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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이야기 -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ㅣ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6
안토니오 텔로 지음, 페르난도 팔코네 그림, 곽정아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
상상력이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다. 상상력은 삶의
원동력이자 기쁨이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하기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 표현방식을 그림으로 나타냈었다. 방안의 벽지는 내 상상력을 표출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손에 집어 든
크레파스, 볼펜, 연필, 물감 등을 가지고 온 방안의 벽지를 나만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어린 동생들까지 합세하여 그야말로 부모 입장에서는 총체적 난국이었을
것이다. 결국 부모님은 다시 도배를 하였고,
내 입장에선 포화상태에 이른 상상력의 공간이 새롭게 리셋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벽지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서슴없이 그리곤 했는데 그 두 번째 희생양이 바로 식탁이었다. 식탁 위는 강화유리가 놓여 있어서 크레파스를 제외 한 다른
도구들로는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공간이 바로 식탁 밑이었다. 어린 나는 크레파스와 물감 등을 가지고 식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천장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ㅋ)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빨간색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식탁
밑 어둠을 먹고사는 요정을 그렸는데,
내가 그린 그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어린 나에겐 내 상상력으로 탄생한 그 존재가 무서워서 그 뒤로는 식탁 밑을 들어가지 않았다. 그땐 정말 무서웠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이 그려서 탄생한
존재였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성인이 된 어느 날, 이사하면서 방치해 뒀던 그때의 식탁을 부모님이 다시 주방에 내어 놓았던 적이 있다. 문득 어린
시절 그렸던 식탁 밑 그림이 생각나서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 그림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나의 상상력으로 탄생했던, 그 존재 때문에 식탁 밑은
얼씬도 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나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던 그 존재!!! 이제 성인이 된 나는 그 시절 두려움의 대상과 마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도대체 어떻게 생긴 존재이기에 그토록 어린 내가 무서워했던 걸까? 호기심이 명치끝을 내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긴장 반,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식탁 밑을
기어들어가 올려다 본 그 존재와 마주한 순간!!! 허탈한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 그림은 그저 빨간 색깔의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어지럽게 칠해지고, 그려진 추상적인 그림이었다. 성인이 된 나의 눈엔 전혀 무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보고 그토록
무서워했던가? 허탈한 웃음과 함께 의아함이 가장 먼저 찾아왔지만, 그 뒤로 찾아온 감정은 안도감과 약간의 쓸쓸함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때의 나. 그 시절 어린아이에겐 분명 무서웠을 존재.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느끼고 바라본 상상력의 존재를 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시절, 나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더불어 성인이 된 나의 눈엔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은 그 존재는 뭐랄까? 이제는 갖고 있지 않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왕국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한동안 식탁 밑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아주 오래전, 작은 아이가
식탁 밑을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그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로 자신만의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그렇게
한동안 지켜보았다.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 이야기>는 성인이 된 우리가 읽기에는 전혀 무섭지도 않고 스토리 자체도 단순하다.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쓰인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 존재했던 어린아이를 깨워 읽어 나가다 보면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동화 속 마녀들,
민담 속 마녀들 두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화 속 마녀들은 익히 알고 있는 마녀들이 등장한다.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인어 공주 등에
등장하는 마녀들이 그렇다. 그러나 민담 속 마녀들은 나조차도 잘 알지 못했던 마녀들이 등장하는데, 새로운 민담과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마녀들을 알게 되어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했다. 각 장의 첫 페이지 왼쪽에는 각 마녀들의 초상화가 크게 실려있고, 오른쪽에는 마녀들의 이름, 국적, 사는 곳, 목격된 장면, 좋아하는 음식, 알려진 사실, 취미, 죄목 등 마녀들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 페이지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작가들의 디테일하면서도 신비로운 배경 그림과 삽화들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잠들기 전, 밤하늘의 별을
배경 삼아 아이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면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어린 시절의 나처럼 두려움에 휩싸일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그 두려움을 마주함으로써 오히려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담대함과 용기를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혹은 우리
삶 속에서 마녀나 악역을 맞은 사람들의 존재는 책 속 주인공과 현실 속의 우리들을 보다 더 성장하게끔 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때론 평화롭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온실 속의 삶보다는 고통과 시련이 존재하는 삶이 주인공의 삶을, 우리의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기도 하니까. 때문에
장애물을 이겨내고, 시련을 극복하고, 고통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책 속 다양한
마녀들의 이야기는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나 역시 이
책을 계기로 마음속의 아름다운 판타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을
간직한 그런 사람으로.
『 "인어 공주의 목소리를 앗아간 심해의 마녀,
라푼젤을 탑에 가둔 마녀,
과자로 만든 집에 사는 마녀 등
동화와 전설 속 마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악한 속임수와 비밀의 주문이
가득한
마녀들의 어둠의 왕국에 들어갈
용기 있는 어린이만 책장을 넘기세요. 』
자 이제 마녀의 세계로
함께 떠나 볼까요? :)