전 세계 전기 생산량의 99퍼센트가 소실돼. 하지만 초전도체를 통할 경우, 전기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흐를 수 있어. 에너지 손실이 없는 것.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선을 이 물질로 만든 전선으로 교체하면, 전기 에너지 사용량을 99퍼센트나 줄일 수 있다고. 석탄이나 석유를 계속 소비해야 하는 화력 발전소는 필요도 없다고. 발전과 전송에 드는 비용도 뚝 떨어지겠지. 말 그대로 전기가 거의 공짜 에너지가 되는 거야. 전기 자동차를 거의 공짜로 굴릴 수 있을 테니. 기름 넣는 자동차는 자취를 감추게 될 거야. 석유나 석탄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어. 화석 연료 시대는 끝난 거지.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이유도, OPEC이 세계를 쥐락펴락할 이유도 사라진다고. 305페이지> 와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진짜 이런 물질이 개발된다면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 역사상한 번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어쨌든, 크루는 '마크 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 중국 공작원 인간 살인 병기인 '노딩 크레인'(고개를 끄덕이는 학이란 뜻)이란 것을 알게 되고, 그 자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의 미행을 따돌리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매춘부 '오키드'를 고용해 그 자신의 특기인 변장술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위기를 모면해 나가기도 한다. 그 밖에 CIA 요원 민디 잭슨 등과 함께 미션 과정을 수행해 가면서 크루는 우정, 배신, 위기, 행운 등을 겪는데 이 모든 장면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스펙터클하게 진행되어 간다. 어쨌든! 더 이상 신무기 설계도가 아닌 '마크 우'가 가지고 있었을 '전선'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노딩 크레인'과 '기드온 크루'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죽이기 위해 움직이는 자, 죽기 위해 싸우는 자! 마지막 대결의 장은 둘 중 하나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 크루는 이 대결의 장에서 '전선'을 무사히 사수하고, 살인 병기 '노딩 크레인'을 상대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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