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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ㅣ 프레야 시리즈
매튜 로렌스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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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매튜 로렌스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회사 로비오의 '게임 디자이너 겸 작가'이다. 작가의 특이한 이력 때문인지 소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는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화끈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소설 속 주인공인 프레야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움과 사랑, 전쟁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다. 여신 프레야. 그런 그녀가 어쩌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탈출까지 하게 되었을까? 머리가 돈 건 아니다. 그녀에겐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저 여기서 지내는 것이 편하고 좋을 뿐이다. 물론 그 속사정은 따로 있다. 한때 인간들의 굳건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권위와 직위가 유지되었던 고대의 전성기로부터 현재, 남아있는 건 산재한 신화들과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 인간들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야는 이곳 정신병원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마지막 믿음의 불씨를 붙잡고 미약하나마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힘의 역학관계를 논할 때 인간보다 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속 힘의 역학관계는 조금 다르다. 인간의 믿음과 신을 믿는 신도들의 수에 따라 신의 힘이 결정되는 것이다. 반대로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심지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힌다면 더 이상 신으로서의 삶은 암울하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프레야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입니다.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지만 하나의 뒤튼 설정이 있을 뿐이지요. 신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말이에요. 이 세계관엔 우리가 모든 신화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신들이 있어요. 문제는 신들에게 삶을 주는 건 인간의 기도와 믿음인데, 현재 우리는 그들 대부분을 믿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신들에게도 힘든 세상입니다."
<작가의 말 中>
그러던 어느 날 프레야가 있는 정신병원에 가렌이라는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프레야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그녀에게 어떤 제안을 요구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녀가 충분히 두려워할 만한 협박까지 한다. 가까스로 가렌을 물리친 프레야는 더 이상 이곳이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병원 직원 중 한 명인 '나단'과 함께 정신병원을 탈출하게 된다. 27년 만에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향후 자신의 추종자가 될 나단과 함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꿈꾼다.
내가 곧 꿈이다. 내 종족과 나, 바로 우리 신들이 인류의 형상화된 소망이자 또한 악몽인 거다.
그래서 난 잠이 들면, 당신들을 꿈꾼다. 꿈속에서 난, 인간족이 사랑과 아름다움, 풍요와 마법, 허영과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본다. p45
여신 프레야는 은둔 장소로 적합한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며 잃어버린 신성을 수많은 아이들의 '믿음'을 통해 되찾게 되는 기쁨을 알게 된다. 그러다 디오니소스라는 신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얻고자 했으나 그의 오만함과 파렴치함에 그를 이용하기로 한다. 자신을 쫓는 가렌을 디오니소스를 통해 쫓고자 한 것인데 되려 역공을 당하게 되고 결국 프레야와 나단은 가렌에 의해 붙잡히게 된다. 가렌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피넴디(라틴어로 '신들의 죽음'이라는 뜻)라는 곳으로 여러 신들을 수용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 있는 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것인데, 이곳에 수용되어 있는 신들은 그저 피넴디가 제공하는 안락함에 도취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 피넴디가 제시했던 그 '믿음'. 그건 독이 든 미끼다. 갇힌 몽상가들이 힘을 제공해 준다 해도, 그 대가는 끔찍하다. 결국 우린 인간들이 만들어낸 존재이고, 피넴디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애완용 신들을 그들의 힘의 원천으로 꽁꽁 묶어놓고, 그토록 매혹적인 믿음을 순응이라는 감춰진 사실로 꾸며 놓다니. 피넴디는 신들의 심장에 순종이라는 개념을 새겨넣어 그들의 신들을 노예로 삼는 걸 꿈꾸고 있다. p182
프레야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신념을 바탕으로 이곳을 파괴하기로 마음먹는다. 겉으론 피넴디에 순응하는 척하지만 속으론 자신과 뜻을 함께 할 동료들을 규합하고, 피넴디 곳곳을 조사하고 염탐하기도 한다. 마지막 결전의 날, 가렌은 그녀의 계획을 눈치채고 제압하려 하지만 프레야는 동료들과 함께 피넴디를 용암의 불구덩이 속으로 서서히 함몰시켜 버린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강렬한 비트 사운드와 함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프레야와 세크멧의 활약. 하와이 자연신들의 활약 등! 또한 피넴디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아즈텍,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등)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다만 동양신 중 일본신만 등장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우리나라 신들도 찾아보면 매력적인 신들이 많은데 말이다. 대부분의 외국작가들은 동양하면 일본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보다. 흉.
"정말 한 번만 생각해 봐요. 뭐가 중요한지 생각해 보라구요. 무엇을 가지고 살 건가를 찾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인생은 무엇을 위해서 살 건가를 찾는 거라고요." p242
이렇게 소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는 끝날 것 같았는데 끝이 아님을 암시한다. 피넴디라는 조직은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그들의 구체적인 목적도 알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이종교배실에서 탈출한 '그 존재'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마지막 장에선 진심 소름 돋았다. "엄마?" 헉... 프레야와 나단 그리고 그녀와 함께한 여신들의 두 번째 이야기! 기대된다. 지금은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아 잠시나마 자신들의 작은 판테온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것들 때문에 그녀들 앞에 펼쳐질 미래가 사뭇 걱정되고 긴장도 된다. +_+ 빠른 시간 안에 그다음 이야기! 읽기를 소원하며 서평을 마친다.
PS : 마지막으로 이 책을 함께 읽은 분들께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합니다!
프레야가 마지막 결전의 날 수용소를 습격하여 그곳에 감금되어 있던 신들을 풀어주잖아요.
그런데 '데이모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입니다. 처음 프레야에게 적대적이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데이모스'는 더 이상 언급이 없어서요.
디오니소스가 난리 쳐서 풀어 준 신도 있는데 같은 이유일까요? 난리 치지 않았으면 풀어주지 않았을 것처럼 '데이모스' 역시...
그래도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꺼내달라고 난리칠 법도 한데.. 싶어서요. ㅎㅎ
* 본 포스팅은 <인터파크도서 활자중독 1기> 서평단 활동으로 체험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